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정고무신' 이우진작가 "형과 나 닮은 기영·기철이 되찾고파"

故이우영 작가 동생 인터뷰…"권리 찾아와도 형과 같이 할 수 없어 마음 아파"
"(만화 '검정고무신' 속 주인공 형제인) 기영이·기철이와 저희 형제가 닮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그림을 그리다 보면 캐릭터 표정을 계속 따라 짓게 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저희랑 가장 비슷한 캐릭터가 된 게 아닐까 싶고요.

"
고(故) 이우영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린 이우진 작가는 28일 연합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검정고무신'은 저희가 인생을 바쳐서 그린 만화"라며 이같이 말했다. '검정고무신'은 1992년부터 2006년까지 14년간 연재된 인기 만화다.

처음 연재를 시작할 당시 이우영·이우진 작가가 각각 20살, 18살이었고 연재를 마치고 난 뒤에는 30대가 됐으니 청춘을 다 쏟았다는 말이 과언은 아닌 셈이다.

이 작가는 "형이 먼저 군대에 가고 제가 연재를 이어서 하는 와중에 저한테도 영장이 나왔다"며 "원래는 방위병(현 사회복무요원) 판정을 받았지만, 연재를 중단하면 안 돼서 1년 연기했다가 현역으로 군대를 다녀오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두 작가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함께 '검정고무신' 작업에 손을 보탰다.

이우영 작가는 생전에 마지막으로 작성한 진술서에서 "아버지는 군대 가기 전날 밤까지 원고를 해야 하는 아들을 위해 지우개질과 붓칠 작업을 도와줬다.

(…) 온 식구의 정성으로 지켜 온 '검정고무신'"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검정고무신'은 30년을 키워 온 제 자식과 같다", "자식보다 더 소중한 만화이고 캐릭터"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작성한 이 진술서는 끝내 법원에 제출하지는 못했다.
이처럼 애정을 갖고 '검정고무신'을 그려왔지만, 2007∼2008년 캐릭터 업체 형설앤과 일련의 사업권 설정 계약을 맺고 저작권 분쟁에 휩싸이면서 두 작가는 고통에 시달려왔다고 한다.

창작활동이 사실상 가로막힌 와중에 이우진 작가는 생계를 위해 막노동을 했고, 이우영 작가는 지난 11일 세상을 등졌다.

이우진 작가는 처음부터 형설앤과 체결한 계약서가 너무 허술해 새로 작성할 것을 요구했지만, 줄곧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또 두 작가가 냈던 책이 절판된 뒤 복간하는 과정에서 제작자 이름을 형설출판사로 명시하거나, 두 작가가 아닌 제3의 인물을 써서 '검정고무신' 캐릭터로 책을 낸 경우도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형설앤은 처음부터 저희와 같이할 마음이 없었고, 이용하려던 생각이었던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으로는 사과도 받고 싶은 마음이 없다.

용서하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두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형설앤과 이영일 '검정고무신' 스토리 작가는 이우영 작가 별세 이후에도 따로 연락해오지 않았다고 했다.

이우진 작가는 '절친'이자 오랜 시간 함께 일한 동료이기도 했던 형이 세상을 등지기 이틀 전에도 통화를 했다.

그는 "목요일(9일)에 법원에 다녀왔으니 다음 행보도 상의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며 20∼30분가량 통화한 것이 마지막이었다"며 비통해했다.

"제가 가장 바라는 것은 당연히 ('검정고무신')에 대한 우리의 권리를 찾아오는 것이죠. 찾아올 수 있다는 믿음은 있는데, 그걸 형과 같이 봤으면 좋겠는데…. 이제는 불가능하니 마음이 아픕니다.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