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우크라 민병대 "국경은 아주 길다" 러 본토 추가공격 경고

지휘관들, 우크라 북부 숲에서 게릴라식 기자회견
"러군 느리고 겁에 질려"…미제차량 자체구매 주장
"우크라 내에선 조율…우크라 국경 밖 모든 것은 우리가 결정"
우크라이나 접경 지역인 러시아 서부 벨고로드를 공격한 친우크라이나 성향 민병대들이 러시아 본토를 겨냥한 추가 공격을 경고하고 나섰다. 벨고로드 공격의 배후인 친우크라이나 무장세력 지휘관들은 24일(현지시간) 러시아 국경과 가까운 우크라이나 북부의 한 숲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가 추가적인 국경 공격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고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보도했다.

지난 22∼23일 벨고로드를 공격한 무장세력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정권에 반대하는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인들로 구성된 '러시아자유군단'(FRL)과 '러시아의용군단'(RVC) 등 2개 민병대로 알려졌다.

RVC의 한 지휘관인 화이트 렉스(가명)는 기자회견에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국경은 아주 길다"며 "뜨거워지는 지점이 다시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틀 동안 진행된 벨고로드 공격을 성공으로 자평하고 "러시아의 군사·정치적 리더십이 (공격에) 완전히 준비되지 않은 점을 알았다.

행동에서 모든 것이 무너졌다"고 덧붙였다.

그는 러시아 언론이 벨고로드 공격한 세력이 신나치주의자들이라고 보도하는 것과 관련해 "나는 우파이지만 파시스트(극우파) 성향은 아니다"며 벨고로드를 공격한 이유는 우크라이나가 전쟁에서 이기도록 돕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화이트 렉스는 우크라이나군이 이번 공격의 목적을 알고 있었다며 우크라이나군이 차량 휘발유와 부상한 병사들의 치료 등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우크라이나 국경 안에서 한 모든 것은 분명히 우크라이나군과 조율한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국경 밖에서 한 모든 것은 우리의 결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우크라이나군이 RVC에게 행운을 빌었지만 국경을 넘어 러시아로 들어가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 RVC이 공격에서 미국산 차량을 사용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기자회견에서 케사르(가명)로 소개된 다른 지휘관은 벨고로드 공격 당시 러시아군 상황에 대해 "반응은 느리고 겁에 질렸고 체계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케사르는 FRL이 벨고로드를 공격할 때 미국산 장갑차들을 동원했지만 이것들은 우크라이나군으로부터 지원받지 않고 FRL이 구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FRL이 전투에서 손실이 있었다고 했으나 얼마나 많은 병사가 죽거나 다쳤는지 언급하지 않았다.

이날 기자회견은 러시아 미사일 공격이 표적이 되지 않도록 엄격한 시간제한에 따라 약 40분 동안 진행됐고 민병대원들은 기자회견 후 픽업트럭을 타고 떠났다.

군사전문가들은 벨고로드 공격에 대해 우크라이나 남동부 전선에서 러시아 병력을 분산하고 러시아 정부를 당혹스럽게 하려는 의도로 분석한다고 NYT가 전했다.
지난 22일 장갑차까지 동원한 무장세력이 벨고로드에 침투해 러시아군과 교전을 벌였다.

러시아 국방부는 사건 이틀째인 23일 브리핑에서 "대테러작전 과정에서 테러리스트 70여명을 사살하고, 장갑차 4대, 차량 5대를 파괴했다"고 밝혔다.

작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러시아 본토에서 발생한 최대 규모의 교전이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우크라이나 민병대의 그런 행위에 대해 앞으로도 즉각적이고 극도로 가혹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벨고로드 공격과 우크라이나 정부는 아무런 관련이 없다며 배후설을 부인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