남들은 인수하기 바쁜데..보령이 바이오 매각하는 이유




최근에 롯데와 현대중공업, 오리온 등 대기업들이 바이오 사업에 잇따라 뛰어들고 있습니다.그런데 제약회사인 보령은 정반대입니다. 멀쩡한 바이오 자회사인 보령바이오파마를 팔겠다고 나섰는데요,

어찌된 일인지 IT바이오부 고영욱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고 기자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건의 진행 상황이 어떻습니까.

보령바이오파마 매각 예비입찰에 참치로 유명한 동원그룹 등 5~6곳이 참여했습니다. 여러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참여한 곳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보령 측은 인수의향서는 더는 안 받기로 하고 이제부터 적절한 후보군을 추려 기업실사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현재 속도대로라면 3월 중순께 본입찰이 실시될 전망입니다.



이정도로 군침 흘리는 곳이 많은 걸 보니 보령바이오파마의 기업 가치가 궁금한데 어느 정도입니까.

보령 측이 희망하는 매각가격은 최소 6천억원 이상입니다.

앞서 보령바이오파마가 2020년 시리즈B 투자유치를 할 때 인정받았던 기업가치가 4200억원입니다.

이후 2021년 연말결산 기준으로 감가상각 등을 고려해도 영업이익이 260억원 수준입니다. 부채도 거의 없습니다.

지난해 실적은 이보다 15% 더 좋을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알짜 자회사인데 보령은 왜 판다는 겁니까. 다른 기업들은 바이오 사업에 너나 할 것 없이 뛰어드는 상황인데 말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 보령 측의 설명이 충분치 않습니다.

지난해 IPO를 준비하다가 시장 상황이 안 좋아 철회했었는데, 어떻게 하면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을까 하다가 매각으로 선회했다는 겁니다.

방법이 무엇이 됐던 회사를 통해 자금을 조달하겠다는 목적은 분명해 보입니다.

이 돈은 오너3세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지분 승계를 위해 쓰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입니다. 지주사 보령홀딩스 지분구조를 보면 어머니 김은선 회장이 약 45%, 김정균 대표가 22% 가량으로 경영권 승계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김 대표의 비전인 우주인 헬스케어를 위해선 경영권 승계가 마무리 돼야합니다.



우주인 헬스케어 사업은 뭐하는 겁니까.



해외 사례를 먼저 말씀드리면 다국적 제약사 머크나 아스트라제네카, 일라이 릴리 같은 기업들이 우주공간에서의 신약 개발 연구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중력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아 순도 높은 약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에 비해 보령은 구체적으로 우주인 헬스케어와 관련해 어떤 사업을 하겠다는 것인지 아직 밝힌 바가 없습니다. 탐색하는 단계라는 게 보령 측 설명이고요.

일단은 ‘케어 인 스페이스’라는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을 진행해 유망기업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말 1회 선정기업이 결정됐는데 인공지능 생체신호분석 기업, 약물을 기체로 바꾸는 기업 등 6곳에 10만 달러 씩 투자했습니다.



세계 곳곳에서 민간 우주탐사 프로젝트들이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까지 우주로 간 사람이 극소수에 불과해 이 우주인 헬스케어가 사업성이 있는지 의문이군요.



지난 연말 한화투자증권에서도 이런 맥락에서 보령을 분석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다만 이번 취재과정에서 보령 측으로부터 한 가지 흥미로운 구상을 들었는데요. 보령에서 640억원을 투자한 엑시엄 스페이스가 우주정거장을 만드는 사업입니다. 여기에 지분 투자를 한 만큼 우주정거장에 공간을 확보하게 되겠고요. 이 공간을 자체 사용하든 임대하든 할 거라는 겁니다.

또 김정균 대표가 최근 국내에 있는 우주 전문가는 다 만났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주인 헬스케어 사업에 진심이라는 얘기입니다.



보령바이오파마 매각이 보령의 우주 헬스사업에 추진체가 되겠군요. 잘 들었습니다.
고영욱기자 yyko@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