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월 추락헬기' 산불용인데 화물 날라…비행계획서 실제와 달라(종합)

강원도 "'점검 위해 회수' 연락받아" vs 해당 업체 "점검은 아냐"
왜 송전탑 공사 투입됐나…계획서에는 '담당 지역 관리·순찰 비행'

15일 강원 영월 산 중턱에서 추락해 조종사 등 2명이 사망한 AS350B2 기종의 민간 헬기는 산불 진화용으로 강원도에 임차됐으나 최근 송전탑 자재 운반에 투입됐다가 사고가 났다.
이륙 전 제출된 비행계획서에는 '관리 순찰'이라고 보고됐으나 실제 비행 목적과는 달라 논란이 일면서 관계당국이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7시 46분께 영월군 북면 공기리 마을회관 인근 산 중턱으로 추락해 기장 A(65)씨와 화물 운반 업체 관계자 B(51)씨가 숨졌다.

이 헬기는 강원도가 올해 봄과 가을철 산불 진화용으로 임차한 9대 중 1대다. 산불 조심 기간 춘천과 홍천지역에서 발생하는 산불 진화 등의 용도로 계약됐다.

올해뿐만 아니라 수 년간 이 지역에서 산불 진화 등에 투입된 헬기로 알려졌다.

담수 용량 910L(리터)급 소형 헬기로 1995년 제작돼 기령(비행기 사용 연수)은 28년이다. 도는 올해 2월 1일부터 5월 15일, 11월 1일부터 12월 15일까지 산불 조심 기간에 계약해 운용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날은 '송전탑 추락방지 안전장치 설치 공사'의 자재(화물) 운반에 투입됐다가 사고가 난 것으로 알려졌다.
산불 진화용 임차 헬기가 다른 지역의 송전탑 공사에 투입됐다가 사고가 발생하면서 관련 당국이 경위 등을 파악 중이다. 강원도는 지난 9일 헬기 업체 측에서 사고 헬기 대신 4천L급 대형 헬기를 대체 투입 후 사고 헬기를 회수했다고 밝혔다.

도 관계자는 "해당 업체 측에서 '정비를 위해 헬기를 회수하는 대신 다른 헬기를 대체 투입해 주겠다'고 연락해왔다"며 "대체 헬기가 왔기 때문에 임차 계약상 문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해당 업체도 사고 헬기를 회수한 뒤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에 투입했다고 확인했다.
다만 사고 헬기 회수 이유에 대해서는 강원도와 해당 업체의 입장이 엇갈린다.

업체 관계자는 "송전탑 보수에 필요한 화물 운반에 소형 헬기가 적합하다고 판단해 강원도에는 대체 헬기를 보내주고 해당 헬기는 송전탑 보수 공사에 투입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정비·점검을 위한 회수는 아니다"라며 "송전탑 보수 공사에 투입된 경위 등을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사고 헬기의 비행계획서 역시 실제 비행과는 다른 것으로 파악됐다.

해당 헬기는 이날 오전 6시 56분께 서울지방항공청 김포공항 항공정보실에 보고한 비행계획서에 '15일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춘천·홍천·인제 순찰 관리 비행'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사고 헬기는 이날 오전 7시 30분께 홍천군 두촌면 가리산휴양림 인근 계류장을 이륙해 영월 북면 공기리 인근에서 송전탑 공사 자재 운반 비행을 했다.

사고 헬기는 지난 12일과 13일 제출한 비행계획서에도 '춘천·홍천·인제 순찰 관리 비행'이라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공정보실 관계자는 "비행계획서 상으로는 비행 목적이 순찰 관리 비행이라고 보고됐을 뿐 비행 목적이 자재 운반이라는 정보는 없었다"고 말했다.

한편 강원도는 올해 임차 헬기 9대를 75억600만원에 계약해 산불 진화 임차 헬기로 운용 중이다.

대당 계약가는 임차 기간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6억∼7억원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