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명 "바르지 못한 정치" vs 비명 "이재명 사퇴가 유일 해법"

'체포안 이탈표 사태' 민주 내홍 확산…지도부 '단결' 강조 효과 물음표
'개딸'주도 살생부 명단에 "난 부결투표" 눈치보기…"자제해야" 목소리도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 본회의 표결에서 무더기 이탈표가 발생한 데 따른 더불어민주당 내홍의 여파가 장기화할 조짐이다.친명(친이재명)계는 비명(비이재명)계에 불만을 표출하는 분위기고, 비명계에서는 강성파를 중심으로 이 대표 퇴진을 더욱 강하게 요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지도부의 단결 촉구가 효과가 있을지 물음표가 던져지는 상황이다.

지도부는 이번 표결이 계파 간 대결 양상으로 이어지는 것은 공멸의 길이라고 보고 소통을 강화하며 내홍의 탈출구를 찾겠다는 계획이다.박홍권 원내대표는 1일 SNS글에서 "책임을 추궁하며 분열의 늪으로 걸어 들어가는 것이야말로 윤석열 정권이 노리는 함정"이라며 단결을 촉구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지금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이라며 "비명계의 조직적인 움직임이 있었는지 알아보는 시도조차도 없다"고 전했다.

김 대변인은 이 대표가 비명계와 접촉하는 자리를 계획하는 지에 대해 "그런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다.그러나 친명계는 비명계를 향한 불신의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김남국 의원은 MBC라디오에서 "당원이 선출한 대표인데 특정 계파가 모여 내려오라고 하는 것은 올바르지 못한 정치"라고 비판했다.

박주민 의원도 BBS라디오에서 "현 상황에서 이 대표에게 사퇴하라는 것은 검찰의 정치적 의도에 말려들어 가는 것이다.말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친명계는 다른 혐의로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다시 국회로 넘어올 경우 표결 불참 등으로 '당론 부결'에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친명계의 '격앙'에 비명계는 일단 사태 추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대표적인 비명계 모임인 '민주당의 길'은 전날 비공개 토론회를 취소했다.

비명계는 그러나 이 대표 사법 리스크를 당이 짊어지고 가는 건 안된다는 입장이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소통 강화 정도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이 대표가 물러나는 것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인적 쇄신론이 나오기도 해법으로 나온다.

온건 성향의 한 비명계 의원은 "이 대표가 물러나고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든, 새 인물로 이 대표 체제하에 혁신위를 꾸리든, 계파를 초월한 공천 관련 기구를 만들든 당의 진로를 허심탄회하게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친명 성향 지도부의 한 관계자는 "비명계 의견을 잘 듣고 의연하고 담대하게 당을 운영하면 된다"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결국 이 대표 거취를 두고 당 내홍이 한동안 이어질 걸로 보인다.

안민석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 나와 "당 대표 사퇴 여부를 전당원 투표로 묻자"고 했으나 비명계 중진 의원은 통화에서 "당원 다수가 친명 성향인 상황에서 이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계파 간 갈등 양상에 '개딸'(개혁의 딸)로 불리는 강성 친명 지지자들은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했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비명계 의원들의 명단을 공유하고 '문자 폭탄'을 보내는 등의 행동에 나섰다.

전날부터 SNS 등에는 비명계로 분류되는 의원 30여 명의 사진과 전화번호 등이 담긴 '살생부 명단'이 돌았고, 민주당 홈페이지에는 체포동의안 표결에 찬성한 의원의 명단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청원글이 올라왔다.

그러자 일부 의원이 자신의 SNS에 '나는 부결에 투표했다'고 '커밍아웃'을 하는 풍경도 벌어졌다.이에 김남국 의원은 인터뷰에서 "선의의 피해자도 생기고 통합에 저해된다"며 "(찬성 표결 의원을 찾아내려는 행동은) 자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