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와 숯으로 표현한 생명의 순환…이화익갤러리 김덕용展

나무에 그림을 그리는 작가로 알려진 김덕용은 끊임없이 새로운 기법을 시도해 왔다.

오래된 가구나 문짝 같은 나무판을 깎고 다듬은 뒤 그 위에 단청기법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이미지를 파서 색을 채워 넣고 표면을 다시 갈아내는 상감기법을 응용하기도 한다. 2000년부터는 나전칠기 방식으로 나무판에 자개를 붙이기도 했다.

자연에서 빌려온 경치라는 의미의 '차경' 연작에서는 바다의 수평선을 자개로 표현한다.

25일까지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열리는 개인전에서는 나무 재와 숯을 이용한 신작들을 선보인다.
10일 갤러리에 따르면 재를 이용한 작품은 상실의 슬픔을 달래는 것이기도 하다.

작가는 나무판 작업을 하고 남은 자투리 나무들을 화목난로의 땔감으로 썼다.

자신을 응원해주던 가족을 병으로 떠나보낸 뒤 작가는 타고 남은 재를 보면서 평생 작품의 재료로 쓰인 뒤에도 땔감으로 마지막 쓰임을 다하고 한 줌의 재로 남는 모습이 마치 인생 같다고 느꼈다. 재로 남은 존재에도 새로운 생명력을 부여해 생명의 순환을 나타내고 싶다는 생각에서 재와 숯을 이용한 신작 '우주'가 탄생했다.

세상을 떠난 가족이 우주 어디에선가 또 다른 존재로 순환하고 있다는 생각은 작가에게 위로가 됐다고 한다.

역시 숯과 재를 사용한 신작 연작 '상서로운 산수' 역시 우리 전통 산수를 배경으로 자연과 더불어 살다가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의미를 담았다. 전시에서는 별의 움직임을 자개로 표현한 '결-심현' 연작과 '차경' 연작 등 기존 작업까지 20여점을 볼 수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