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응원받은 우상혁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해"

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 2m30으로 2위…우승은 다시한번 해리슨
"우승 못해 아쉽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아"
"Woo(우)! Woo! Woo!"
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피렌체 루이지 리돌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세계육상연맹 로마·피렌체 다이아몬드리그 남자 높이뛰기 결선.
'스마일 점퍼' 우상혁(27·용인시청)이 뛸 준비를 할 때마다 관중석에선 그의 이름(성)이 크게 울려 퍼졌다. 출전 선수 9명 중 유일하게 이름이 불린 우상혁은 힘차게, 그리고 행복하게 날아올랐다.

우상혁은 이날 2m30을 넘었다.

2m32의 주본 해리슨(24·미국)에게 뒤져 2위로 우승은 놓쳤지만 아쉬움보다는 벅찬 감정이 먼저였다. 경기 뒤 믹스드존(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우상혁은 "관중들이 구호해주는 게 항상 감동"이라며 "높이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좋고 행복하다.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2020 도쿄올림픽에서 보는 이들을 미소 짓게 만드는 특유의 긍정 에너지, 활기찬 세리머니 등으로 큰 호응을 받으면서 단숨에 세계적인 스타로 등극했다. 도쿄올림픽에서 4위로 아깝게 메달을 놓쳤으나 활짝 웃으며 거수경례하는 장면이 화제가 되며 '스마일 점퍼'라는 별명도 얻었다.
우상혁은 "육상에 관심이 있는 팬들이나 관계자들은 다 구호를 알고 항상 응원해준다"며 "높이뛰기 선수로서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행복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을 대표해서 뛰는데, 제 이름을 불러주는 게 사실 말이 안 되는 것 같다"며 "그런데 매번 대회를 나갈 때마다 이런 응원을 받아서 믿어지지 않는다"며 환하게 웃었다. 우상혁은 관중들의 응원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일부러 세리머니를 크게 한다고 했다.

그는 "관심에 보답하는 게 선수로서 팬들을 대하는 자세가 아닐까 한다"며 "제가 높이뛰기를 사랑하고 좋아하는 만큼 다 같이 즐겼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날 피렌체에는 오후부터 줄곧 비가 내려 그라운드 상태가 좋지 않았다.

우상혁은 이러한 악조건 속 경기도 즐겼다.

그는 "8월 부다페스트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오늘처럼 비가 올 수 있다"며 "가장 중요한 세계선수권대회를 향해 하나하나 소중한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우상혁은 경쟁도 즐겼다.

우상혁은 이날 경기에서 해리슨과 우승을 놓고 마지막 대결을 펼쳤다.

2m32로 바를 높인 뒤 우상혁과 해리슨은 1, 2차 시기에서 모두 실패했다.

해리슨은 2m32를 3차 시기에서 넘었고, 우상혁은 3차 시기에서도 바를 떨어뜨렸다.

올해 다이아몬드리그 개막전인 5월 6일 도하 대회에서도 해리슨이 2m32로 1위, 우상혁이 2m27로 2위를 했다.

우상혁은 "해리슨과 또 최종 승부를 겨루게 됐는데, 아쉽지만 다음 만날 때 이기면 된다"며 "지금 계속 이기면 그 자리를 지키는 게 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해리슨과 경쟁하는 게 재미있다.

높이뛰기가 더 재미있어졌다"며 "해리슨과 서로 격려하면서 너무 재미있게 했다"고 덧붙였다.

우상혁은 "우승을 못 한 건 아쉽지만 계속해서 나아가는 느낌이 나쁘지 않다"며 "아파서 좋지 않은 기록으로 끝난 게 아니라 지금은 좋은 느낌 받으면서 뛰고 있다"고 소개했다.

6월 첫 점프에서 2m30을 넘은 우상혁은 지금처럼 기복 없는 경기력을 유지하는 게 첫 번째 목표다.

그는 "꾸준히 2m30 이상을 유지하는 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며 "그렇게 조금씩 부족한 점을 보완해나가면 2m30에서 2m30 초반대, 그리고 2m35, 2m37을 뛸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우상혁은 "다시 한번 한국신기록을 세울 기회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다짐하듯 말했다.

우상혁이 언급한 2m37은 자신이 보유한 한국신기록 2m36보다 1㎝ 높다. 그가 도쿄올림픽에서 도전했으나 실패한 높이기도 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