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에 맞서 싸우는 우크라 '여성 드론부대'…"최전선서도 활약"

英 선데이타임스 보도…"40명 드론학교 마치고 실전 부대 배치"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에서 오케스트라 플루트 연주자로 일했던 크리스티나 쇼스타크(43)는 이달 초 시내 남쪽의 한 공원에서 드론(무인기) 조종 교육을 받았다. 쇼스타크는 결혼 설계사, 여자 경찰, 기자 등과 함께 '디나모'라는 콜사인을 가진 군인 교관의 설명을 주의 깊게 듣었다.

디나모가 "여러분은 우리 도시와 국가를 보호하는 법을 배우는 중요한 임무에 참여하고 있으며 함께 승리할 것"이라고 하자 학생들은 "우크라이나에 영광을"이라는 구호로 호응했다.

곧이어 중국산 '매빅(Mavic)-3' 무인기와 조종기를 넘겨받은 쇼스타크가 드론을 상공으로 날려 올렸다. 영국 일간 더타임스 일요판 '더선데이타임스'가 4일(현지시간) 소개한 세계 최초 여성 드론 조종사 학교의 훈련 모습이다.

쇼스타크는 인터뷰에서 지난 1일 키이우를 겨냥한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자기 딸과 비슷한 또래의 아홉살 소녀가 숨진 뒤 이 학교에 입학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여성 파일럿 학교'로 알려진 이 학교는 끊이지 않는 러시아의 미사일·무인기 공격에 대항하기 위해 만들어진 우크라이나군 드론 부대에서 활동할 여성 조종사들을 양성하고 있다. 교육 과정은 무료이며 수업은 4시간씩 여덟 차례 진행된다.

지금까지 20세에서 50세 사이의 여성 100명이 졸업했고 그 중 40명이 실전 부대에 배치됐다.

200명은 입학 대기 중이라고 한다. 이 학교 졸업생 2명은 우크라이나 최초의 여성 드론 교관이 돼 드론 부대 소속 남성 군인들을 가르치고 있다.

키이우의 한 병원에서 의사로 일하다 교관이 된 릴리야 흐루스탈로바(39)는 "(러시아의 폭격으로) 병원에 실려 오는 부상자들을 보면서 드론 조종술을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했다.

역시 이 학교를 졸업하고 첫 여성 드론 조종사 가운데 한 명이 된 인권변호사 출신의 예브헤니아 자크렙스카(39)는 이미 최전선에서 활약하고 있다.

당초 우크라이나 동북부 하르키우 지역 전선에 투입돼 드론을 이용한 정찰·첩보 임무를 수행했던 자크렙스카는 지금은 드론 관찰로 자국군 포 사격 지점을 수정해주는 임무를 맡고 있다.

그는 "우리는 탄약이 부족해 우리보다 100배나 많은 포탄을 쓰는 러시아군처럼 낭비할 여유가 없다"면서 "드론으로 우리 군인들에게 포격을 조정하도록 알려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여러 명의 여성 드론 조종사가 최전선에 배치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그들을 만난 적은 없지만 함께 텔레그램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전했다.

드론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사제 드론을 만들어 우크라이나군에 공급하는 민간 회사들도 생겨나고 있다.

막심 셰레메트(27)는 19명의 직원과 100명의 자원봉사자들로 '드론 랩'이란 회사를 설립해 지난해 2천 대의 드론을 만들어 군에 공급했다.

셰레메트는 오락용 드론을 전투용으로 개조하거나 처음부터 새로 조립해 만들기도 하는데, 주요 드론 제조국인 중국으로부터 부품 구입이 어려워져 서방의 도움이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한 달에 약 1만대의 드론을 소모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