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북한 등에 관광비자 발급 간소화…"호텔 예약만으로도 가능"

우호국 19곳 대상…일각서 '北 외화벌이 악용' 우려도
러시아가 북한 등 19개국을 대상으로 관광 목적의 입국 비자 발급을 간소화해주는 조치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22일(현지시간) 현지 관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정부는 최근 관광을 목적으로 자국 방문을 희망하는 외국인이 호텔이나 다른 숙소 예약 확인서만 제출하면 최대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발급해 주는 국가 목록을 승인했다.

지난 16일 미하일 미슈스틴 러시아 총리가 서명한 이 목록에는 북한을 포함해 중국, 인도, 이란, 튀르키예(터키), 미얀마,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세르비아 등 19개국이 포함됐다.

주로 러시아와 우호적 관계를 맺고 있는 나라들이다. 이에 따라 이들 국가 관광객들은 호텔 예약 확인서 제출만으로도 관광 비자를 발급받아 러시아에 입국할 수 있게 됐다.

러시아 관광 업계는 이번 조치가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크게 줄어든 외국 관광객 증가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기대를 표시했다.

현지 여행사 '인투리스트'는 리아노보스티 통신에 "이미 이달 말부터 관광과 비즈니스 상담 목적을 겸해 수도 모스크바와 제2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하려는 중국·인도 등의 관광객들이 매일같이 여행 문의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북한의 경우, 일반 주민들이 러시아 관광 신청을 할 가능성은 적기 때문에 이번 조치가 북한 노동자의 해외 외화벌이를 금지한 유엔 제재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소지가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북한인들이 간소화된 관광 비자로 대거 러시아로 입국해 현지에서 외화벌이 노동에 종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2017년 12월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 미사일 '화성-15형' 발사에 대한 응징으로 해외 북한 노동자들을 2019년 말까지 모두 송환시키도록 규정한 대북 제재 결의 2397호를 채택한 바 있다. 하지만 러시아 등 일부 국가에선 상당수의 북한인이 노동 비자가 아닌 유학이나 관광 비자로 계속 외화벌이를 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러시아는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를 철저히 준수하고 있다며 이 같은 의혹을 반박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