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랍연맹 복귀 '학살자' 아사드 "평화를 위한 아랍 연대 기대"

아랍연맹 정상회의를 통해 국제 외교무대에 복귀한 '시리아의 학살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이 역내 평화를 위해 아랍권이 단결하는 새로운 시대를 희망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아사드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열린 아랍연맹 정상회의 연설에서 "전쟁과 파괴가 아닌 지역의 평화와 발전, 번영을 위한 아랍권의 연대를 위한 새로운 행동이 시작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13년 만에 아랍연맹 정상회의에 복귀한 그는 이어 세계정세가 요동치는 가운데 이번 정상회의가 열린다면서 "하지만 이번 정상회의를 통해 최고조에 달한 아랍국가간의 화해로 희망은 자라나고 있다"고 덧붙였다.

아사드 대통령은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역내 화해를 위해 큰 역할을 했다며 감사의 뜻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어 시리아가 계속 아랍 세계에 머물러 있겠지만, 내정간섭은 하지 않기를 희망했다. 그는 "한 나라 내부의 일들은 그 나라 사람들에게 맡겨두는 것이 중요하다.

해당 국가 사람들이 그 문제를 가장 잘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아사드 대통령은 시리아의 과거와 현재, 미래는 아랍 민족주의라고 강조하면서도 오랫동안 자신을 지지해온 이란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았다. 아사드 정권은 2011년 '아랍의 봄' 민주화 운동을 계기로 내전이 발발하자 반정부 시위대를 가혹하게 탄압해 '학살자'라는 별명을 얻었다.

야권 인사를 탄압하기 위해 별도 수용 시설을 운영했고, 이곳에서는 고문 등 잔혹 행위가 자행됐다고 외신은 보도했다.

수감자 상당수는 고문받다가 숨졌고, 정신을 잃거나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아랍 국가들은 반정부 시위 강경 진압과 잔혹 행위를 이유로 들어 시리아와의 관계를 끊었다.

결국 시리아는 22개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에서 퇴출당했다.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와 이란 등의 군사 지원으로 한때 반군에게 빼앗겼던 국토 대부분을 다시 장악하자 최근 수년간 아랍 국가들은 관계 회복 움직임을 보여왔다.

결정적인 계기가 된 것은 튀르키예(터키) 강진으로, 제재로 구호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시리아에 이웃 아랍국가들이 손을 내밀었다.

이후 지난 3월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 정상화 합의 후 아랍국가와 시리아 간 대화는 급물살을 탔다.

결국 아랍연맹은 지난 7일 카이로 회의에서 시리아의 연맹 복귀를 결정했고, 사우디 국왕은 아사드 대통령을 이번 정상회의에 초청했다.

사우디의 실권자인 빈살만 왕세자도 개막 연설을 통해 시리아의 연맹 복귀를 환영하면서 "아랍연맹 복귀를 계기로 시리아가 위기를 종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셰이크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군주(에미르)는 이날 회의가 열리는 제다에 왔지만, 공식 일정을 소화하지 않은 채 출국해 그 배경이 관심이 쏠린다.

이와 관련, 아랍연맹 관리는 로이터 통신에 카타르 군주가 양자 회담도 하지 않았으며, 아사드 대통령 연설 직전 회의장을 떠났다고 전했다. 시리아 내전 이후 알아사드 정권을 노골적으로 비판해온 카타르는 아랍연맹의 시리아 복귀 결정이 나온 이후에 "(카타르는) 시리아와 관계를 정상화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