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군사블로거 폭사에 반체제인사 더 가혹한 탄압 예고"

용의자 반전활동 들며 배후로 야권지도자 나발니 지목
'우크라전 반대자는 테러범' 선동하려는 땅고르기 관측
러시아 유명 군사 블로거 폭사 사건을 계기로 러시아 내 반체제 인사들에 대한 탄압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러시아 수사 당국은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군사 블로거 블라들랜 타타르스키(본명 막심 포민)가 폭발로 사망한 사건의 용의자로 다리야 트레포바(26)를 체포하면서 이 사건을 '테러'로 규정했다.

러시아 대테러위원회는 트레포바가 투옥 중인 러시아 반체제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활동적인 지지자'라면서 나발니가 설립한 단체 '반부패재단'을 이번 사건의 배후로 지목했다.

또한 이날 푸틴 대통령은 타타르스키에게 '자신의 직업에서 용기를 보여준' 공로로 용맹훈장을 수여했다. 사실상 우크라이나 전쟁을 적극적으로 지지한 공로를 인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같이 빠른 전개는 크렘린궁이 우크라이나 침공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 반대하는 러시아 내부 세력을 축출하는 데 이번 폭사 사건을 활용할 준비를 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NYT는 분석했다.

실제로 러시아 현지 매체들은 용의자 트레포바를 나발니의 지지자 또는 우크라이나 전쟁 반대자로 발 빠르게 보도하고 있다. 이런 보도에 따르면 트레포바는 과거 나발니 집회에 여러 차례 참석했으며 지난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당일 반전 집회에 참석했다가 열흘간 구금된 이력이 있다.

타티야나 스타노바야 카네기국제평화재단 분석가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러시아 사회를 더욱 분열시킬 것이라면서 "러시아 수사 당국뿐 아니라 '애국적인' 대중의 눈에도 이제 반전 행동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이 자동으로 잠재적 테러범으로 여겨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나발니의 동료이자 반부패재단 대표인 이반 즈다노프는 러시아의 주장이 나발니의 수감 기간을 연장하려는 것일 뿐이라면서 연관성을 부인했다. 그는 역으로 이번 사건의 배후에 나발니 지지자들을 '내부의 적'으로 공격하려는 러시아 안보 기관이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용의자 트레포바는 러시아 반체제 세력 사이에서 잘 알려진 인물이 아니며 그의 소셜미디어에도 이렇다 할 정치적인 게시물이 없다고 NYT는 지적했다.

러시아 대테러위원회도 트레포바와 우크라이나 정보기관이 협력하고 있었다는 점을 보여줄 만한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그러나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다리야 두기나와 타타르스키에 대한 이 같은 공격이 우크라이나에서 특별군사작전(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침공을 일컫는 표현)에 나선 이유라고 주장했다고 AP 통신은 전했다.

두기나는 푸틴 대통령 측근인 극우 사상가 알렉산드르 두긴의 딸로 작년 8월 모스크바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폭발로 숨졌으며, 해외 매체들은 이번 타타르스키 폭사 사건이 두기나 사건을 상기한다고 전하고 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에게 "러시아는 테러 활동을 지원하는 우크라이나 정권에 맞서고 있다"며 "이것이 특별군사작전이 수행되고 있는 이유"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