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공장 분진 탓 불길 확산…"의무규정 없어 개선 필요"

컨베이어 벨트·벨트 아래 분진으로 생긴 불길, 바람에 의해 확산 추정
전문가 "분진은 특수가연물…쌓이지 않게 해야"…소방 "분진관리 조사할 것"

지난 12일 발생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 화재에서 컨베이어벨트 아래에 쌓여있던 분진이 불길을 키운 것으로 보이지만, 현행법상 분진에 대한 강제 관리규정이 없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15일 대전시 소방본부에 따르면 가류공정과 3 물류창고 등으로 이어지는 컨베이어벨트에서 불길을 봤다는 공장 관계자의 추가 신고 내용을 토대로 소방 당국은 압출 기계에서 시작한 불이 타이어 원료, 컨베이어벨트 등에 옮겨붙은 것으로 보고 있다.

컨베이어 벨트와 벨트 아래 쌓여있던 분진 등이 불길을 만들고, 화재 당시 강한 바람이 불면서 불길이 2공장과 3 물류창고로 급속도로 번진 것으로 추정된다.

분진은 소방법상 가연물로 규정하는데 타이어 공장의 가연물은 주재료인 고무 가연물로, 소방법상 '화재가 발생하면 확대가 빠른 물품'인 특수 가연물에 속한다. 이는 소방법상 폭발 위험이 높아 '위험물'로 정해놓은 알루미늄, 마그네슘 등의 금속 가연물보다는 위험성이 비교적 낮지만, 특수 가연물 또한 양이 많으면 불씨 등을 만났을 때 불쏘시개 역할을 할 가능성이 커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의견이다.
조종호 대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특수 가연물도 계속 쌓이면 불씨와 접촉했을 때 화재 우려가 있어서 화재 예방 측면에서 분진은 쌓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게 안전 관리상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승규 건양대 재난안전소방학과 교수도 "시설 위험물이나 가연물(분진)에 대해 소방안전 관리자가 관리하게 돼 있다"면서도 "다만 포괄적인 안전 관리 중 하나로 의무적으로 따라야 하는 법적인 사항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분진도 소방 안전을 위해 관리해야 하는 대상이지만, 분진의 많고 적음을 강제하는 법적 근거는 미비한 게 현실이라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가연성 높은 물질이 있다고 하더라도 점화 원인도 중요한데,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이뤄지는 소방시설 자체 점검에서는 스프링클러, 소화설비, 화재 수신기 등이 적합하게 설치·관리되고 있는지를 확인하지만, 분진을 제거하는 자동배출 장치 같은 장치들은 소방시설로 분류되지 않아 점검 대상에 포함돼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타이어 관계자는 "우리는 분진을 슬러지 형태의 이물질로 보고, 이물질이 쌓이면 2년 주기로 청소를 한다"며 "최근에는 지난해 12월부터 2월까지 외주업체를 불러 청소했다.

다만 이 물질을 자동으로 배출해주는 자동배출 장치는 없다"고 설명했다.

소방 당국 관계자는 "매년 한국타이어에서 점검업체를 통해 소방시설에 대한 자체 점검을 해왔는데 소방시설에서는 문제 되는 부분은 없었다"면서 "분진 관리가 잘 되었는지 여부는 앞으로 합동 조사를 통해 조사해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오후 10시 9분께 대전 대덕구 목상동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해 13시간 만에 큰 불길이 잡혔고, 58시간 만인 이날 오전 8시께 완전히 꺼졌다. 이 불로 샌드위치 패널로 된 북쪽 2공장 내부 8만7천여㎡가 전소됐고, 2공장 3 물류창고 안에 보관돼 있던 21만개의 타이어 제품이 모두 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