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대선 사흘전 야권 2위후보 사퇴…에르도안 최대 위기

야권 표분산 우려 불식…에르도안 vs 클르츠다로을루 일대일 구도
클르츠다로을루 지지 확대시 과반 득표 및 1차투표로 승리 가능성도
오는 14일 튀르키예 대통령 선거를 사흘 앞두고 지지율 3위를 기록 중인 야권 2위 후보가 전격 사퇴했다. 야권표 분산 우려가 불식됨에 따라 가뜩이나 불리한 상황인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현 대통령이 최대 위기에 몰리게 됐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AFP 통신 등에 따르면 무하람 인제 조국당 대표는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후보 사퇴를 발표했다.

그는 "나는 후보직에서 물러난다"며 "이는 조국을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제 대표는 이번 대선 6개 야당 단일 후보로서 가장 유력한 주자인 공화인민당(CHP) 케말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같은 CHP 출신으로, 지난 2018년 대선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에 패배한 적이 있다.

이번 선거에는 CHP를 탈당한 뒤 조국당을 창당해 후보로 나섰고 선거전 초반 지지율 5%대로 전체 3위, 야권 내 2위를 기록하면서 야권표를 분산한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그러나 선거 막판으로 갈수록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와 에르도안 대통령의 양강 구도가 강화하면서 지지율이 하락 추세를 보였다. 최근에는 그와 관련해 출처가 불분명한 성 추문과 함께 뇌물을 받고 대선에 출마했다는 음모론도 제기됐다.

인제 후보의 사퇴로 튀르키예 대선에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승리당 시난 오안 대표 등 후보 3명만 남았다.

그러나 군소후보로 분류되는 오안 대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여야 일대일 구도가 확립됐다. 그렇지 않아도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지지율이 뒤처지고 있는 에르도안 대통령으로서는 야권의 표 분산 우려가 불식되면서 더욱 큰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날 여론조사 기관 콘다(Konda)가 실시한 지지율 조사에서는 에르도안 대통령이 43.7%의 지지율로 49.3%를 얻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에 5.6%포인트 차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직전 일부 조사에서는 클르츠다로을루 대표의 지지율이 50%를 넘기기도 했다.

여기에 야권 후보인 인제 대표의 표가 클르츠다로을루 대표로 향할 경우 두 후보의 지지율 격차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만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가 오는 14일 투표에서 과반 득표에 성공할 경우 선거는 그대로 끝이 난다.

지금까지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클르츠다로을루 대표 두 후보 모두 과반 득표는 쉽지 않고, 오는 28일 두 후보 간 결선 투표가 치러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2013년 총리로 취임한 뒤 20년 넘게 집권 중인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경우 중임 대통령이 조기 선거를 통해 추가 5년 임기가 가능하게 한 헌법에 따라 2033년까지 최장 30년 집권까지 도전할 수 있게 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