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선도전 앞둔 바이든 우클릭 가속…野공세 차단·중도공략 포석

범죄 처벌완화 반대·유전개발 승인…트럼프 이민정책 재도입도 검토
민주에선 '배신' 비판, 지지철회는 없어…'바이든 대안 불가' 영향인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재선 도전 공식 선언을 앞두고 이민, 범죄, 유전 개발 등에서 공화당의 정책과 사실상 보조를 맞추면서 잇단 '우클릭' 행보를 하고 있다. 이는 공화당의 공격 소재가 될 수 있는 부문에서 약점을 최소화하면서 중도층을 공략하기 위한 두마리 토끼를 잡으려는 포석으로 풀이되지만, 민주당 지지층의 이탈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13일 알래스카 국립석유보호구역(NPR)에서 대규모 유전을 개발하는 사업을 사실상 승인했다.

사업 규모를 줄이면서 알래스카 NPR 안팎에 석유 탐사·시추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추가 조치도 같이 내놨지만,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공약 위배라는 비판이 나온다. 기후변화 위기 대응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담은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주도적으로 입법했던 바이든 대통령은 2020년 대선 때 친환경 탈탄소 공약을 하면서 추가로 연방 정부 토지에서 시추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오히려 화석연료 개발을 허용했다는 것이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일에는 워싱턴 DC의 범죄 처벌 완화 법안을 무효로 하기 위한 연방 의회의 조치를 지지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지난해 워싱턴 DC에서 처리된 이 법안은 절도와 차량 탈취, 강도 등 범죄에 대한 처벌을 완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공화당은 하원에 이어 상원에서도 이 법안을 뒤집으려고 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민주당 상원의원들과 만난 뒤 "차량 탈취 처벌 약화 등 시의회가 시장의 반대를 무릅쓰고 강행한 일부 변화는 지지하지 않는다"면서 "상원에서 DC 의회가 한 일을 원상복구하는 데 투표한다면 나는 이에 서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후 비인간적이라는 이유로 폐기했던 트럼프 정부 때의 불법 이민자 가족 구금 정책을 재시행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19를 명분으로 도입했던, 망명 신청자 추방 정책 이른바 '42호 정책'이 코로나 비상사태가 종료되면 더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후속 대책 가운데 하나로 아이들을 포함해 불법으로 입국한 이민자 가족을 모두 구금하는 이 정책을 재도입할 수 있다는 의사를 언론에 흘리면서 민주당 내에서 비판을 받고 있다. 상원 외교위원장인 밥 메넨데스 상원의원(민주·뉴저지)은 지난 12일 언론 인터뷰에서 "이 정책을 시행할 경우 바이든 대통령은 '최고 망명 거부자(asylum denier-in-chief)'가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의 정책 노선은 물론 바이든 대통령 자신의 기존 정책 기조와도 다른 이들 정책의 공통점은 공화당이 주도하는 이슈라는 점이다.

공화당은 지난 11월 중간선거 때도 바이든 대통령이 불법 이민이나 범죄에 관대하다면서 비판했다.

이와 함께 엄격한 환경 보호 정책에 대해서도 공화당 지지자들은 '일자리 죽이기'라며 바이든 정부를 공격했다.

이를 두고 민주당 내에서는 '배신'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재선 도전 지지 철회 등까지는 이어지지 않고 있다고 ABC 방송이 1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민주당 의회 진보 모임의 회장인 프라밀라 자야팔 하원의원(민주·워싱턴)은 ABC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 관련, "기본 원칙 배신"이라고 말하면서 "행정부에 바이든 대통령에게 나쁜 조언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대부분의 영역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훌륭하다고 믿는다"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가 가진 가장 진보적 대통령이며 현재까지는 내 입장이 바뀌지 않았다"고 밝혔다.

민주당의 이런 태도에는 본선 경쟁력과 관련돼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공화당 대선 주자 중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지지율이 가장 높게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을 막을 수 있는 경쟁력을 가진 인사가 현재까지는 바이든 대통령 외에 대안이 없다는 것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