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北도발에 단합대응"…EU "우크라戰 협력, 사치 아닌 필수"(종합)

8년 만에 정상 공동성명…'그린 파트너십' 체결·외교장관 전략대화 신설
핵심 원자재법 등 EU 경제입법 관련 협의 지속키로…EU "북 핵·미사일 프로그램 인정 않을 것"
윤석열 대통령은 22일 유럽연합(EU) 지도부와 정상회담을 갖고 그린·보건·디지털 등 3대 분야 협력과 지역·국제 현안에 대한 공조 강화를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용산 대통령실에서 샤를 미셸 EU 상임의장, 우르술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가진 뒤 공동 언론발표를 통해 이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윤 대통령과 EU지도부는 수교 60주년을 맞아 5년 만에 성사된 대면 회담을 통해 8년 만에 정상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먼저 '한·EU 그린 파트너십'을 체결, 기후 행동, 환경보호, 에너지 전환 등 포괄적인 기후·환경 분야 협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아울러 '한·EU 보건 비상 대비 대응에 대한 행정 약정'을 체결해 의료 대응 수단의 연구, 혁신, 제조와 심각한 초국경적 보건 위기 대비, 백신 접종 및 생산 역량에 대한 제3국 지원 등 보건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또 한국 외교장관과 EU의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 간 '한·EU 외교장관 전략대화'를 신설하기로 했다.

이와 별도로 기존의 '산업정책대화'(IPD)를 '공급망·산업정책대화'(SCIPD)로 확대 개편하고, 첫 회의를 올해 안에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이 회의에서는 반도체 공급망 안정을 위한 공동 메커니즘을 개발하고 EU 반도체법 관련 협의를 이어갈 전망이다.

특히 '핵심 원자재법'(CRMA)을 비롯한 EU 경제입법 관련 협의를 지속하고, 조기경보시스템(EWS) 개발과 관련한 협력도 강화하기로 했다.

유럽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불리는 핵심 원자재법 초안이 최근 발표됨에 따라 EU 측과 계속 논의하면서 국내 기업에 대한 차별적 요소를 최소화한다는 게 한국 정부의 목표다. 윤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우리는 양자 간 호혜적인 경제협력이 반도체 공급망, 디지털, 우주 등 미래 산업 분야로 확대되는 것을 환영했다"며 "EU가 추진 중인 핵심 원자재법 등 일련의 입법이 양자 경제협력에 제약을 가져오지 않도록 긴밀한 소통을 지속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과 EU 지도부는 아울러 지역·국제 현안에서 공조를 강화하기로 하면서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대응하기로 했다.

윤 대통령은 언론발표에서 "우리는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이 한반도를 넘어 글로벌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된다는 점에 인식을 함께했다"며 "북한 도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단합된 대응을 위해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EU 지도부는 특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미셸 상임의장은 "우크라이나의 대대적 침공이 일어나는 지금 시점에서 심도있는 한·EU 협력은 사치가 아니라 정말 우리에게 필수불가결한 것이 됐다"며 "우크라이나 전쟁 규탄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 국민에게 지지를 보내준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또 "EU는 핵무기를 절대 용인하지 않을 것이며 한국의 계속된 평화와 안정을 도모하는 노력에 같이 동참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도 "러시아는 유엔헌장과 국제법을 중대하게 위반하고 있다"며 "한국은 초기부터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고 (대러) 제재를 가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강력한 유대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이어 "EU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용인하지 않듯, 북한의 지속적인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윤 대통령은 EU 최대 규모 연구 혁신 프로그램인 '호라이즌 유럽'에 준회원국으로 가입하는 협상을 추진하기로 했다.

2021년부터 7년 동안 995억유로(약 130조 원)가 투입되는 프로그램이다.

한국은 지난해 2월 가입 의향서를 제출한 뒤 네 차례 회의를 진행해왔으며, 이날부터 본 협상 단계에 진입하게 됐다.

EU 지도부는 일본 히로시마에서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마치고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EU 상임의장과 집행위원장의 동시 방한은 11년 만이며, 현 지도부의 방한은 처음이다. EU 지도부는 내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 윤 대통령의 참석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