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외국 근로자·한국 고용주 만남…마음 알고나니 속이 '뻥'

라오스 사이타니군 근로자 113명 지난 7일 입국 정선지역 농가 배치
고용주 "열심히 일하자…농약 칠 때는 방제 마스크 꼭 써라" 당부도
"돈 많이 벌어서 (고향으로) 가고 싶어요. "
지난 17일 오후 3시께 강원 정선군 신동읍 예미오거리 버스정류장 안에 외국인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었다.

정선군과 라오스 노동사회복지부의 협약으로 지난 7일 1차로 입국한 라오스 계절 근로자 113명의 일부다.

지난 9일부터 농업 현장에 투입된 이들 8명의 고향은 모두 라오스 수도 비엔티안의 사이타니군이다.
이날 이들이 모인 까닭은 쑤깐냐(33) 사이타니군 대외협력기관 과장이 먼 이국땅에서 일하는 라오스 국민의 실태를 파악하고자 찾아왔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잘 지내고 있냐?"라는 쑤깐냐 과장의 질문에 이들은 "돈 많이 벌어서 (라오스) 가야 하는데…요즘 비 내리고 추워서 일을 많이 하지 못해 걱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일한 시간만큼 임금을 받는 이들의 최대 체류 기간은 5개월이기 때문에 궂은 날씨 등으로 일을 못 하면 총수입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들은 "돈 많이 벌 수 있어서 좋다"며 대화 내내 미소를 감추지 못했다.

이들의 시끌벅적한 대화에 고용주인 김래욱(66) 진명 영농조합법인 대표도 합류했다.

김 대표는 "일할 때는 열심히 하고, 쉴 때는 푹 쉬고, 또 열심히 일하자"며 "(근로자들이) 열심히 일한 결과는 요즘 심는 씨앗이 싹을 틔우면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열심히 일하면 5개월 후 성과급도 줄 수 있다"며 "(내가) 밭에서 소리를 지르는 것은 화내는 것이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어서 잘 들리라고 하는 것이니 오해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 "한국 농약은 안전하지만, (너희는) 젊어 아직 살아가야 할 시간이 많으니까 농약 칠 때 방제 마스크를 꼭 쓰라"며 이들의 건강도 걱정했다.
신동읍 일대 52만여㎡ 밭에서 약초, 콩, 팥, 배추 등의 농사를 짓는 그가 외국인 계절 근로자와 함께 일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그동안 휴대전화 통역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대화했지만, 한계가 있었다"며 "모처럼 대화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알고 나니 속이 뻥 뚫렸다"고 좋아했다.

이날 라오스 계절 근로자의 나이순으로 작업반장도 뽑았다.

람폰(43) 작업반장은 "일이 조금 늦은 사람은 빨리빨리 하라고, 열심히 하는 사람은 계속 열심히 하라고 하겠다"며 "(사장님도) 농사 잘 가르쳐 달라"고 말했다.

정선군은 올해 상반기 총 342명의 라오스 계절 근로자를 농가에 배치할 계획이다. 2차는 오는 5월 중 입국할 예정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