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이코노믹 허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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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 = 신세은 지음. "여자들이여! 우리의 권리를 깨달읍시다! 여자가 남자처럼 단두대에 설 수 있다면, 그와 함께 연단에서 설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여성이 사회적 발언권을 얻기 어려웠던 시절, 용기를 내 이렇게 주장한 시민운동가 올랭프 드 구주(1748∼1793)는 연단에 오를 기회를 끝내 얻지 못하고 대혁명 중인 1793년 프랑스의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처형당한 후 당시 여성들은 "성별을 잊고 오만하게 구는 여자는 저렇게 될 것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철옹성 같았던 남성 중심의 질서가 결코 진리가 아니고 불변의 법칙도 아니라는 것은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분명해졌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은 올랭프 드 구주처럼 사회적 굴레를 벗어나 역사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했던 여성 10명을 조명했다.
저자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인물 중 하나로 프리다 칼로(1907∼1954)를 꼽았다. 그는 여성이며 장애인이라는 중첩된 약자의 지위로 살았으며 생전에는 프리다보다는 민중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프리다는 여성에 대한 차별, 디에고의 외도, 유산, 건강 문제 등으로 좌절, 분노, 고통이 뒤범벅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몸소 겪은 삶의 모순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억압받는 여성의 몸과 이에 대한 저항,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를 조명한 그림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임금 삭감에 반대하며 을밀대 지붕에서 고공 투쟁을 벌인 평양고무공장 여공 강주룡(1901∼1931)과 탈레반의 총을 맞은 후 극적으로 살아남아 여성 교육 문제를 세계적으로 환기한 2014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1997∼)의 스토리도 소개한다.
돌베개. 208쪽. ▲ 이코노믹 허스토리 = 이디스 카이퍼 지음. 조민호 옮김.
애덤 스미스(1723∼1790), 카를 마르크스(1818∼1883),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같은 남성 학자들의 공을 강조하는 현대의 경제사상사는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코노믹 허스토리'는 18∼19세기 영국과 프랑스 및 19∼20세기 미국 여성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고, 어떤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어떤 해법을 모색하고 싸웠는지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려고 시도한 책이다.
책은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등 경제사상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 여성 102명의 이름을 소개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경제학자'가 아닌 '경제 저술가'로 분류된다. 여성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당시 상황이 투영됐다.
18세기 여성의 경우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상류층이나 귀족조차 자신의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행위가 법과 제도로 엄격하게 규제받았다.
그래서 경제적 문제에 관한 여성들의 생각은 소책자, 서한, 일기, 메모, 에세이, 시와 같은 비학술적인 형식의 글을 통해서 표현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저자는 많은 여성 경제학자가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문제를 제시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인류는 반쪽짜리 경제학을 숭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여성은 얼마든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고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데도 이런 변화가 여성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남성과 똑같이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경제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경제신문. 416쪽.
/연합뉴스
여성이 사회적 발언권을 얻기 어려웠던 시절, 용기를 내 이렇게 주장한 시민운동가 올랭프 드 구주(1748∼1793)는 연단에 오를 기회를 끝내 얻지 못하고 대혁명 중인 1793년 프랑스의 단두대에서 생을 마감했다.
그가 처형당한 후 당시 여성들은 "성별을 잊고 오만하게 구는 여자는 저렇게 될 것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한다. 당시로서는 철옹성 같았던 남성 중심의 질서가 결코 진리가 아니고 불변의 법칙도 아니라는 것은 200여년이 지난 오늘날에는 분명해졌다. '새로운 길을 만드는 여자들'은 올랭프 드 구주처럼 사회적 굴레를 벗어나 역사를 개척하기 위해 도전했던 여성 10명을 조명했다.
저자는 운명에 굴복하지 않은 인물 중 하나로 프리다 칼로(1907∼1954)를 꼽았다. 그는 여성이며 장애인이라는 중첩된 약자의 지위로 살았으며 생전에는 프리다보다는 민중 화가인 디에고 리베라의 아내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프리다는 여성에 대한 차별, 디에고의 외도, 유산, 건강 문제 등으로 좌절, 분노, 고통이 뒤범벅된 일상을 보냈다.
하지만 몸소 겪은 삶의 모순을 작품으로 승화시켰다. 억압받는 여성의 몸과 이에 대한 저항,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투쟁하는 멕시코를 조명한 그림은 시간이 갈수록 많은 이들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고 있다.
저자는 일제 강점기 임금 삭감에 반대하며 을밀대 지붕에서 고공 투쟁을 벌인 평양고무공장 여공 강주룡(1901∼1931)과 탈레반의 총을 맞은 후 극적으로 살아남아 여성 교육 문제를 세계적으로 환기한 2014년도 노벨평화상 수상자 말랄라 유사프자이(1997∼)의 스토리도 소개한다.
돌베개. 208쪽. ▲ 이코노믹 허스토리 = 이디스 카이퍼 지음. 조민호 옮김.
애덤 스미스(1723∼1790), 카를 마르크스(1818∼1883), 존 메이너드 케인스(1883∼1946)와 같은 남성 학자들의 공을 강조하는 현대의 경제사상사는 사회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의 역할을 암묵적으로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코노믹 허스토리'는 18∼19세기 영국과 프랑스 및 19∼20세기 미국 여성들이 어떤 일상을 보냈고, 어떤 경제적 문제에 직면해 어떤 해법을 모색하고 싸웠는지를 새로운 관점으로 보여주려고 시도한 책이다.
책은 로자 룩셈부르크(1871∼1919) 등 경제사상사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한 여성 102명의 이름을 소개하지만, 이 가운데 일부는 '경제학자'가 아닌 '경제 저술가'로 분류된다. 여성이 체계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당시 상황이 투영됐다.
18세기 여성의 경우 읽고 쓰는 법을 배운 상류층이나 귀족조차 자신의 글을 책으로 출판하는 행위가 법과 제도로 엄격하게 규제받았다.
그래서 경제적 문제에 관한 여성들의 생각은 소책자, 서한, 일기, 메모, 에세이, 시와 같은 비학술적인 형식의 글을 통해서 표현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저자는 많은 여성 경제학자가 실질적이고도 중요한 문제를 제시했지만, 여성이라는 이유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고 이에 따라 인류는 반쪽짜리 경제학을 숭배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오늘날 상황은 다르다.
대부분 선진국에서 여성은 얼마든지 대학원에 진학할 수 있고 미국과 서유럽에서는 여성이 남성보다 더 많이 석사학위를 취득하고 있다.
저자는 그런데도 이런 변화가 여성이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남성과 똑같이 접근할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라며 경제학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더 큰 노력과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서울경제신문. 416쪽.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