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축구협회, 유소년 선수 극단 선택 김포FC 징계 절차 착수

공정위원회서 진술 들어…피해자 유족 "이제 철저한 조사가 중요"
최종 결과까지 시간 걸릴 듯 "법적 다툼 고려해 꼼꼼히 따질 것"
구단 유소년팀 10대 선수가 극단적 선택을 한 프로축구 김포FC와 관련, 대한축구협회가 징계 절차에 착수했다. 축구협회는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에서 2023년 제2차 공정위원회를 열고 '가해자'로 지목된 유소년 지도자들에 대한 징계 여부를 놓고 극단적 선택을 한 A군 유족의 진술을 들었다.

최종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 관계자는 "징계 관련 절차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라며 "추후 법적 다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는 만큼 최대한 꼼꼼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A군 아버지는 위원회에 출석한 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사건 발생 후) 11개월이 지났다.

단순히 빠른 징계보다 이제 철저한 조사가 더 중요하다"며 "공론화가 이뤄져 다시는 이런 일이 없으면 좋겠다는 뜻을 협회에 전했다"고 말했다.

A군은 지난해 4월 27일 오전 2시께 김포시 마산동 기숙사 건물에서 극단적 선택을 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남긴 A4 용지 5장 분량 유서에는 지도자들의 언어폭력, 동료들의 괴롭힘이 있었다는 주장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시민단체가 신속한 진상조사와 징계를 요구한 가운데 구단은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난해 가해자로 지목된 지도자들과 재계약해 지탄을 받았다.

김포 측은 수사 기관 등을 통한 정확한 진상 파악이 이뤄지지 않아 선제적으로 징계하기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사실관계부터 공식적으로 전달받으려 했다는 것이다.

구단 관계자는 "여론을 듣고 외부 전문가들이 충분히 논의한 걸 토대로 관련자들을 처벌하는 게 합당하다 생각했다"고 밝혔다.

김포 측은 외부 기관 조사가 길어지면서 구단이 엄중히 대처할 생각이 없는 것처럼 비쳤다고 항변한다.

문제의 지도자들과 재계약도 이들 기관이 제때 조사를 마치지 않은 탓에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주장했다.

사안이 판명 날 때까지 일에서 손을 떼라고 지시하는 건 일방적 '해임' 통보와 다르지 않다는 것이다.

김포 측은 스포츠윤리센터가 아직도 공문 등으로 사실 관계·징계 결정 배경을 알려온 바가 없다고 짚었다.

지난해 5월부터 조사를 시작한 스포츠윤리센터는 8개월 후인 올해 초 감독·코치 등 지도자와 일부 동료 선수에 대한 '징계 요청'을 의결했다.

당시 스포츠윤리센터는 "피해 선수가 중학교 시절 당한 괴롭힘, 지도자의 관리 소홀, 감독과 코치가 고등학생 선수들에게 생활 규칙 위반 시 휴대전화 압수, 삭발 등 지나친 벌칙을 주고, 언어폭력을 가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지만, 구단에 관련 자료를 제공하지 않았다.
구단에 직접 설명해야 한다는 규정이나 관행이 없어서다.

상위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에 조사 결과를 송부하는 일 외에는 '권한 밖'이라고 스포츠윤리센터 측은 밝혔다.

스포츠윤리센터 관계자는 "조사관이 1명이고 3년 전 참고인까지 조사해 길어질 수밖에 없었다"며 "개별 구단에 연락을 취할 이유가 없고, 그럴 권한도 없다"고 말했다.

자체 징계를 미룬 이유로 센터의 '늦장'과 '비협조'를 드는 건 곧 기관의 운영 방식을 오해한 주장이라는 설명이다.

시민단체 체육시민연대 공동대표인 허정훈 중앙대 스포츠과학부 교수는 "이 정도 일이 일어났으면 나중에 소명되더라도 당장은 도의적 책임에 자리에서 물러나게 한 후 조사 결과를 기다리는 게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기업 등 조직이 법원과 같은 외부 기관의 '확정 판결'을 받은 후에야 부랴부랴 내부 징계에 나서는 '소극적' 관행이 이번 사태에도 반복됐다는 진단이다.

허 교수는 "재계약한 건 이 사안을 합리적으로 처리할 의사가 없다는 것을 알린 셈"이라 비판했다. 서영길 김포FC 구단 대표이사는 지난 17일 사과문을 내고 "비상대책위원회 의결로 (가해자로 지목된) 지도자 3명에 대해 조치하려고 했으나 규정과 행정이라는 명목으로 유족분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며 "늦게나마 유족분들의 뜻을 받들어 논란이 됐던 지도자 3명에 대한 직무 정지 조치를 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