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석 칼럼] 김영석 박사 "물에 한국 미래 있다"
입력
수정
한경닷컴 더 라이프이스트세상은 급변하고 수출은 줄어드는데 한국은 앞으로 무엇으로 먹고 살아야 하는가? 물은 환경이자 돈이고 안보라고 역설하는 전문가가 있다. 김영석 토목환경공학 박사다. 김영석 박사는 물‧환경 기술 세계화의 주도권을 한국이 가지기 위하여 '국제 smart water system' 구축을 서둘러야 한다고 한다.
물은 대한민국의 또 다른 반도체
또 한국을 전 세계 물‧환경 기술의 메카로 만들어야 하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같은 도시를 한국 여러 곳에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맹렬하게 활동 중이다. 반도체보다 큰 시장인 물 글로벌 시장에 한국의 내일이 있다고 강조한다. 필자(박대석 칼럼니스트)는 물에 관하여 누구보다 탁월한 이론과 실제 경험을 가지고 유용한 물 관련 특허 등을 다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김영석 토목환경공학 박사와 2023.04.17 고양시청 앞 물꽃나라추진단 사무실에서 '물과 대한민국'에 대한 대담을 나누었다.박대석) 대한민국은 총체적 위기 앞에 서있습니다. 한국은 고물가(인플레이션), 고금리, 고환율, 고부채, 고령화와 더불어 저출산, 저성장 시대 이른바 4고(高) 2저(低) 시대에 들어섰습니다. 여기에 더하여 미중 패권 다툼은 심화되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글로벌 질서는 탈세계화, 고립주의,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 모습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해외의존도가 높아 수출로 먹고사는 한국은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감소로 이미 무역적자가 연속하여 13개월째이고 장기침체(Recession) 국면을 맞이한 양상입니다. 당연히 세수부족으로 나라살림도 2월까지 30조 원 이상의 적자 상태입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은 13일 고체연료 기반의 신형 대륙간 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면서 한국을 노골적으로 위협하고 있습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초거대 AI 일종인 '챗GPT' 출현으로 머지않아 일자리는 대폭으로 줄어들 전망입니다.▲ 김영석) 한강의 기적을 만든 한강을 다시 보아야 할 때입니다. 우리 역사는 늘 위기 속에서 잘 버티며 기회를 만들어 여기까지 왔습니다. 1880년대 구한말 조선은 개신교 선교사의 균형적인 시각으로 볼 때 아비규환의 생지옥이었습니다.
미국의 힘으로 일본으로부터 해방되자마자 조선은 소비에트 공산당의 사주와 중공군의 도움을 받은 북한 괴뢰일당의 침략 전쟁으로 다시 한번 생지옥을 경험하여 적은 땅덩어리마저 두 동강 났습니다. 폐허에서 민주주의와 경제를 살리고 교육을 통해 많은 인재를 육성하여 3마리의 토끼를 동시에 잡은 것은 그야말로 한강의 기적입니다.
박대석) 네 그렇습니다. 그러나 한강의 기적은 저절로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흔히 라인강의 기적과 비교하지만, 차원이 다릅니다. 독일은 전쟁 전으로 회복하는 정도의 기적을 만들었지만, 한강의 기적은 무에서 유를 창출한 정도가 아니라 불가능한 일을 만들었기 때문입니다.농업사회에서 산업 사회를 만들었고 수출대국으로 만든 일입니다. 그 바탕에서 한국은 경제규모 기준 세계 10위에 올라섰고 한국의 무역은 GDP의 80%를 차지할 정도 비약했습니다.
▲ 김영석) 70년대 초 한국이 수출한다고 하였을 때 외국은 물론이고 국내에서조차 돌았다고 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농업인구가 반이 넘고 GDP라고 말하기도 민망한 국내 산업 비중의 반 이상 역시 농업이었습니다. 농업사회는 감속 경제입니다. 땅은 한정되어 있고 인구는 늘어나니 소득은 줄어드는 제로섬 경제이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빈국이 농업 위주의 국가입니다.
박대석) 맞습니다. 수출하려면 산업화 국가가 되어야 합니다. 70년도에 한국에서 공산품, 물건이라고 내세울 만 것은 강화도 화문석 하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나라에 물건을 팔려면 품질도 좋아야 하고 가격이 싸야 합니다. 그나마 공장도 천연자원도 전기도 대부분 북한에 있었지요. 물건을 만들 기술도 철강 등 원자재는커녕 수출입 할 항구나 도로도 없었고요. 아니 도로를 달리는 차도 거의 없었습니다. 한마디로 수출입국(輸出立國), 산업화라는 발상 자체가 몽상이고 돈키호테가 비웃을 만한 치기 어린 의지였습니다.▲ 김영석) 한국의 젊고 아리따운 여성들이 서독에서 피 묻은 시체를 만지고 말쑥한 청년들이 서독의 500m 갱도 아래서 목숨을 걸고 광부 일을 한 임금을 담보로 당시 대통령이 4천만 달러의 돈을 빌려왔습니다.
젊은 학생들이 자원하여 참전한 월남에서 32만 명 청년들의 목숨으로 번 돈을 국가가 대신 나서서 50억 달러의 외화 수입을 중간 마진으로 챙겼습니다. 그 뿐만 아니라 당시 야당과 대학생들에게 욕을 먹어가며 일제 만행 대가인 한일청구권협정에 대한 보상을 급전으로 받아오고 중동 사막에서 땀과 눈물 값으로 달러를 벌어들였습니다. 그런 돈으로 고속도로 만들고 제철소를 만들며 온 나라가 모두 미친 듯이 밤새며 일하여 수출을 시작하였습니다.
박대석) 네 덕분에 한국의 경제는 감속 경제에서 급 가속 경제로 변하였습니다. 기간 사업 확충을 목표로 한 1, 2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은 3, 4차를 거치면서 중화학 공업 산업화와 수출대국으로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한강의 기적이라고 하는 것이지요? 네 박사님은 '물이 이제 대한민국의 갈 길' 이라고 역설하셨는데 이유가 궁금합니다.▲ 김영석) 네. 물이 또 다른 한국의 반도체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수출액(1292억 달러)은 지난해 전체 수출액(6839억 달러)의 18.9%를 차지하는 가장 비중이 큰 산업입니다. 2위인 석유제품(9.2%)과 3위인 석유화학(7.9%)을 합친 것보다 많습니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대만 등의 추격과 챗GPT의 GPU 영향 등으로 2023년 한국 반도체 수출은 한국수출입은행 발표에 따르면 전년 대비 11.5% 줄어들(역 성장) 전망입니다. 이제 반도체를 대체 또는 함께 할 신성장 동력을 찾아야 할 때입니다.
박대석) 네, 지난 1월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이 10% 감소하면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64% 포인트, 수출이 20%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이 1.27% 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KDI가 한국의 2023년 경제성장률을 1.85%로 전망했는데 반도체 수출하락으로 자칫하면 한국은 제로 성장에 머무를 위험도 보입니다. 물이 반도체만큼 한국에 유용한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나요?
▲ 김영석) 물은 인류의 삶과 생명을 지속시키는 필수 자원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물 산업은 매우 중요한 경제적 산업 분야 중 하나입니다. 한국은 물에 대한 4가지 분야에서 큰 장사를 해야 합니다.
하나는 국제적인 물 장사이고 두 번째는 물 디지털 플랫폼 사업이며, 세 번째는 대한민국의 물 안전을 위하여 '물 안보' 시스템을 시급히 구축하며 그 시스템을 방어무기(백색무기라 명명함)를 중동 등 세계시장에 팔아야 합니다. 마지막 네 번째로 한국은 도시 인근의 강이나 바다를 도심하천과 연결하는 이른바 친수도시, 수변도시 등 워터프런트 시티 조성으로 관광도시화해야 합니다.
박대석) 물 관련 글로벌 시장 규모는 어느 정도 되나요?
▲ 김영석) 우선 한국이 전 세계 점유율 20% 내외를 차지하고 있는 반도체보다 글로벌 물 시장 규모가 33% 정도가 더 큽니다. 반도체 글로벌 시장규모는 지난해는 6252억 달러(약 813조 원, 1300원 기준)이고 2026년에는 7853억 달러(약 1,021조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고되었습니다. 그런데 영국의 물 시장 전문기업인 GWI(Global Water Intelligence)에 따르면 글로벌 물시장은 2021년 약 8,317억 달러(1,081조 원)에서 2027년에는 9,989억 달러(1,299조 원)로 확대될 전망입니다.
박대석) 어떤 '물 장사'를 해야 한다고 보시는 가요?▲ 김영석) 글로벌 물 시장이 확대되면서 선진국들은 새로운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습니다. 베올리아와 같은 대표적인 글로벌 물 기업들도 수에즈 인수와 같은 전략적 변화를 추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오래된 인프라를 대체하고 지속 가능한 물 관리를 위한 대체 수자원 개발 등이 강조되면서 기술 투자가 본격화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디지털 전환 및 스마트 물 관리와 같은 기술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물‧환경 기술을 판매해야 합니다. 저개발국에는 시설을 포함한 상용기술을 보급합니다. 개도국 및 선진국에는 고부가가치 첨단 기술 및 시스템 보급합니다. 전 세계 물‧환경 기술 수요 관리 및 지역별 관리 on-line 시스템을 구축합니다. 세계 물 데이터를 한국이 모으고 관리할 수 있습니다. 한국이 물 환경의 표준화 중심이 됩니다. 한국이 세계 시장 통일하여 3W(world, water, welfare)을 주도합니다. 윤석열 정부의 성과인 사우디, UAE 등 경제협력과 네옴시티 등에도 물이 핵심입니다.
박대석) 물 디지털 플랫폼 사업은 왜 필요한가요?
▲ 김영석) 2021년 기준, 전 세계 인구 중 2억 1900만 명이 물 부족에 직면하고 있습니다. 한국의 물 관리 기술을 활용하여 물 부족 국가에 수출할 수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내외 물·환경 인프라 통합관리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글로벌 물 패권(?)을 쥘 수 있는 부문입니다. 또 세계 물·환경정보 네트워크 구축 및 관리시스템 역시 수출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한국의 우수한 AI와 메타버스(metaverse) 기술을 투입하여 경쟁력확보는 물론이고 국내 IT산업 발전에도 기여를 하게 됩니다.
박대석) 최근 언론을 통하여 '물 안보'에 대한 중요성에 대하여 여러 번 말씀하셨는데요. 이 또한 물 관련 비즈니스와 관련이 있는지요?
▲ 김영석) 방사능 등 물 오염 초동감시와 제염시스템 구축은 시급하면서도 또 해외에 수출할 부가가치 높은 '물 안보' 방어무기 시스템입니다. 북한이 전력을 기울여 만든 핵을 무기로 사용할 우려에 대해서는 철저히 대비해야 하지만 더 위험한 일은 핵 개발과정에서 생기는 방사능 물질로 한국의 물을 오염시키는 일입니다.
100ml 크기의 국민 드링크 1/5 분량만으로도 한국인구 절반이 모여 있는 2600만 명의 수도권 생활용수 사용을 순식간에 마비시키고 회복하는데 장기간이 필요합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미량의 세슘 등을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본인은 물 안보 연구 단장으로 박근혜정권 시절 약 50여 명의 연구진들과 100억 원의 예산을 사용하며 5년간 물 안보에 대한 기초연구는 마친 상태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이제 기초 연구를 바탕으로 방사능 오명물질 투입 초동감시 및 발견 즉시 오염물질을 제거하는 시스템을 시급하게 추진해야 합니다.
여기에는 5년간 약 1조 원의 예산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이 시스템은 사람을 살상하는 무기가 아니라 지켜주는 백색무기, 방어무기로 해외에 수출할 수 있습니다. 전 세계 33개국에서 439기의 원자로가 운영 중입니다. 한국 주변에는 중국 55기, 러시아 37기, 일본 33기, 한국은 25기가 있습니다. 한국의 우수한 인력과 기술로 만든 '물 안보' 시스템은 한국 경제에 효자 노릇을 할 수 있습니다.
박대석) 최근 친수 도시 사업 일종인 '물꽃나라'에서 전문가로서 지원해주고 계시는데 한국 경제에는 어떤 영향이 있는 가요?▲ 김영석) 인구 26만 명의 이탈리아 베네치아(이탈리아식 발음)는 2019년 기준 연간 약 3,00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데 3.8km의 인공 운하 때문입니다. 한국은 2021년에 외국인 관광객이 1,495만 명이 방문했을 뿐입니다.
현재 '물꽃나라 추진단'에서 검토하고 있듯이 그저 흘러가는 한강을 고양시와 파주시 하천과 연결하여 한국형 베니스를 만드는 일은 고부가가치 명품도시로 지역가치와 국익을 높이는 일입니다.
인구나 교통 등을 고려하여 지정학, 지경학적으로 도시 주변의 바다나 강을 도심과 연결하는 유럽형 친수도시는 이에 한국이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할 때입니다. 친수도시, 수변도시 등 워터프런트 시티를 조성하는 데 필요한 토목, 건축, 환경 등 기술은 한국의 세계 정상급 수준입니다.
유명 관광국가와 비교하여 우수한 관광자원이 부족한 한국은 강과 바다라는 자연환경에 사람 사는 도시의 인문환경을 결합하는 물꽃나라 같은 친수도시 사업을 적극 추진해야 할 때입니다.
박대석) 공감합니다. 덧붙인다면 한국은 이제 도시개발에서도 AI와 메타버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또 인허가 등에 반영하도록 법제화도 필요합니다. 먼저 메타버스로 실제처럼 만들어 시행착오를 줄일 뿐만 아니라 메타버스 그 자체 또한 큰 시장인데 한국이 주축이 될 기회입니다.
세계적인 구글, 페이스북(메타), 마이크로소프트가 고전하고 있는 메타버스 시장에서 물꽃나라 같은 가상 친수도시가 실제로 만들어진다면 아마 메타버스의 통합, 표준화에 큰 축 되리라 봅니다.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김영석) 물과 관련한 사업을 통합할 한국수자원공사가 아주 중요합니다. 홍수와 가뭄 대비는 기본이고 국민이 안전하고 좋은 물을 사용하게 하는 전통적인 물관리사업은 아주 중요하고 지속해서 유지하고 발전시켜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이제 한국수자원공사는 반도체의 삼정전자와 SK하이닉스처럼 물에 관한 세계적인 중심회사가 되어야 합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대한민국에 지나온 시절 반도체처럼 물이 한국의 새로운 길은 여는 중심에 서야 할 때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 관련 전문가이면서 글로벌 물 비즈니스, 물 안보 등에 이론과 실전이 강한 전문가가 필요할 때라고 봅니다. 감사합니다.△ 김영석 박사는 고려대학교 토목환경공학 박사로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국토환경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을 역임했으며 상하수도기술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다. 건설·환경기술 분야 100여 건의 학술논문, 50여 건의 특허 보유하고 있고 미국 Purdue 대학 유학 및 대외 활동력 및 국내외 최고 전문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다.
또 김영석 박사는 중요한 사업을 성공한 사례도 많이 지니고 있다.
① 자연형 하천공법, 한국형 하천 수질 정화기술 개발로 양재천 등 10여 곳 적용, ② 환경 모범도시 건설을 위한 기반기술 개발, ③ 하수의 3차 처리 및 초기우수 동시처리기술 개발(일명 CAP System), ④ 국내 최초 중수도 개념 도입, ⑤ 환경 친화적인 건설기술 개발 지침 보급 등이다. 아울러 부 댐(댐 속의 환경 댐) 조성 기술 등도 가지고 있다.
- 대담 정리 박대석 -<한경닷컴 The Lifeist> 박대석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th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