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야 이제 안녕'…일상 풍경 바뀐 사실상 엔데믹 첫날

어린이집·학교 '노마스크' 등원…지방의회에서도 방역 완화
직장인 사이에선 불만도 나와…"아파도 이제 못 쉬니까 억울"
동그스름한 코, 발그레한 볼, 앙다문 입술.
1일 오전 10시께 대구시 동구 신암동 꿈꽃어린이집.
등원 버스에서 내린 아이들 한명 한명의 표정이 선명하게 들어온다. 얼굴을 가렸던 답답한 마스크를 벗고 반가운 선생님을 향해 환한 웃음을 짓는다.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첫날에 접한, 이전과는 달라진 일상 풍경이다.

정부는 이날 0시를 기해 코로나19 위기경보 단계를 '심각'에서 '경계'로 낮췄다. 그동안 확진자에게 적용됐던 7일 격리 의무도 5일 격리 권고로 완화했다.

의원과 약국에서의 마스크 착용 의무도 전면 권고로 바뀌었고, 입국자에게 입국 3일 차에 권고했던 유전자증폭(PCR) 검사도 해제했다.
한순간에 달라진 방역 조처는 주변 풍경을 바꿔놓았다. 이날 정례회 1차 본회의가 열린 경기도 부천시의회에서는 시의원 26명을 포함한 참석자 50여명 중 마스크를 쓴 이를 단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본회의 주요 안건과 관련한 투표 과정에서도 비닐장갑을 끼거나 소독 용품을 사용했던 과거와 달리, 방역 조처는 이뤄지지 않았다.

시청과 시의회 출입구 모두 전면 개방된 상태였으며 체온 확인 없이 청사를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다. 대전시 서구의 한 공원에서는 마스크를 벗은 채 반려견과 산책하는 한 시민을 만나볼 수 있었다.

이 시민은 "오늘부터 방역 수칙이 달라진 것을 알지 못했는데 다시 예전 일상으로 돌아가는 듯 해 기쁘다"며 미소 지었다.

어린이집과 학교 교사들도 엔데믹 이후 마스크 착용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 창원시 성산구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으니 더 편하게 생활하는 것 같다"고 했고, 마산합포구 한 중학교 관계자는 "엔데믹 분위기에다가 날씨도 더워져서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학생들이 많다"고 전했다.
사실상 엔데믹을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에도 일부 직장인은 달라진 방역 정책에 볼멘소리를 냈다.

서울의 한 대기업에서 일하는 김모(28)씨는 "예전에는 '코로나 걸렸어요' 한 마디면 병가를 쓸 수 있었는데 이제 내가 얼마만큼 아픈지 증명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고 말했다.

코로나19에 감염된 적이 없다는 박모(31)씨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걸리면 아픈 건 똑같은데 이제 못 쉴 수도 있고 눈치를 봐야 하니까 좀 억울하다"고 토로했다.

정부는 엔데믹 이후에도 아프면 쉬는 문화가 사업장 등에 정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진송 이미령 박세진 김선경 강수환 김상연 정경재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