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의 노예 될 것인가" 조지아서 수천명 반정부 시위

조지아에서 현 정권이 러시아와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고 언론을 통제하는 데에 항의하는 대규모 반정부 시위가 열렸다고 9일(현지시간) AFP 통신이 보도했다.

이날 수도 트릴비시 국회 앞에 모인 야권 지지자 수천 명은 제1야당 통합민족운동당(UNM)의 설립자이자 전 대통령으로 현재 감옥에 있는 미하일 사카슈빌리의 석방, 친러시아 정책 포기, 친유럽 정책으로의 전환 등을 정부에 촉구했다.

기오르기 마르그벨라슈빌리 UNM 대표는 연설에서 "정부는 러시아의 조종을 받고 있으며, 우리는 러시아의 바보들로부터 조국을 지켜내야 한다"며 "우리는 자유를 사랑하며 유럽의 일원으로서 러시아의 노예가 되기를 거부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치범 석방과 EU 회원국 신청 자격 획득에 필요한 개혁 실천 등 요구 사항을 발표했다.

이날 시위에 참여한 27세의 화가 루카 카브사즈 씨는 "우리는 평화적이고 비타협적으로 투쟁해 EU를 향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말했다.

친서방 개혁 노선을 추구하던 사카슈빌리 전 대통령은 직권남용 혐의로 6년 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친서방 인권 단체들은 그의 재판이 정치성을 띤 것이었다고 비난하고 있다.

의사들은 그가 복역 중 건강 악화로 목숨을 잃을 우려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여당인 '조지아의 꿈'이 이끄는 정부는 반대파를 감옥에 가두고 독립 언론에 재갈을 물리며 러시아와 은밀히 거래하면서 조지아를 EU 회원국 자격으로부터 멀어지게 만들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지난달 조지아 의회가 러시아의 반정부 인사 탄압법과 비슷한 방첩법안에 지지를 표명하자 수만 명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법안을 무효화시킨 일도 있다.

여론조사에 의하면 조지아 국민의 80%가 헌법에 명시된 대로 EU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에 가입하는데 찬성하고 있고, 정부도 공식적으로는 같은 입장이라고 AFP는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