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늘 다니던 교량인데"…분당 주민 보행로 붕괴에 불안 호소

"분당에 더 낡은 다리 많은데"…주민들 '전체 교량 안전진단' 요구
탄천 위 왕복 6차선 정자교 보행로 붕괴로 행인 1명 사망·1명 중상

"평소 늘 다니던 교량인데 한순간에 이렇게 붕괴된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5일 오전 보행로 붕괴 사고로 2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정자동 탄천 위 정자교 부근.
형태를 알아볼 수 없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교량 난간 쪽 보행로를 바라보는 시민들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정자교는 느티마을 사거리에서 신분당선 정자역 방향으로 탄천을 가로질러 이어지는 왕복 6차선 도로상에 있다.

분당신도시 조성과 함께 1993년 건설됐다. 교량 너머로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들이 밀집해 있는데, 전철이나 분당-수서간 고속화도로를 이용하는 시민 대부분 이 교량을 이용한다.

주민들은 이런 교량이 한순간에 무너질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고 입을 모았다.

전날부터 내린 비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믿기지 않는 사고라고 덧붙였다. 인근 주민 김모(42) 씨는 "다리 아래로는 탄천 산책로이고 전철역과도 붙어 있어 마을 주민들은 물론이거니와 365일 내내 이용 차량이 끊이지 않는 곳"이라며 "이런 다리가 갑자기 무너져 내리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른 주민 최모(38) 씨는 "분당 신도시엔 정자교보다 훨씬 더 오래되고 위험해 보이는 다리도 많은데 앞으로 불안해서 어떻게 건너다니겠느냐"며 "도시 전반적으로 안전 점검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오전 11시 30분 현재 정자교는 양방향 통행이 차단된 상태다. 교량 주변에서는 시와 관계 기관의 안전진단이 계속 진행 중이다.

무너져 내린 보행로는 교량 아래 탄천 산책로와 자전거도로를 완전히 가로막은 채 바닥으로 내려앉아 있었다.

다리 위에 있어야 할 도로 표지판과 신호등은 엿가락처럼 휘어지고 부서져 나뒹굴었다.

현장 주변은 통행이 차단된 채 현장 점검에 나선 경찰과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사고 지점 바로 옆 농구 코트와 벤치는 이곳이 주민들에게 완전한 일상의 공간이었음을 짐작하게 했다.

사고가 난 성남 분당구에는 이날 자정부터 오전 11시까지 16㎜의 비가 내렸다.

한편 이날 오전 9시 45분께 정자교 양쪽에 있는 보행로 중 한쪽 보행로가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0대 후반의 여성 1명이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옮겨졌으나 숨졌고, 30대 남성 1명도 허리 등을 다쳐 병원 치료를 받고 있다.

피해자들은 정자교 보행로를 정자역 방향으로 걷다가 순식간에 교량이 무너지면서 변을 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자 2명은 서로 모르는 사이인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