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한마디로 '천냥빚' 진 민주당

현장에서

천안함 막말 이틀만에 사과
지도부, 설화 휘말릴 때마다
'선택적 침묵'으로 사태 키워

원종환 정치부 기자
“천안함 장병과 유족들을 비롯해 마음의 상처를 받았을 분들에게 깊은 유감의 말씀을 드립니다.”

권칠승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이 7일 자신의 ‘천안함 막말 논란’이 불거진 지 이틀 만에 사과했다. 권 수석대변인은 지난 5일 최원일 전 천안함장을 향해 “부하를 다 죽이고 어이가 없다”며 “원래 함장은 배에서 내리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권 수석대변인의 사과가 나오기까지 민주당은 천안함 ‘설화’로 진통을 겪었다. 당의 신임 혁신위원장으로 지명됐던 이래경 다른백년 명예이사장은 자신의 SNS에 “천안함 사건은 미국에 의한 자폭 조작”이라고 적은 사실이 뒤늦게 밝혀져 9시간 만에 자진 사퇴했다. 최 전 함장이 이에 대해 해명을 요구하자 권 수석대변인이 “무슨 낯짝으로 그런 얘기를 한 건지 이해가 안 간다”고 맞받아치면서 논란은 더욱 거세졌다.

사과를 했지만 사태는 수습되지 않고 있다. 쉽게 내뱉은 말 한마디에 당 지도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이재명 대표는 7일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 벌어지는 일에 언제나 무한 책임을 지는 것이 당 대표가 할 일”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 대표는 전날 “(천안함이) 북한의 만행이죠?”라고 묻는 최 전 함장의 질문에 고개만 끄덕였다.

당 지도부가 ‘선택적 침묵’으로 일관하며 사태를 키웠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당 한 관계자는 이 명예이사장 인선을 두고 “아직도 일부 우리 당 사람들이 속으로 ‘천안함 자폭설’을 믿는다는 걸 반증하는 게 아니냐”며 탄식했다.최고위원의 설화에 지도부가 적극적으로 대응한 국민의힘과 대비된다는 평가도 나온다. 국민의힘은 ‘전광훈 목사의 우파 통일’ 발언 등으로 논란을 키운 김재원 전 최고위원에게 중징계를 내렸다.

이날 전준영 천안함 생존 장병은 권 수석대변인과 면담한 뒤 “(권 수석대변인이) 사건을 깊이 있게 알지 못해 (그렇게) 발언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용서의 의미이지만 마음속 상처가 치유되진 않았을 것이다. 정치인의 말 한마디에는 ‘천 냥 빚’ 이상의 무게가 있다는 사실을 제1야당 수석대변인이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