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아오른 변준형·스펠맨, 뒷받침한 베테랑…인삼공사의 힘(종합)

감독·간판스타 이적에도 조직력 구축…김상식 감독 '부드러운 리더십' 한몫
2022-2023시즌 프로농구를 시작하며 리그 사령탑들이나 전문가들에게 '우승 후보'를 물었을 때 안양 KGC인삼공사를 지목한 이는 없었다. 서울 SK와 수원 kt 등이 우승을 다툴 것으로 주로 꼽힌 가운데 인삼공사는 상위권으로도 거의 거론되지 않았다.

2020-2021시즌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차지하고 2021-2022시즌에도 챔프전에 진출해 준우승한 강호임에도, 그 중심에 있던 김승기 감독과 간판 슈터 전성현이 고양 캐롯으로 이적하면서 전력 약화가 불가피할 거란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즌의 뚜껑을 열어보니 인삼공사의 '독주'가 펼쳐졌고, 인삼공사는 정규리그 한 경기를 남긴 26일 1위를 확정했다. 국가대표 사령탑을 지낸 김상식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인삼공사는 지난 시즌 뛴 외국인 듀오 오마리 스펠맨, 대릴 먼로가 건재한 가운데 국내 선수 구성도 전성현이 빠진 것 정도를 빼면 큰 변화가 없어 조직력에 흔들림이 없었다.
특히 핵심 가드 변준형의 성장은 인삼공사가 우승을 노릴만한 팀으로 발돋움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됐다.

2018년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인삼공사 유니폼을 입고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를 잡고 있는 그는 이번 시즌 기량이 말 그대로 만개했다. 평균 출전 시간은 29분 42초로 지난 시즌(30분 37초)보다 다소 줄었지만, 평균 득점은 14.1점으로 오히려 2점이 늘었고, 야투 성공률(48.7%)과 3점 슛 성공률(34.7%) 모두 지난 시즌(42.8%·30.6%)보다 상승했다.

돌파와 화려한 드리블 등 기술 면에서 국내 최고 수준으로 꼽혀왔으나 가드로서 경기 운영 등은 보완할 점으로 꼽히곤 했는데, 이번 시즌 경기를 풀어나가는 능력도 좋아지며 한층 성숙한 기량을 뽐내 리그 정상급 가드로 우뚝 섰다.

시즌 최우수선수(MVP) 후보로도 거론되는 가운데 '우승 프리미엄'을 얻게 됐다.
스펠맨은 여전한 폭발력으로 팀 공격 선봉장 역할을 해냈다.

KBL 2년 차를 맞이한 스펠맨은 평균 19.9점으로 자밀 워니(SK·24.3점)에 이어 리그 전체 2위의 득점력을 발휘했고, 3점 슛 성공 수도 평균 2.8개로 전성현(3.4개)에 이어 전체 2위에 올라 있다.

여기에 9.9리바운드, 2.4어시스트를 곁들여 지난 시즌 못지않은 활약을 펼쳤다.

인삼공사가 자랑하는 강력한 수비의 핵심인 문성곤의 활약도 여전했고, 오세근, 양희종, 먼로 등 베테랑 군단의 노련미까지 뒷받침되며 끈끈한 '원팀'을 이뤘다.

특히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한 '캡틴' 양희종은 안방에서 은퇴식이 열린 날 우승을 확정해 선수로서 마지막 정규리그의 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영입한 배병준과 필리핀 선수 렌즈 아반도도 쏠쏠한 활약으로 전성현의 공백을 잊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했고, 박지훈, 정준원 등도 '빛나는 조연'으로 힘을 보탰다.
김상식 감독은 이들을 코트 안팎에서 하나로 묶는 리더십으로 프로 복귀 첫 해 정규리그 우승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김영기 전 KBL 총재의 아들인 김 감독은 농구계에서 잔뼈가 굵은 지도자지만, 프로에선 2008∼2009년 대구 오리온스 사령탑을 지낸 것 외엔 코치나 감독대행을 주로 맡았다.

대행에서 감독으로 승진했던 오리온스에서도 성적 부진으로 팀을 오래 맡지 못한 채 물러나야 했다.

하지만 이후 서울 삼성과 국가대표팀에서 코치로 오래 일하고, 2018∼2021년엔 대표팀 감독을 지내며 착실히 경험을 쌓은 그는 친정팀 인삼공사 지휘봉을 잡자마자 생애 첫 '우승 감독'이 됐다. 부드러운 리더십의 '덕장' 스타일인 김 감독은 선수들의 개성을 존중하며 코트에서 마음껏 기량을 펼쳐 보이게 만들었고, 그러면서도 균형과 팀 플레이를 강조하는 그의 지론은 코트 위 인삼공사 선수들의 유기적인 움직임으로 이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