젤렌스키, IAEA 사무총장에 "러, 자포리자 원전 즉각 철수해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점령의 위험성을 성토하며 즉각적인 철수를 거듭 국제사회 앞에서 촉구했다.

27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자포리자 원전 근처의 드니프로 수력발전소에서 우크라이나를 방문 중인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을 만나 "러시아 병력 및 인력의 즉각적인 자포리자 원전 및 인근 지역 철수 없이는 핵 안전과 안보를 복원하려는 그 어떠한 구상도 실패하게 돼 있다"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또 러시아 점령군이 원전 수칙을 무시하고 기술적 문제에 개입하고 있으며, 직원들이 지속적인 압박을 받아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젤렌스키 대통령을 만난 뒤 트위터를 통해 "자포리자 원전과 원전 직원 보호에 관해 풍부한 대화를 나눴다"며 "나는 우크라이나 원자력 시설에 대한 IAEA의 전적인 지원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밝혔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후 대국민 영상 연설을 통해 1년간 계속된 러시아의 자포리자 원전 장악을 '방사선 협박'으로 규정, 원자력 역사상 발생한 최악의 사건이라고 맹비난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원전을 1년 넘게 인질로 잡고 있는 것은 정말로 유럽과 전세계 원자력 사에서 일하는 최악의 일"이라며 러시아의 원전 장악이 장기화할수록 우크라이나와 유럽, 전세계의 안전에 가해지는 위협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전쟁 개시 몇 주만인 지난해 3월 유럽 최대 원전인 자포리자 원전을 '접수'했으며, 이후 러시아 정부 관리들은 자국 송전망을 이 시설과 연결하겠다는 뜻을 밝혀 왔다.

그로시 사무총장은 러시아가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의 안전 구역 설정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오가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그로시 사무총장과의 만남에 앞서 이날 자포리자주의 전선 지역을 방문했다.

그는 텔레그램에 군인들을 포상하는 영상을 올리고 "오늘 우리 군 옆인 이 자리에 오게 돼 영광이다.

우리는 반드시 이길 것"이라고 말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2일 최대 격전지 바흐무트 인근 부대, 23일 남부 헤르손 농촌 마을을 방문하는 등 최근 들어 전선 지역 방문 빈도를 늘리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