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 반도체 설계회사 설립

경쟁사 오포의 반도체 설계사 폐업과 대비되며 주목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아너(룽야오·榮耀)가 반도체 설계 자회사를 설립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중국 기업정보 사이트 치차차를 인용, 아너가 지난달 31일 상하이의 린강자유무역구 내에 자본금 1억 위안(약 185억원) 규모의 자회사 '상하이 아너 지능 기술 개발'을 세웠다고 보도했다.

공개된 정보에 따르면 해당 자회사는 반도체 설계와 판매, 관련 서비스와 인공지능(AI)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아우른다.

아너는 성명에서 이 자회사가 핵심 소프트웨어, 그래픽 알고리즘, 통신과 사진촬영의 연구·개발(R&D)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너는 이 회사가 반도체 개발 작업을 할 것인지 확인하지 않았지만, 경쟁사인 오포가 갑자기 반도체 설계 자회사의 문을 닫은 상황이라 아너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고 SCMP는 설명했다.

앞서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는 지난달 12일 돌연 반도체 설계 자회사 쩌쿠의 문을 닫는다고 발표, 거의 3천명에 가까운 엔지니어들이 해고됐다.

오포는 글로벌 경제와 스마트폰 시장의 불확실성을 자회사 폐쇄 이유로 꼽았지만, 중국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미국의 잠재적 제재를 피하기 위한 노력 등 비재무적인 다른 이유도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됐다. 또한 쩌쿠의 폐업은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들이 스스로 반도체를 개발할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의문을 제기했다고 SCMP는 전했다.

중국의 또다른 스마트폰 제조사 샤오미는 지난주 반도체 개발에 계속 전념할 것이라고 재확인하면서도 장기 투자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아너의 자오밍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제품 출시 행사에서 자사의 반도체 전략이 필요에 기반할 것이라며, 자체 개발을 할지 외부 파트너와 협력할지는 제품의 필요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아너는 지난 3월 처음으로 자체 개발한 무선주파수통신 반도체 '아너 CI'를 발표했다.

그러나 당시 자오 CEO는 더 복잡한 반도체를 개발하기 위해서는 미국 퀄컴이나 대만 미디어텍과 같은 공급업자들과 장기 협력을 구축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3년 중국 최대 통신장비업체 화웨이가 설립한 아너는 빠르게 성장해 20개 해외 시장으로 진출했다.

지난해 아너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18%였다.

아너는 2020년 11월 선전시 정부가 주도하는 컨소시엄에 매각됐는데, 이는 화웨이가 미국의 블랙리스트에 오른 데 따른 파장을 피하기 위함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미국은 2019년 화웨이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자국 기술에 대한 접근을 차단했고, 2020년에는 화웨이 스마트폰에 대한 반도체 공급을 제한했다. 이전까지 중국 반도체 산업을 견인했던 화웨이의 반도체 설계 자회사 하이실리콘은 미국의 제재로 경쟁에서 밀려나기 시작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