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 vs 공포확산' 1차 분수령…증시 '초긴장'

"긴축 강도 표면적으로 약해지더라도 효과는 배가될 것"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사태 여진이 계속되면서 국내 증시를 둘러싼 시장의 공포감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우리시각으로 오늘밤 발표될 2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지표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시장에선 미국의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동기대비 6.0% 상승을 예상하고 있다. 지난 1월의 6.4% 상승 보다 둔화됐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시장의 예상치를 벗어날 경우 국내·외 증시를 비롯해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위원은 "지금 상황에서 가장 걱정스러운 것은 통화긴축 강도를 낮출 수 없을 정도로 물가가 오르는 시나리오"라며 "오늘밤에 나올 2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을 크게 웃돌면 연준이 금융안정보다 물가안정을 우선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질 수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은 "(반대로)소비자물가지수가 예상 수준으로 나온다면 시장은 안정을 찾기 시작할 전망"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소비자물가지수의 결과와 상관없이 시장의 느끼는 긴축의 강도는 종전보다 더 커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SVB 파산 사태로 시중은행들의 태도변화가 예상되는데 이는 결국 향후 신용창출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공산이 크다는 분석이다.

박준우 KB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강도가 표면적으로 약해지더라도 긴축의 효과는 배가될 것"이라며 "은행은 기본적으로 예금을 확보하는 동시에 유동성을 넉넉히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고, 중기적으로는 뱅크런을 유발할 수 있는 자산 (대출 등)의 건전성에도 더욱 신경 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연구원은 그러면서 "기준금리 인상 폭의 조절이 곧 긴축 강도의 저하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맞물려 증시전문가들은 당분간의 시장의 관망분위기 지속이 불가피할 것이란 의견도 내놓고 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 정부와 연준이 선제적 긴급조치로 다행히 신용위기 확산을 막고 있는 분위기지만 뱅크런 현상이 진정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며 "미 연준의 정책기조 전환 등을 통해 뱅크런 현상 진정 등 신용위험 해소를 확인하고자 하는 심리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정경준기자 jkj@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