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현인 헨리 키신저가 꼽은 리더의 조건은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쓴 '헨리 키신저 리더십' 출간
헨리 키신저는 그야말로 산전수전 다 겪은 정치인이다. 그는 1970년대 국무장관과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내며 미국 외교 정책을 이끌었다.

당대 수많은 리더를 만났고, 100세인 요즘도 노익장을 과시하며 여러 리더와 교분을 쌓고 있다.

최근 번역돼 출간된 '헨리 키신저 리더십'(민음사)은 키신저가 만나본 뛰어난 리더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전후 독일 총리를 지낸 콘라트 아데나워, 샤를 드골 프랑스 대통령,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 안와르 사다트 이집트 대통령, 리콴유 싱가포르 총리,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 등 전직 수반 여섯 명의 이야기를 실었다.

이들의 공통점은 모두 세계대전을 겪었다는 것이다.

이들 리더는 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피난 다니며 각자의 방식대로 난관을 헤쳐 나갔다. 이런 역사적 격변은 여섯 명 모두에게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겼다고 저자는 말한다.

상황에 압도되지 않고, 관조하며 오히려 상황을 유리하게 끌고 가는 힘 말이다.
책에 따르면 리더는 '정치인형 리더'와 '예언자형 리더'로 나눌 수 있다. 현명한 정치인형 리더는 새로운 상황에 발맞춰 기존 제도와 가치를 뛰어넘을 줄 아는 리더다.

독일 재상 비스마르크나 영국 총리 디즈레일리처럼 순리에 맞춰 사회 진보를 점진적으로 이룩해가는 인물이다.

반면 예언자형 리더는 보다 혁명적인 인물에 가깝다.

"현상을 관리하기보다는 뛰어넘는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다.

레닌, 로베스피에르, 잔 다르크, 간디 같은 위인이 이에 해당한다.

책에 등장하는 여섯 명의 리더는 이 두 가지 경향을 종합했으나 대부분 정치인 유형에 좀 더 가까운 인물들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이들은 복잡다단한 현대의 세계를 보면서 현명한 판단을 내릴 줄 알았던 리더들이었다.

급변하는 세계정세 속에서 "과거의 상대적 확실성과 미래의 모호성 사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린 길을 찾아야" 했던 정치인들이었다.

저자는 이들 여섯 명이 "자기 사회를 둘러싼 상황을 이해하는 능력, 현재를 관리하고 미래를 만들어 갈 전략을 고안하는 수완, 숭고한 목표를 위해 사회를 움직이는 솜씨, 결점을 신속히 보완하는 태도"라는 공통 자질을 갖추고 있었다고 평가한다. 서종민 옮김. 604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