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보조금 세부지침 발표…韓기업 입장 대체로 반영 평가(종합2보)

양극활물질 등 구성재료는 배터리 부품에 불포함…한국서 계속 생산 가능
인니 등서 핵심광물 수입해 한국서 가공 가능…'북미 최종조립 규정'은 불변
내달 18일부터 세부조건도 충족해야 보조금…대상 전기차 규모 감소할듯
미국 정부는 31일(현지시간)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관련, 전기차에 대한 보조금 세부 지침 규정안을 발표하고 해당 규정을 4월 18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이날 발표한 세부지침 규정안에서 IRA의 전기차 보조금 지급과 관련, 배터리 부품 기준에 양극판·음극판은 포함하고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은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

또 핵심 광물의 경우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지 않은 국가에서 수입한 재료를 미국과 FTA를 맺은 한국에서 가공해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세부 기준에서 한국 업체들의 입장이 대체로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미국은 지난해 8월 기후변화 대응을 이유로 북미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를 대상으로 최대 보조금 7천500달러(약 1천만원)를 지급하는 IRA를 발효했다.

세액공제 형태로 지급되는 보조금은 ▲ 북미 제조·조립한 배터리 부품 사용시 3천750달러 ▲ 미국이나 FTA 국가에서 채굴·가공한 핵심광물 사용시 3천750달러가 각각 지급되는 구조다.

하지만 법 발효 이후 법조항에 한국을 비롯한 외국산 전기차는 보조금 지급 대상에 제외하는 등 차별적 내용을 담고 있어 한국과 일본, 독일을 비롯한 유럽국가 등의 반발을 샀다. 이에 따라 미국 정부는 관련국들과의 추가 논의를 벌이면서 세부지침 규정을 마련, 나름대로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벌여왔다.

이날 발표된 하위 규정이 발효되면 올해의 경우에는 배터리 부품은 50% 이상, 핵심광물은 40% 이상이 해당 조건을 충족해야 보조금 지급 대상이 된다.

이 비율은 연도별로 매년 단계적으로 높아지는데 핵심광물은 2027년부터는 80% 이상, 배터리 부품은 2029년부터는 100%가 조건에 맞아야 한다. 배터리 부품과 관련, 재무부는 배터리 부품을 양극판, 음극판, 분리막, 전해질, 배터리 셀, 모듈 등으로 정의했다.

그러나 양극판, 음극판 등을 만드는데 사용되는 구성재료(constituent material)는 배터리 부품으로 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극 활물질, 음극 활물질 등을 구성재료로 열거했다.

한국 업체의 경우 구성 재료인 양극 활물질 등은 국내서, 이후 양극판·음극판을 만드는 단계는 미국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대로면 한국 업체들은 현재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IRA상 보조금 지급대상이 될 수 있다.
핵심 광물과 관련해서는 ▲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50% 이상이 추출된 경우 ▲ 미국이나 미국과 FTA를 맺은 국가에서 50% 이상 가공된 경우 보조금 대상이 된다고 재무부는 밝혔다.

이는 핵심 광물이 미국과 FTA를 체결하지 않은 나라에서 추출된 경우에도 FTA 국가에서 가공, 세부 규정에서 요구하는 부가가치 기준(50%)을 충족하면 보조금 대상으로 인정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인도네시아나 아르헨티나 등 미국과 FTA가 없는 나라에서 수입한 광물을 한국에서 가공해도 기준에 충족될 수 있다는 의미다.

재무부는 한국 등과 같이 기존 FTA 체결국뿐 아니라 새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나라도 IRA상 FTA 국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최근 미국과 배터리용 핵심광물 협정을 맺은 일본도 법상 FTA 국가로 포함됐다.

또 미국과 관련 협상을 진행하고 있는 유럽연합(EU)에도 향후 같은 지위가 부여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부가 이날 발표한 전기차 관련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세부 규정은 한국 업체들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한국 업체들의 현재 공정을 바꾸지 않아도 보조금 대상에 포함될 수 있게 됐기 때문에 업체들에 유리하게 규정이 나온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다만 전기차가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을 충족해야 하며 이 때문에 한국에서 생산되는 현대차·기아의 전기차는 리스 등 상업용으로 판매될 경우를 제외하고는 보조금 대상이 안 된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미국내 전기차 생산 시점을 최대한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미국 업체들의 경우에도 현재까지는 '북미 최종 조립' 요건만 맞추면 됐지만 다음달 18일부터는 여기에 더해 핵심광물 및 배터리 부품 규정까지 충족해야 한다.

이에 따라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전기차 종류가 이전보다 크게 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가령 테슬라는 테슬라 모델3의 후륜구동(RWD) 차량은 세부 지침이 시행되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이 줄 것이라고 밝혔다고 로이터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미국 자동차 제조업 무역협회인 자동차혁신연합(AAI)의 존 보젤라 회장은 성명에서 "4월 18일부터는 소수(few)의 전기차만 7천500 달러 전액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고 일부는 보조금 일부를 받을 자격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재무부는 다음 달 18일 새 규정 시행에 따라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자동차 리스트와 세액 공제 규모 등을 발표할 예정이다.

재무부의 이번 발표에는 '해외 우려 기업(FEOC)'에 대한 세부 지침은 포함되지 않았다.

IRA는 법에서 해외 우려 기업의 핵심 광물이나 배터리 부품을 사용되는 경우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하고 있다.

이 규정은 중국, 러시아, 북한, 이란 등이 소유하거나 통제하는 기업 등으로 정의한 인프라법상 FEOC 규정을 원용하도록 하고 있다.

이 조항은 배터리 부품은 2024년부터, 핵심 광물은 2025년부터 각각 시행하도록 돼 있다. 이 규정이 적용되면 중국 업체 등의 배터리 부품이나 핵심 광물이 사용되면 미국 IRA상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