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만의 A매치 골' 박은선, 여자축구 월드컵 해결사 기대감

"기회 주신 벨 감독에게 감사…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즐기고 싶어"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의 베테랑 장신 공격수 박은선(36·서울시청)이 약 9년 만에 A매치에서 득점포를 가동하며 호주·뉴질랜드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의 해결사 후보로 명함을 내밀었다. 박은선은 7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잠비아와의 평가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 5-2 완승에 쐐기를 박는 팀의 5번째 골을 터뜨렸다.

박은선이 자신의 41번째 A매치에서 기록한 18번째 득점이다.

특히 2014년 5월 호주와의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 4강전 이후 멈춰 있던 그의 A매치 득점 시계가 약 9년 만에 다시 돌아가기 시작한 의미가 있는 골이었다. 박은선은 2015년 캐나다 여자 월드컵 이후 오래 대표팀을 떠나있었다.

2019년 프랑스 여자 월드컵 이후 부임한 콜린 벨(잉글랜드) 감독 체제에서도 부름을 받지 못했으나 지난해 7월 캐나다와의 친선경기를 앞두고 벨 감독은 처음으로 박은선을 발탁했고, 이후 꾸준히 명단에 포함해 지켜보고 있다.

180㎝의 장신인 박은선이 월드컵 본선에서도 경쟁력을 지닐 거로 믿는 벨 감독은 대표팀 소집 때 개별 훈련 등을 통해 전술을 입히고 있다. 이날은 한국이 1-2로 역전을 당한 채 후반전을 시작하며 정설빈(현대제철)을 대신할 카드로 박은선을 택했는데, 박은선은 역전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후반 13분 후방에서 길게 투입된 공을 머리로 떨어뜨려 2-2 동점을 만드는 이금민(브라이턴)의 골을 도왔고, 후반 추가 시간엔 직접 골을 넣어 5-2 승리를 완성해 벨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경기를 마치고 벨 감독은 "박은선이 오늘 경기를 완전히 바꿔놨다"고 극찬했다. 상대 잠비아의 브루스 음와페 감독도 "한국이 후반 새로 투입한 공격수의 움직임이 좋았다.

그 선수를 바탕으로 펼친 포스트 플레이가 좋았다"며 박은선을 인상 깊은 선수로 지목했다.

박은선은 "오랜만에 대표팀 경기에서 골을 넣고 팀도 이겨서 기쁘다.

사실 골이 들어갔을 때는 좀 쑥스러웠는데, 동료들이 다 뛰어와 함께 기뻐해 줘서 좋았다"며 미소 지었다.

그는 "측면으로 빠지기보다는 중앙에서 볼을 잡아 연결하거나 헤더하는 주문을 많이 받고 연습도 많이 했는데, 그런 부분이 잘 나온 것 같다"고 자평했다.

"벨 감독님께 감사하다. 오랜만에 대표팀에 들어오게 해 주시고, 기회를 주셔서 영광스럽고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고 전한 박은선은 "이제 나이도 있는데,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즐기고 싶다"며 월드컵을 향한 의지를 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