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전세난에 서울 아파트 전셋값 '뚝'…올해 3분의 2가 하락 거래

고가 전세 거래 줄고, 저가 거래 늘어
1분기 갱신권 사용 비중 33% 그쳐
2020년 8월 시행 이후 최저
사진=뉴스1
아파트 전세가격의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세 거래 10건 중 6건 이상이 직전 분기보다 낮은 가격에 계약됐다. 역전세난 여파로 계약갱신청구권 비중은 2020년 8월 도입 이래 최저로 내려앉았다.

26일 부동산R114가 국토교통부 실거래시스템의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순수 전세 거래의 가격을 비교한 결과 조사 대상 5138건 가운데 67.3%(3459건)가 종전보다 금액이 내려간 '하락 거래'였다.이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 동일단지, 동일 면적에서 전세(보증부 월세 제외) 계약이 1건이라도 체결된 거래의 최고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최근 전셋값 하락으로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보증금 일부를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난이 지속되는 가운데 특히 신규 입주 단지가 많았던 지역을 중심으로 하락 거래 추세가 뚜렷했다.

지난달 말 3375가구의 개포자이프레지던스가 입주한 강남구는 지난해 4분기 대비 올해 1분기 하락 거래 비율이 74.5%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같은 기간 목동을 중심으로 재건축이 본격화된 양천구의 하락거래는 73.9%로 두 번째로 높았다. 지난달 1772가구 규모의 흑석리버파크자이의 입주가 시작된 동작구는 71.9%로 뒤를 이었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새 아파트 입주로 이들 신축 단지에서 싼 전세매물이 쏟아지자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약세를 보였다"며 "특히 재건축 추진 단지나 갱신계약이 이뤄진 구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직전 분기보다 낮게 계약된 경우가 많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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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구(71.4%)와 관악구(71.1%), 동대문구(71.0%), 용산구(70.1%) 등도 하락 거래가 70%를 넘었다. 반면 강북구와 종로구는 하락거래가 각각 51.3%, 52.0%로 상대적으로 적었다.금액대별로는 고가 전세 거래가 줄고, 저가 전세 거래는 늘었다. 올해 서울 아파트 1분기 전세 거래 2만9668건 가운데 보증금 4억원 이하 거래 비중은 45.5%로 직전 4분기(37.7%)에 비해 7.8%포인트 증가했다.

이에 비해 6억원 초과∼9억원 이하 중고가 아파트 전세 거래는 지난해 4분기 21.0%에서 올해 1분기 16.7%로 4.3%포인트,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는 10.2%에서 6.0%로 4.2%포인트 각각 감소했다.

작년보다 올해 전셋값이 하락한 데다, 고금리 여파로 대출 부담이 적은 저가 아파트 거래가 많아진 것으로 풀이된다.역전세난에 계약갱신권 사용 비중은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서울 아파트 전월세 갱신거래(1만4082건) 가운데 갱신청구권을 사용한 거래는 33.4%(4704건)로 2020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이래 분기 최저를 기록했다. 갱신계약 10건 중 3건 정도만 세입자가 갱신권을 사용한 것이다.

제도 도입 초기 갱신권 사용 비중은 70%를 넘었고, 작년 1분기까지도 67%로 높았으나 1년 만에 절반으로 감소했다. 작년 4분기 45.0%보다도 11.6%포인트 줄었다.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전셋값 하락으로 역전세난이 심화하면서 '귀하신 몸'이 된 세입자들이 굳이 갱신권을 쓰지 않고도 2년 전보다 전셋값을 낮춰 계약을 진행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김은지 한경닷컴 기자 eunin1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