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남은 부산영화제 내홍에 영화계 우려…"빨리 수습해야"

집행위원장·이사장 사의 표명에 "무책임하다" 지적도
국내 최대의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BIFF) 집행위원장과 이사장이 잇달아 사의를 표명하면서 영화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불과 5개월 앞둔 부산영화제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서는 조속히 갈등을 수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용관 부산영화제 이사장은 15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을 지고 이사장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지난 11일 허문영 집행위원장의 사의 표명에 대한 책임을 이유로 이 이사장 본인도 사의 표명을 한 것이다. 이에 따라 오는 10월 개최 예정인 부산영화제에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올해 영화제는 정부가 방역 완화 조치로 사실상 코로나19의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선언을 한 이후 처음으로 열리는 만큼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특히 한국 영화 위기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부산영화제를 한국 영화 재도약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컸다. 권영락 한국영화제작가협회 운영위원은 이날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과 이사장) 둘 다 없는 상황에서 사태 수습은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부산영화제 개최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새로운 체제를 꾸리기보다는 갈등을 봉합하고 현 체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영화제를 준비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권 운영위원은 "지금은 사태를 최대한 빨리 수습하는 게 우선"이라며 "(허 위원장과 이 이사장) 두 사람이 물러나면 대안을 찾기 어렵다"고 우려했다. 영화제작가협회는 이날 이용관 이사장의 사의 표명 직전 발표한 성명에서 허 위원장이 직무를 계속 수행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협회는 "2021년부터 영화제를 이끌어온 허문영 위원장은 영화계 안팎으로부터 긍정적 평가를 받는 사람으로, 대다수의 영화인은 그가 앞으로도 한동안 부산영화제를 이끌어가야 할 적임자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것은 지난 9일 열린 부산영화제 임시총회로 알려졌다.

이 회의에서 운영위원장을 신설하고 조종국 운영위원장을 선임함으로써 사실상 공동위원장 체제가 됐다.

허 위원장의 사의 표명은 이에 대한 반발로 해석된다.

최정화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대표는 "결과적으로 볼 때 공동위원장 체제를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소통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최 대표는 "영화제의 얼굴인 집행위원장 자리에 지금 다른 사람이 와서 수습할 상황은 아니라고 본다"며 "허문영 집행위원장이 자리를 지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부산영화제라는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핵심 인사들이 감정 다툼 양상을 보이는 게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도 있다.

이상우 한국영화인총연합회 사무총장은 "큰 국제영화제를 놓고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내부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자리를 내던지는 것은 무책임한 게 아닌가 한다"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영화인의 입장에서 이해할 수 없는 일로, 안타깝다"며 "소통을 통해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