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용 영진위원장 "韓영화산업 최대 위기…영화기금도 고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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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위 출범 50주년 인터뷰…내달 범영화계 '위기 극복 협의체' 출범
"대정부 요구·자체 위기극복안 발표"…부산촬영소 7월 착공·2025년 완공 목표 "한국 영화산업, 최대 위기입니다. "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이날 인터뷰는 올해 영진위 출범 50주년을 맞아 박 위원장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보려는 자리였지만 그가 꺼낸 '한국 영화 위기론'에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박 위원장은 "정말 큰 일 났다", "진짜 위기에 봉착했다", "엄살이 아니다" 등의 말로 요즘 한국 영화산업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그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작됐고, 위기의 정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단적인 예로 올해 1∼3월 극장 관객 수는 한국 영화가 최대 호황을 맞았던 2019년 동기 대비 36%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 3년간 창고에 쌓인 한국 영화 작품은 약 100개였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된 2022년에 이 중 10여개 작품이 스크린에 걸렸을 뿐 여전히 90여개 작품이 언제 극장에 걸릴지 개봉일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이같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한 영화 대부분은 50억∼1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간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상황에 몰렸다. 이는 다음 신작 투자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며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야 할 영화산업 생태계가 '동맥경화'가 온 듯 꽉 막혀버렸다는 게 박 위원장 분석이다.
그는 극장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서 영화 관람료 당 3%를 징수해 영화진흥 명목으로 적립하는 '영화 발전기금'이 올해 말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극장이 막히니 새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개봉하더라도 관객은 몇 년 지난 영화를 봐야 하니 재미도 없고, 극장을 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죠. 여기에 관람료가 오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인기를 끌면서 '굳이 그 돈 내고 극장 가서 봐야 하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최대 위기가 온 것입니다.
" 박 위원장은 "한두 가지를 바꾼다고 해서 위기가 타개될 것 같지 않다.
총체적인 문제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내달 '한국 영화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진위를 중심으로 각 영화계 단체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고, 올해 5월 협의체가 정식 출범하면 대정부 요구안, 영화계 자체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협의체 차원에서 '한국 영화 살리기'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협의체에는 극장, 제작, 연출, 스태프, 배우, 독립·예술영화계 등 영화계 모든 주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영화계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냈다.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 환경은 OTT의 공세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피하지 말고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는 극장에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영화라는 것을 극장 외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는데, 볼 만하더라고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
올해 영진위에는 출범 50주년 외에도 한국 영화 인재의 산실인 '한국영화아카데미' 설립 40주년, 영진위 부산 이전 10주년 등 뜻깊은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
영진위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부산촬영소 착공이다.
부산촬영소는 기장군이 24만9천㎡ 터를 빌려주고 영진위가 종합 촬영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형스튜디오 3개동, 제작 지원시설, 아트 워크 시설, 디지털 후반 작업시설, 야외촬영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간 코로나19 사태, 경관 심의 등 여러 절차가 지연되면서 착공 시점이 늦어졌지만, 올해 7월에는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박 위원장은 내다봤다.
"부산촬영소 착공을 위한 몇 가지 형식 절차가 남아 있을 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예정대로 착공해서 2025년 말까지 부산촬영소 준공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박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그는 앞으로 남은 약 10개월간 꼭 마무리 짓고 싶은 두 가지를 꼽았다. "영화 발전기금이 고갈상태에 접어들면 영진위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요.
정부로부터 예산확충을 통해 재정 안정화를 이뤄내고 싶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디지털 대전환', 포스트 팬데믹 대전환 시대에 영진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달라지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도태가 아니라 망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그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는 영진위, 영화인들만 노력해서 타개될 문제는 아니다"며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고 영화계가 잘못하면 당연히 질책을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대정부 요구·자체 위기극복안 발표"…부산촬영소 7월 착공·2025년 완공 목표 "한국 영화산업, 최대 위기입니다. "
지난 4일 서울 마포구 영화진흥위원회(영진위) 영화교육지원센터에서 만난 박기용 영진위 위원장의 얼굴이 금세 어두워졌다.
이날 인터뷰는 올해 영진위 출범 50주년을 맞아 박 위원장의 소회와 계획을 들어보려는 자리였지만 그가 꺼낸 '한국 영화 위기론'에 분위기는 시종 무거웠다.
박 위원장은 "정말 큰 일 났다", "진짜 위기에 봉착했다", "엄살이 아니다" 등의 말로 요즘 한국 영화산업이 처한 현실을 전했다. 그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함께 시작됐고, 위기의 정도는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고 진단했다.
단적인 예로 올해 1∼3월 극장 관객 수는 한국 영화가 최대 호황을 맞았던 2019년 동기 대비 36% 수준에 머물렀다.
코로나19 사태 3년간 창고에 쌓인 한국 영화 작품은 약 100개였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이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으로 전환된 2022년에 이 중 10여개 작품이 스크린에 걸렸을 뿐 여전히 90여개 작품이 언제 극장에 걸릴지 개봉일조차 잡지 못한 상태다.
이같이 오랜 동면에서 깨어나지 못한 영화 대부분은 50억∼100억의 제작비가 투입된 작품들이다.
이들 작품이 극장에서 관객을 만나지 못하면서 투자자들은 장기간 투자금 회수를 하지 못한 상황에 몰렸다. 이는 다음 신작 투자를 가로막는 원인이 되며 '선순환 구조'로 돌아가야 할 영화산업 생태계가 '동맥경화'가 온 듯 꽉 막혀버렸다는 게 박 위원장 분석이다.
그는 극장에 사람이 오지 않으면서 영화 관람료 당 3%를 징수해 영화진흥 명목으로 적립하는 '영화 발전기금'이 올해 말 고갈될 것이라는 우려도 내놨다.
"극장이 막히니 새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고, 개봉하더라도 관객은 몇 년 지난 영화를 봐야 하니 재미도 없고, 극장을 왜 가야 하는지 모르는 상황이 된 것이죠. 여기에 관람료가 오르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인기를 끌면서 '굳이 그 돈 내고 극장 가서 봐야 하나' 등 여러 악재가 겹치며 최대 위기가 온 것입니다.
" 박 위원장은 "한두 가지를 바꾼다고 해서 위기가 타개될 것 같지 않다.
총체적인 문제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내달 '한국 영화산업 위기 극복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해 목소리를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영진위를 중심으로 각 영화계 단체의 여론을 수렴하고 있고, 올해 5월 협의체가 정식 출범하면 대정부 요구안, 영화계 자체 위기 극복 방안 등을 발표할 계획이다.
협의체 차원에서 '한국 영화 살리기' 캠페인도 벌일 예정이다.
협의체에는 극장, 제작, 연출, 스태프, 배우, 독립·예술영화계 등 영화계 모든 주체가 참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 위원장은 영화계에서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냈다.
팬데믹 이후 영화산업 환경은 OTT의 공세 등으로 빠르게 변하고 있는데 이런 변화를 피하지 말고 그 변화의 물결에 올라타야 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영화는 극장에서만 보는 것이라고 생각해왔지만 이제는 영화라는 것을 극장 외에서도 볼 수 있는 시대가 됐습니다.
저도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봤는데, 볼 만하더라고요.
이런 변화의 흐름을 수용해야 한다고 봅니다.
"
올해 영진위에는 출범 50주년 외에도 한국 영화 인재의 산실인 '한국영화아카데미' 설립 40주년, 영진위 부산 이전 10주년 등 뜻깊은 일이 한꺼번에 겹쳤다.
영진위가 올해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사업은 부산촬영소 착공이다.
부산촬영소는 기장군이 24만9천㎡ 터를 빌려주고 영진위가 종합 촬영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대형스튜디오 3개동, 제작 지원시설, 아트 워크 시설, 디지털 후반 작업시설, 야외촬영장 등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간 코로나19 사태, 경관 심의 등 여러 절차가 지연되면서 착공 시점이 늦어졌지만, 올해 7월에는 공사를 위한 첫 삽을 뜰 수 있을 것으로 박 위원장은 내다봤다.
"부산촬영소 착공을 위한 몇 가지 형식 절차가 남아 있을 뿐 특별한 문제는 없습니다.
예정대로 착공해서 2025년 말까지 부산촬영소 준공을 마무리하겠습니다.
"
박 위원장의 임기는 내년 1월까지다.
그는 앞으로 남은 약 10개월간 꼭 마무리 짓고 싶은 두 가지를 꼽았다. "영화 발전기금이 고갈상태에 접어들면 영진위 직원 월급조차 줄 수 없는 상황에 놓일 수 있어요.
정부로부터 예산확충을 통해 재정 안정화를 이뤄내고 싶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디지털 대전환', 포스트 팬데믹 대전환 시대에 영진위의 기능과 역할을 재정립해보고 싶습니다.
이제 달라지지 않으면 도태됩니다.
도태가 아니라 망할 수 있습니다. "
그러면서 그는 "한국 영화산업의 위기는 영진위, 영화인들만 노력해서 타개될 문제는 아니다"며 "국민이 많은 관심을 갖고 영화계가 잘못하면 당연히 질책을 해주셔야 한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