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처럼 사고 겪지 않길"…거리 나선 시민 교통단속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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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불법행위 경찰에 제보…사고빈발지역 공유도 배달 기사로 오토바이를 몰던 이동혁(26)씨는 1년 전 교통사고로 팔이 골절되자 오토바이가 위험하다는 생각에 배달 일을 그만뒀다. 고심 끝에 그는 서울 강동구 천호동·명일동에서 배달 수요가 많은 시간대를 중심으로 하루 1∼2시간씩 도로를 관찰하며 교통 법규를 위반하는 오토바이 번호판을 촬영해 경찰에 제보키로 했다.
그는 10일 "배달 기사들의 운전 습관이 개선되고 나처럼 사고로 다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보를 시작했다"며 "헬멧을 쓰고 규칙을 다 지켜도 언제 겪을지 모르는 게 교통사고"라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오토바이 운전자 10명 중 9명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헬멧 미착용, 불법 유턴을 하는 등 교통 법규를 어기고 있다고 했다. 이씨가 속한 '오토바이 공익제보' 단체 대화방에는 이씨처럼 교통안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210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서울·인천·부산·평택·군산 등지에서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을 제보하고 사고 빈발 장소를 공유한다.
올해로 시민단속 7년 차인 30대 김모 씨는 서울 용산구에서 매일 30건가량 제보하는 베테랑이다. 김씨는 고등학생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왼쪽 다리가 부러진 경험이 있다.
그는 "사고 이후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대고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배달 기사들이 시비를 거는 일도 더러 있다. 김씨는 "어릴 적 겪은 사고를 생각하면 보복은 두렵지 않다.
주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중학생 허훈(15)군은 등하굣길과 학원 근처에서 틈틈이 불법 오토바이를 관찰한다.
허군은 부모님 차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해 부딪힐 뻔한 적이 있다.
허군은 "헬멧 미착용은 과태료 3만원에 그친다"며 "과태료가 높아져야 도로도 안전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교통안전 국민제보단'(제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제보단 소속으로 교통법규 위반을 제보하면 사건 처분 결과에 따라 최대 20건까지 건당 4천∼8천원의 포상금을 준다.
중학교 교사 박모 씨는 학교 근처 인도를 달리던 오토바이에 학생이 치일 뻔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고 제보단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2∼7월 1천477건을 제보해 같은 기간 실적 1위를 기록하고 공단에서 상장을 받았다.
박씨는 "제보를 시작한 이후 학교 근처 교통 문화가 많이 개선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민 제보는 갈수록 늘지만 제보를 처리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한 경찰서 교통과 A 경감은 지난해 담당 경찰관 3명이 제보 2만44건 중 96.6%인 1만9천363건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A 경감은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폐쇄회로(CC)TV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주말만 지나면 수백 건 쌓인다.
과중한 업무와 항의 민원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 제보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있다.
제보 처리가 다소 늦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법규 위반 제보는 315만3천469건으로 전년보다 8.5%, 2020년과 비교하면 48.2% 증가했다.
신호위반 제보가 74만9천852건(23.7%)으로 가장 많았다. 진로변경 방법 위반 45만8천783건(14.5%), 중앙선 침범 30만4천756건(9.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
그는 10일 "배달 기사들의 운전 습관이 개선되고 나처럼 사고로 다치는 사람이 없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제보를 시작했다"며 "헬멧을 쓰고 규칙을 다 지켜도 언제 겪을지 모르는 게 교통사고"라고 말했다.
이씨는 요즘 오토바이 운전자 10명 중 9명은 신호 위반, 중앙선 침범, 헬멧 미착용, 불법 유턴을 하는 등 교통 법규를 어기고 있다고 했다. 이씨가 속한 '오토바이 공익제보' 단체 대화방에는 이씨처럼 교통안전을 위해 팔을 걷어붙인 210명이 활동한다.
이들은 서울·인천·부산·평택·군산 등지에서 오토바이 교통법규 위반을 제보하고 사고 빈발 장소를 공유한다.
올해로 시민단속 7년 차인 30대 김모 씨는 서울 용산구에서 매일 30건가량 제보하는 베테랑이다. 김씨는 고등학생 때 횡단보도를 건너다가 오토바이에 치여 왼쪽 다리가 부러진 경험이 있다.
그는 "사고 이후 오토바이 소리만 들어도 심장이 쿵쾅대고 식은땀이 난다"고 했다.
배달 기사들이 시비를 거는 일도 더러 있다. 김씨는 "어릴 적 겪은 사고를 생각하면 보복은 두렵지 않다.
주민 안전이 더 중요하다"고 했다.
중학생 허훈(15)군은 등하굣길과 학원 근처에서 틈틈이 불법 오토바이를 관찰한다.
허군은 부모님 차를 타고 가다가 오토바이가 신호를 위반해 부딪힐 뻔한 적이 있다.
허군은 "헬멧 미착용은 과태료 3만원에 그친다"며 "과태료가 높아져야 도로도 안전해진다"고 지적했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은 '교통안전 국민제보단'(제보단)을 운영하고 있다.
제보단 소속으로 교통법규 위반을 제보하면 사건 처분 결과에 따라 최대 20건까지 건당 4천∼8천원의 포상금을 준다.
중학교 교사 박모 씨는 학교 근처 인도를 달리던 오토바이에 학생이 치일 뻔한 장면을 여러 번 목격하고 제보단에 뛰어들었다.
그는 지난해 2∼7월 1천477건을 제보해 같은 기간 실적 1위를 기록하고 공단에서 상장을 받았다.
박씨는 "제보를 시작한 이후 학교 근처 교통 문화가 많이 개선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시민 제보는 갈수록 늘지만 제보를 처리하는 인력은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서울 한 경찰서 교통과 A 경감은 지난해 담당 경찰관 3명이 제보 2만44건 중 96.6%인 1만9천363건을 처리했다고 전했다.
A 경감은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폐쇄회로(CC)TV만 들여다보고 있다"며 "주말만 지나면 수백 건 쌓인다.
과중한 업무와 항의 민원에 정신과 상담을 받는 직원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 제보가 한 사람이라도 더 살리고 있다.
제보 처리가 다소 늦더라도 양해해달라"고 당부했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교통법규 위반 제보는 315만3천469건으로 전년보다 8.5%, 2020년과 비교하면 48.2% 증가했다.
신호위반 제보가 74만9천852건(23.7%)으로 가장 많았다. 진로변경 방법 위반 45만8천783건(14.5%), 중앙선 침범 30만4천756건(9.6%) 순으로 뒤를 이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