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내부 가담자 수사 협조 위해 처벌 감면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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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4년 만에 형사법 아카데미 개최
이경렬 교수 "대상 범죄 제한·사후 통제로 남용 우려 불식" 부패·조직·마약 등 범죄의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 주범의 혐의를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부자'의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내부 가담자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공범의 회유·협박을 견뎌낼 정도의 법률상 혜택 제공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설명한 방식은 '사법 협조자 형벌 제재 감면'이라고 불리는 제도다.
공범(주범)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은 사람의 형량을 깎아주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2010년과 2018년 도입이 추진됐으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규명하기 힘든 범죄의 주범을 잡아낼 수단이고 미국 등 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찬성론이 있었지만 '범죄자와 협상할 수 없다'는 반대론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수사·기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범죄를 신속히 처단할 제도적 접근이 나와야 한다는 법조계 일각의 주장은 계속됐다.
'깃털'을 처벌하지 않더라도 그의 자백·증언을 받아 '몸통'과 '윗선'을 밝혀내자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작년 12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검찰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2019년 5월 이후 열리지 않던 전문가 초청 형사법 아카데미를 4년 만에 재개하면서 이 문제를 주제로 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경렬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검사가 범행 후 정황 등을 감안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소 편의주의'(247조)가 규정돼있지만, 기소유예를 약속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형사면책은 법정에서 합법 인정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포함한 협상 제도를 양성화해 공범의 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면 형이 감면된다는 점을 법적으로 보장해주자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수사 편의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있으나 대상 범죄와 감면 요건 등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법원의 최종 승인 등 사후적 통제 수단을 마련하면 제도가 남용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의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 현황도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이날 논의된 사법 협조자 형벌 제재 감면과 유사한 형태의 '수사·공판 협력형 협의·합의 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 사례를 소개한 구재연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에서 검사는 공범의 수사·공판 절차에서 증언 등 협력을 조건으로 불기소나 공소 취소, 처벌 조항 변경, 구형 감경 등 유리한 처분을 합의할 수 있다"며 "내부자 진술이 꼭 필요한 조직·재정경제·마약 범죄 등 특정범죄에 한해 협의·합의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플리바게닝 제도는 공범의 범행에 관한 증언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선처받는 길도 열어뒀다.
원재천 한동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90∼95%의 사건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재판 없이 종결되고 있다"며 "플리바게닝 없는 사법제도 운영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벼운 죄의 경우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전제로 감경된 형을 제안하고 피의자가 이를 수락하는 경우 법원의 추인을 받아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프랑스식 유죄 협상 제도를 소개했다.
/연합뉴스
이경렬 교수 "대상 범죄 제한·사후 통제로 남용 우려 불식" 부패·조직·마약 등 범죄의 효과적인 수사를 위해 주범의 혐의를 수사기관에 진술한 '내부자'의 처벌을 면제해주는 제도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제언이 나왔다. 이경렬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31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형사법 아카데미'에서 "내부 가담자로부터 협조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공범의 회유·협박을 견뎌낼 정도의 법률상 혜택 제공을 보장해 줄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교수가 설명한 방식은 '사법 협조자 형벌 제재 감면'이라고 불리는 제도다.
공범(주범)의 범죄 사실을 털어놓은 사람의 형량을 깎아주거나 아예 기소하지 않는 것으로, 2010년과 2018년 도입이 추진됐으나 입법은 이뤄지지 않았다. 규명하기 힘든 범죄의 주범을 잡아낼 수단이고 미국 등 외국에서도 활용되고 있다는 찬성론이 있었지만 '범죄자와 협상할 수 없다'는 반대론에 부딪혔다.
그럼에도 수사·기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범죄를 신속히 처단할 제도적 접근이 나와야 한다는 법조계 일각의 주장은 계속됐다.
'깃털'을 처벌하지 않더라도 그의 자백·증언을 받아 '몸통'과 '윗선'을 밝혀내자는 것이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작년 12월 "플리바게닝(유죄협상제) 등에 대한 심도 있는 연구를 통해 검찰 제도의 발전 방향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하기도 했다.
대검찰청은 2019년 5월 이후 열리지 않던 전문가 초청 형사법 아카데미를 4년 만에 재개하면서 이 문제를 주제로 정했다.
발제자로 나선 이경렬 교수는 현행 형사소송법에 검사가 범행 후 정황 등을 감안해 피의자를 기소하지 않을 수 있다는 '기소 편의주의'(247조)가 규정돼있지만, 기소유예를 약속하고 자백을 받아내는 형사면책은 법정에서 합법 인정을 못 받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포함한 협상 제도를 양성화해 공범의 죄를 입증하는 데 도움을 주면 형이 감면된다는 점을 법적으로 보장해주자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그는 "수사 편의를 위한 제도라는 비판이 있으나 대상 범죄와 감면 요건 등을 엄밀하게 규정하고, 법원의 최종 승인 등 사후적 통제 수단을 마련하면 제도가 남용될 우려를 불식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주요 국가의 사법 협조자 형벌 감면 제도 현황도 소개됐다.
일본에서는 이날 논의된 사법 협조자 형벌 제재 감면과 유사한 형태의 '수사·공판 협력형 협의·합의 제도'가 2018년부터 시행 중이다.
일본 사례를 소개한 구재연 대구지검 검사는 "일본에서 검사는 공범의 수사·공판 절차에서 증언 등 협력을 조건으로 불기소나 공소 취소, 처벌 조항 변경, 구형 감경 등 유리한 처분을 합의할 수 있다"며 "내부자 진술이 꼭 필요한 조직·재정경제·마약 범죄 등 특정범죄에 한해 협의·합의를 허용한다"고 말했다.
미국의 플리바게닝 제도는 공범의 범행에 관한 증언뿐만 아니라 피의자가 '자신의 범죄'를 인정하고 선처받는 길도 열어뒀다.
원재천 한동대 교수는 "미국에서는 90∼95%의 사건이 플리바게닝을 통해 재판 없이 종결되고 있다"며 "플리바게닝 없는 사법제도 운영은 불가능한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김희균 서울시립대 교수는 가벼운 죄의 경우 검사가 피의자 자백을 전제로 감경된 형을 제안하고 피의자가 이를 수락하는 경우 법원의 추인을 받아 재판 없이 사건을 종결할 수 있는 프랑스식 유죄 협상 제도를 소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