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녹취' 與설왕설래…"태의원이 과장" "터질게 터졌다"

일각선 국민의힘 전신 새누리·미래통합당 '공천 파동' 소환도

국민의힘 내에서 '태영호 녹취'를 놓고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MBC가 지난 1일 보도한 태영호 최고위원 녹취에서는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태 최고위원과 대화 과정에서 공천 문제를 언급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당사자들은 공천 언급은 없었다며 부인했지만, 민감한 사안인 공천 관련 의혹인 터라 당 일각에서는 새누리당, 미래통합당 등 국민의힘 전신 정당에서 불거진 '공천 파동'까지 거론된다.

집권여당이었던 새누리당은 2016년 20대 총선 공천을 앞두고 청와대 개입 논란, 당내 친박(친박근혜)계·비박(비박근혜)계 갈등이 이른바 '진박감별'·'옥새 파동'으로 번지며 선거에 참패했다. 미래통합당의 2020년 21대 총선 공천 때는 당 지도부와 공천관리위원회가 반목하며 공천 결과가 뒤집히는 일이 빈번해 당 안팎에서 '호떡공천'이라는 비아냥까지 나오면서 역시 참패라는 결과지를 받아 들었다.

이 때문에 지난 대선으로 여당이 된 국민의힘 역시 친윤(친윤석열)계와 비윤(비윤석열)계간 내재한 갈등 요소가 공천 잡음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극도로 경계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최근 당 안팎에서 제기됐던 '대통령실 검사 공천설'에 당 지도부와 친윤그룹이 적극적으로 진화에 나섰던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이런 상황에서 태 최고위원 '녹취'가 공천 개입 의혹으로 비화해 논란이 커질 경우, 국정 지지율은 물론 총선에도 장기적으로 악재가 될 수 있다.
이에 지도부는 '개인 일탈' 내지는 '해프닝' 으로 규정하며 불씨를 끄는 데 진력하는 분위기다.

지도부 핵심 인사는 3일 통화에서 "태 최고위원 평소 언행에 문제가 적지 않다"면서 이번 녹취 건에 대해서도 "공천에 대한 주변 불안감을 다독이려다 보니까 이상한 이야기를 하게 된 것 같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 친윤그룹의 한 초선 의원도 "태 최고위원이 보좌진에게 좀 과장되게 이야기를 한 것뿐"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은 이날 MBC 라디오에서 "대통령실과 가까워도 내가 더 가까울 텐데 단 한 번도 공천 관련 이야기나 부탁을 들어본 적이 없다"며 "태 의원의 일방적인, 의원실 직원들과의 대화를 주축으로 당무 개입·공천 개입을 꺼내기에는 근거가 너무 빈약하다"고 반박했다.

공천이라는 민감성을 의식, 쉽사리 언급을 꺼리는 기류도 감지된다.

영남권 한 중진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공천 대화는 사실확인이 불가한 것 아닌가"라면서 "농담 반으로 한 이야기라면 그걸 진지하게 받아들인 것 자체가 난센스"라고도 했다.

재선 의원도 "사실 확인이 안 된 상황에서 할 말이 없다"며 답을 피했다.

반면, 한 초선 의원은 "애초에 전당대회 당원 100% 룰 개정부터 공천권 개입을 위한 수순 아니었겠나"라며 "의원들이 전부 쉬쉬하고 있지만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이고, 오히려 덤덤할 지경"이라고 했다. 이준석 전 대표도 CBS 라디오에 나와 "전당대회 지도부 선출에 사실상 개입했던 곳에서 그러면 공천에 개입 안 하겠느냐"라며 '대통령실 개입설'에 불을 지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