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도 다다오 "청춘 유지하면서 살아가는 본보기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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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유명 건축가…자신이 설계한 뮤지엄 산 개관 10주년 기념 개인전
"암 걸려 장기 여러 개 적출, 대학도 안갔지만 절망 대신 희망 찾으며 살았죠" "저는 대학에 가지 않았고 장기 5개를 적출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습니다.
장기가 5개 없이도, 학력이 없이도 언제까지 청춘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SAN)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건물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을 연다.
안도가 설계한 건물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안도는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건축가다. 일본 오사카 출신인 그는 독학으로 건축을 배웠지만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일본 이바라키시의 교외 주택가에 있는 '빛의 교회'(1987-1989)와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나오시마 프로젝트, 지추미술관 등이 대표작이다.
국내에도 뮤지엄 산 외에 제주의 본태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경기 여주의 마음의 교회, 서울 마곡동의 엘지아트센터 등 그가 설계한 건물들이 여럿 있다. 이 중 2013년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단지 내 개관한 뮤지엄 산은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와 현지의 돌을 사용해 지어진 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 10년이 지난 지금 연간 2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청춘'이다.
전시장 입구에 안도가 '청춘의 사과'라고 부르는 3m 높이의 푸른색 사과 조형물이 놓였다.
다음 달 1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안도는 31일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종일관 "10대, 20대만 청춘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며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저는 계속 절망적인 인생이었습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의 사회입니다.
그런데도 대학도, 전문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또 암에 걸려서 수술하면서 담낭, 십이지장 등 5개 장기를 제거했어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하루 1만보를 걷고 1∼2시간 정도 공부하는 등 노력합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어요.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찾아나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찾아나가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학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
안도는 뮤지엄 산 설계를 의뢰했던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인희 고문이 전 세계에 없는 건물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저는 그때 누가 이런 곳에 미술관을 지을까, 과연 이런 곳에 사람이 올까 싶었어요.
그랬더니 이 고문은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면 이곳에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했죠. 그래도 저는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1년에 2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고 하네요.
그분의 꿈을 이룬 그 자리에 지금 제가 있는데 이 고문이 세상을 떠나서 아쉽습니다.
" . 안도는 자신을 대표하는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에 대해 "콘크리트는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라며 "나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빛을 보며 항상 희망을 추구하고 희망이 있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런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콘크리트"라고 덧붙였다.
안도는 "한국과 일본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서 "나는 정치도, 경제도 모르지만 문화적으로는 양국이 계속 교류를 이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노출 콘크리트 설계 방식을 적용한 안도의 전반기 작품부터 30년에 걸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세계 공공 건축물, 프랑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인 '브르스 드 코메로스'까지 안도의 대표작 250점을 사진과 스케치, 모형, 영상으로 소개한다.
5월에는 안도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를 축소한 형태의 '빛의 공간'이 뮤지엄 산의 조각공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대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서울대와 강원대, 중앙대 학생들이 한국에 있는 안도의 건축물인 본태미술관과 마음의 교회, 엘지아트센터 모형 제작에 참여했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
"암 걸려 장기 여러 개 적출, 대학도 안갔지만 절망 대신 희망 찾으며 살았죠" "저는 대학에 가지 않았고 장기 5개를 적출했습니다.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습니다.
장기가 5개 없이도, 학력이 없이도 언제까지 청춘을 유지하면서 살아간다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
한솔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뮤지엄 산(SAN)이 개관 10주년을 맞아 건물을 설계한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의 개인전을 연다.
안도가 설계한 건물에서 그의 전시가 열리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이번이 처음이다.
안도는 미니멀한 노출 콘크리트 건축 양식으로 유명한 건축가다. 일본 오사카 출신인 그는 독학으로 건축을 배웠지만 1995년 '건축계의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었다.
일본 이바라키시의 교외 주택가에 있는 '빛의 교회'(1987-1989)와 30년 넘게 진행되고 있는 나오시마 프로젝트, 지추미술관 등이 대표작이다.
국내에도 뮤지엄 산 외에 제주의 본태미술관과 글라스하우스, 경기 여주의 마음의 교회, 서울 마곡동의 엘지아트센터 등 그가 설계한 건물들이 여럿 있다. 이 중 2013년 강원도 원주의 오크밸리 단지 내 개관한 뮤지엄 산은 안도 특유의 노출 콘크리트와 현지의 돌을 사용해 지어진 문화예술공간으로, 개관 10년이 지난 지금 연간 20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청춘'이다.
전시장 입구에 안도가 '청춘의 사과'라고 부르는 3m 높이의 푸른색 사과 조형물이 놓였다.
다음 달 1일 전시 개막을 앞두고 한국을 찾은 안도는 31일 뮤지엄 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시종일관 "10대, 20대만 청춘이 아니라 살아있는 동안은 모두 청춘"이라며 희망을 갖고 끊임없이 노력할 것을 당부했다.
"저는 계속 절망적인 인생이었습니다.
일본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학력주의의 사회입니다.
그런데도 대학도, 전문학교도 가지 않았습니다.
또 암에 걸려서 수술하면서 담낭, 십이지장 등 5개 장기를 제거했어요.
그래도 살아야겠다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살고 있어요.
이를 위해서 하루 1만보를 걷고 1∼2시간 정도 공부하는 등 노력합니다.
이렇게 노력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즐거운 일이 있어요.
절망하지 않고 앞으로도 계속 희망을 찾아나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희망을 찾아나가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학력이 없는 저 같은 사람도 살아남을 수 있는 본보기가 되고 싶습니다.
"
안도는 뮤지엄 산 설계를 의뢰했던 고(故)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과의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이인희 고문이 전 세계에 없는 건물을 만들어달라고 했죠. 저는 그때 누가 이런 곳에 미술관을 지을까, 과연 이런 곳에 사람이 올까 싶었어요.
그랬더니 이 고문은 사람들이 오게 만드는 것은 우리들의 역할이라고 하더군요.
세계에 없는 미술관을 만들면 이곳에 사람들이 찾을 것이라고 했죠. 그래도 저는 (사람들이) 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1년에 20만명 이상이 찾고 있다고 하네요.
그분의 꿈을 이룬 그 자리에 지금 제가 있는데 이 고문이 세상을 떠나서 아쉽습니다.
" . 안도는 자신을 대표하는 건축 재료인 콘크리트에 대해 "콘크리트는 누구든지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라며 "나는 누구나 쉽게 구입할 수 있는 재료로 아무나 만들 수 없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빛을 보며 항상 희망을 추구하고 희망이 있는 건축을 하고 싶었다"면서 "그런 희망을 지탱해주는 것이 바로 콘크리트"라고 덧붙였다.
안도는 "한국과 일본은 아주 가까운 사이"라면서 "나는 정치도, 경제도 모르지만 문화적으로는 양국이 계속 교류를 이어 나갔으면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번 전시는 1969년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노출 콘크리트 설계 방식을 적용한 안도의 전반기 작품부터 30년에 걸친 나오시마 프로젝트, 1990년대 중반 이후의 세계 공공 건축물, 프랑스 파리의 옛 곡물거래소를 미술관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인 '브르스 드 코메로스'까지 안도의 대표작 250점을 사진과 스케치, 모형, 영상으로 소개한다.
5월에는 안도의 대표작인 '빛의 교회'를 축소한 형태의 '빛의 공간'이 뮤지엄 산의 조각공원에 설치될 예정이다.
이번 전시에는 한국의 대학생들도 힘을 보탰다.
서울대와 강원대, 중앙대 학생들이 한국에 있는 안도의 건축물인 본태미술관과 마음의 교회, 엘지아트센터 모형 제작에 참여했다. 전시는 7월30일까지. 유료 관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