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다시 일어서야죠" 대형산불 아픔 딛고 활기 찾아가는 강릉

황금연휴 맞아 경포 일원 '북적'…화마 할퀸 산림에도 새싹 움터
대형산불이 강원 강릉을 할퀸 지 벌써 3주 가까이 지났다. 30일 높은 곳에서 산림을 살폈을 때 화마가 지나간 흔적은 호랑이 등가죽 무늬처럼 더욱 짙었다.

불타 죽어버린 나무와 불길로부터 살아남은 나무는 그 색이 더욱 뚜렷이 대비되면서 '이 숲을 다시 회복할 수 있을까'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하지만 숲속으로 발걸음을 옮기자 그 생각은 기우였음을 깨달았다. 검게 그을린 산림 구석구석 연둣빛 싹이 고개 들며 다시 생명을 약속하고 있기 때문이다.
숲이 다시 푸르름을 되찾고자 온몸으로 애쓰는 것처럼 주민들도 일상을 회복하고자 힘쓰고 있다.

동해안 대표 관광지인 경포 일원은 노동절까지 이어지는 황금연휴를 맞아 이날 오전부터 차량이 몰렸다. 경포호 주위로는 다인승 자전거를 타는 관광객들이 줄이었고, 해변 인근 주차장은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로 붐볐다.

시민 이영한(56)씨는 "산불 이후로 침울했던 이곳에 관광객이 많아지면서 점점 활기를 찾아 기쁘다"며 "호숫가를 걷다 보면 불탄 숲과 집이 눈에 들어와 마음 아프지만, 다시 일어설 수 있을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산불 피해를 겨우 면했던 해송 숲에서는 그늘마다 돗자리나 접이의자를 편 시민과 관광객들이 제법 뜨거워진 볕을 피했다. 산불 발생 이후 손님이 뚝 끊겼던 유명 식당도 활기를 되찾았다.

유명 먹거리촌인 초당 순두부마을은 입구부터 차량 행렬이 이어졌고, 짬뽕 순두부로 유명한 맛집은 정오가 되기 전부터 입장을 기다리는 손님이 넘쳐났다.

관광객 최서은(47·서울 은평구)씨는 "가족과 함께 2박 3일 강릉 여행을 왔다"며 "원래 다른 지역을 가려 했는데 '가장 큰 봉사는 여행'이라는 말을 듣고 강릉을 찾기로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재민들이 일상으로 돌아오기에는 더 많은 시간과 온정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강릉시가 1차 조사한 산불 피해 결과에 따르면 재산피해액만 398억여원이다.

지난 24일 끝난 강원도와 중앙합동조사반의 2차 재해조사 결과에 따라 피해액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피해 조사가 완전히 마친 뒤에야 구체적인 지원 대책이 드러날 전망이다. 강릉시 관계자는 "피해 주민에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을 전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성금 모금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