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앞둔 EU 집행위원장 "우크라전, EU-중국 관계 결정적 요소"

싱크탱크 연설서 "러 합병 공고히 할 평화안은 실행 가능한 계획 아냐"
하반기 '경제안보 전략' 발표 예고…中에 핵심기술 유출 방지 목적
첫 중국 방문을 앞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30일(현지시간) 중국을 향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에 관여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싱크탱크 메르카토르 중국학연구소(MERICS) 및 유럽정책센터(EPC) 공동 주최 콘퍼런스에서 "중국이 푸틴의 전쟁에 어떻게 영향을 주는 지가 향후 EU-중국 관계에 결정적 요소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근 정상회담에 대해 "시 주석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하고 불법적인 침공으로 (러시아를) 멀리하기보다는 오히려 푸틴의 러시아와 '무제한적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중국은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서 유엔 헌장의 중심에 있는 원칙과 가치를 보호할 책임이 있고, '정당한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할 책임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특히 "그러나 평화는 우크라이나의 주권과 영토보전을 유지하는 것을 토대로 한 경우에만 정당할 수 있다"며 "러시아의 합병을 공고히 하는 평화안은 실행 가능한 계획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이 우크라이나 전쟁 1주년인 지난달 24일 발표한 이른바 '우크라이나 평화안'을 우회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은 당시 전쟁 종식을 위해 당사국이 평화 회담을 열고, 각국의 주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하는 등 12개 조항이 담긴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정작 러시아군의 철수를 명시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다는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과 관계를 완전히 단절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그는 "중국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실행 가능하지도 유럽의 이익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본다"며 "중국과 관계 분리가 아니라 위험 경감을 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것이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과 함께 곧 베이징을 방문하려는 이유"라며 "관계를 잘 관리하고, 중국 카운터파트와 개방되고 솔직한 의견교환은 '위험 경감'을 위한 핵심 부분 중 하나"라고 강조했다. 미국이 최근 서방 동맹국에 탈(脫)중국 정책에 동참할 것을 압박하는 가운데 EU는 '독자적' 관계 재정립을 모색하려는 노력의 연장선으로 해석된다.

EU는 2019년부터 중국을 공식적으로 '협력 파트너국이자 경제적 경쟁자 및 체제적 경쟁자(systemic rival)'로 규정하고 있다.

EU 내부에서는 독일, 프랑스 등은 중국과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는 것을 희망하는 반면 동유럽의 회원국들은 상대적으로 더 강경한 대중 정책을 요구하고 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위험 경감 전략의 일환으로 역내 기업의 중국 등 해외 투자로 인해 핵심 기술이 현지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할 대책 마련도 예고했다. 그는 해외투자를 관리하기 위한 대책 개발이 필요하다면서 "올해 하반기 발표할 새로운 '경제 안보 전략'에 이와 관련한 계획이 포함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