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의 탄생과 변천사…신간 '한자의 풍경'

포기(抛棄)는 하던 일을 그만둔다는 뜻이다.

여기서 기(棄)는 버린다는 의미다. 기원은 갑골문이다.

기(棄)자의 갑골문은 피가 뚝뚝 떨어지는 갓 낳은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버리는 모습을 형상화했다.

고대 영아를 유기하던 수렵 채집 시절의 습속이 현재의 글자에도 남아 있는 것이다. 이승훈 서울시립대 중국어문화학과 교수가 쓴 '한자의 풍경'(사계절)은 한자의 기원과 변형과정을 조명한 책이다.

원시 한자가 탄생한 순간부터 시작해 최초의 한자 사전 '설문해자'가 편찬되기까지의 한자 발전사를 연대순으로 엮었다.

책에는 다양한 한자 이야기가 수록됐다. 부족함과 결함이라는 의미를 가진 결(缺)자는 그릇이 갈라지고 깨진 상태를 나타낸다.

결핍(缺乏)은 도기의 깨진 틈으로 내용물이 흘러내려 부족하다는 의미다.

법(法)자는 원래 법(灋)자로, 해치라는 전설의 동물이 죄를 지은 사람을 들이받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한자는 이렇게 한 글자 한 글자 당시 만들어진 시대와 생활환경, 당대 사람들의 사고방식과 상상력이 녹아있다.
한자는 애초 그림문자로 출발했다.

그러나 문명이 발달하면서 그림만으로 새로운 것을 담아내기란 한계가 있었다.

이에 따라 한자는 점점 추상화 과정을 거치며 복잡해졌다.

도기, 바위, 동물 뼈, 대나무, 비단, 종이와 붓 등으로 서사 도구가 변화함에 따라 글자 형태가 달라지기도 했다.

저자는 학생들에게 강의하듯 쉽게 한자의 이 같은 변화 과정을 설명한다.

아울러 한자학 관련 기존 학계의 연구 성과를 포함해 뇌 과학, 동서양 철학, 세계 문자와의 비교, 동아시아 역사를 넘나들며 한자를 둘러싼 다양한 풍경을 조명한다. 520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