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강국 스웨덴' 출산율 미스터리…"공식 깨졌다" 당혹 [강진규의 데이터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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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은 북유럽의 복지 강국이다. 1990년대 말 급격히 낮아진 출산율을 여성의 일·가정 양립을 가능케 하는 정책을 통해 반등시키는 데 성공한 국가로 꼽힌다. 저출산 대책을 마련해야하는 한국도 스웨덴의 사례를 가져와 정책을 짜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들어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경제상황이 자녀를 낳는 선택을 막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출산율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스웨덴의 출산율은 2010년 무렵까지 10여년간 상승세였다. 이 기간 스웨덴은 실업자와 한부모 가정 등에게 탁아소 비용을 면제하고 남성의 의무 육아휴직을 30일에서 3개월까지 늘리는 등의 정책을 폈다. 육아휴직을 반반씩 사용하는 부부에게 약 160만원을 자동 지급하는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한 것이 출산율 반등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0년 1.98명까지 오른 합계출산율은 이후 10년 넘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3년 1.89명, 2017년 1.78명, 2020년 1.67명 등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작년 1.52명으로 하락해 1.5명대까지 낮아진 출산율은 올해 1.50명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일부 스웨덴 언론에 따르면 1분기 출산율은 이미 1.4명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산율 수준(0.78명)보다는 두배 가까이 높지만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을 꼽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여성들이 출산 대신 일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어두워지면서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하는 경향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투잡이나 초과근무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올라 스웨덴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등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하락했다"며 "가족을 꾸리는 의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제도가 잘 돼있더라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겐 무의미하다는 게 올라 교수의 분석이다.
돈을 버는 걸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스웨덴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초산연령은 지난 2019년 29.75세로 높아졌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출산율 악화 사례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저출산 대책을 세우더라도 1%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와 같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선 성장 경로를 회복하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연금·노동 개혁 등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
하지만 최근들어 스웨덴을 비롯한 북유럽 국가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 좋은 정책에도 불구하고 암울한 경제상황이 자녀를 낳는 선택을 막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경제의 기초체력이 출산율을 좌우하는 요인이라는 것이다.
10년간 하락 중인 스웨덴 출산율
18일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스웨덴의 합계출산율(여성 1인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52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2020년 1.67명에서 0.15명 감소했다. 이같은 출산율 수준은 1998~1999년 기록한 1.5명 이후 23년만에 최저 수준이다.스웨덴의 출산율은 2010년 무렵까지 10여년간 상승세였다. 이 기간 스웨덴은 실업자와 한부모 가정 등에게 탁아소 비용을 면제하고 남성의 의무 육아휴직을 30일에서 3개월까지 늘리는 등의 정책을 폈다. 육아휴직을 반반씩 사용하는 부부에게 약 160만원을 자동 지급하는 등 일과 가정을 양립할 수 있는 정책을 확대한 것이 출산율 반등의 요인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0년 1.98명까지 오른 합계출산율은 이후 10년 넘게 추세적으로 하락하고 있다. 2013년 1.89명, 2017년 1.78명, 2020년 1.67명 등 감소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작년 1.52명으로 하락해 1.5명대까지 낮아진 출산율은 올해 1.50명으로 더 떨어질 전망이다. 일부 스웨덴 언론에 따르면 1분기 출산율은 이미 1.4명대를 기록했다. 한국의 출산율 수준(0.78명)보다는 두배 가까이 높지만 하락을 겪고 있는 것은 유사한 것으로 파악된다.
미래 불안이 출산율 최대 위협
스웨덴의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전문가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일·가정 양립 정책을 확대하면 출산율이 오른다는 기존의 공식이 깨진 것이기 때문이다. 앤 고티에르 흐로닝언대 가족학과 교수는 2020년 영국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스칸디나비아의 패키지가 옳았다고 생각했지만 출산율이 하락하고 있다"며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알아내려고 노력중"이라고 했다. 볼프강 루츠 위트겐슈타인 인구센터장은 2020년 논문에서 "국가가 일과 가정의 양립을 보장하는 것이 높은 출산율을 가져올 것이라는 대표적인 가설이었다"며 "(그렇지 않은 상황이) 당혹스럽다. 인구학은 이러한 현상에 대한 설명을 아직 찾지 못했다"고 썼다.이같은 현상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경제상황'을 꼽고 있다.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북유럽 국가들의 경제상황이 악화하면서 여성들이 출산 대신 일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 대한 전망이 더 어두워지면서 자녀를 낳지 않기로 하는 경향도 퍼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구학 권위자인 데이비드 콜먼 영국 옥스퍼드대 인구학과 명예교수는 "경제가 흔들리면서 투잡이나 초과근무를 선택하는 여성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비아 올라 스웨덴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교수는 "불안정한 일자리가 많아지는 등 노동시장의 안정성이 크게 하락했다"며 "가족을 꾸리는 의지에 절대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육아휴직 제도가 잘 돼있더라도 직업이 없는 사람에겐 무의미하다는 게 올라 교수의 분석이다.
돈을 버는 걸 중시하는 분위기가 퍼지면서 스웨덴의 첫 아이 출산 연령은 계속 지연되고 있다. 스웨덴 통계청에 따르면 초산연령은 지난 2019년 29.75세로 높아졌는데, 이는 역대 최고 수준이다.
1%대 저성장 한국, 경제 기초 체력에도 신경써야
미래가 안정적일 것으로 전망하는 젊은이가 줄면서 출산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도 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콜먼 교수는 "코로나19 시기의 극단적인 봉쇄 등이 이들의 자녀 출산 의향에 영향을 준 것으로 파악된다"고 했다. 군나르 안데르손 스웨덴 스톡홀름대 사회학과 교수는 "경기 침체와 함께 기후변화에 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이는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인식을 공고히하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복지 천국으로 알려진 스웨덴의 출산율 악화 사례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고 있는 한국에도 많은 시사점을 주고 있다. 아무리 좋은 저출산 대책을 세우더라도 1%대 성장률이 예상되는 올해와 같은 저성장이 고착화되면 출산율 반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래 안정성에 대한 신뢰를 주기 위해선 성장 경로를 회복하고,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연금·노동 개혁 등이 필수적이란 분석이 나온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