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500 보장" 기사모집 광고, 차량 강매 사기였다

"월 500만원 수익 보장"

화물운송자격증 소지자인 신모(24) 씨는 제대한 뒤 일자리를 알아보던 중 구직 사이트에서 이같은 택배기사 모집 광고를 보고 면접을 봤다. 이 회사는 차를 사야 택배 일을 할 수 있다면서 신씨 명의로 캐피털 업체에서 높은 이자에 자동차담보대출을 받아 중고 포터 탑차를 구매하도록 했다.알고 보니 중고 택배차는 이미 10만㎞ 가까이 달린 터라 시세가 1천300만원에 불과했는데, 신씨에겐 2천180만원으로 부풀려 팔았던 것이다. 계약 해지를 요구하자 회사는 위약금 600만원을 내놓으라고 요구했고, 신씨는 택배 일은 시작도 못 해보고 다달이 56만원을 갚고 있다.

20대 이모 씨 역시 고수익 택배 일로 월 200만원을 보장한다는 광고를 보고 업체를 찾아갔다가 비슷한 일을 당했다. 계약서를 쓴 지 1시간 만에 자신의 이름으로 2천300만원가량의 자동차담보대출이 된 걸 알고 계약 취소를 요구했으나, 업체는 연락을 끊었다.

택배기사 채용을 미끼로 고금리 대출과 연계된 중고 택배차량을 강매하는 사기가 청년들을 노리고 있다. 알바몬, 알바천국 등 주요 구인 사이트에 '유명 택배업체 취업, 월 500만원 이상의 고수익 보장' 등의 허위 조건을 내걸고 피해자를 유인한 뒤 택배차량 구매를 유도하는 수법을 쓴다.택배 일은 차가 있어야 하므로 차량 구매를 권하는 것까지는 문제가 아니다. 캐피털 업체를 낀 대출을 통해 중고 차량을 고가에 사도록 하는 게 문제다.
14일 서울 종로구 한국통합물류센터에서 국토교통부 주최로 열린 '택배차 강매사기 근절 간담회'에는 실제 사기를 당한 청년들이 피해를 증언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기사 취업 사기가 급증했지만, 피해자가 돈을 돌려받기는 힘든 구조다.구직 희망자들이 사기업체인지 정상업체인지 구별하기 어려운 데다, 회사 측에서 계약서 작성 과정을 녹음·녹화한 뒤 되려 피해자들에게 "계약은 정상 체결됐다"며 맞고소하는 경우도 있다.

택배차 강매 피해자들을 돕고 있는 이승원 안녕첫차 대표는 "최근에는 택배차를 넘어 청소차량 1천300만원짜리를 3천600만원에 넘기는 새로운 수법까지 나타나고 있다"며 "알바몬과 알바천국 사이트에서 물류 업체들 사이 경쟁이 붙어 대량으로 허위 광고가 나가면서 피해 사례가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특히 구직사이트에 허위 광고 신고를 여러 차례 해도 게시물이 내려가지 않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국토부는 먼저 구인 사이트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구인 사이트 내에 강매사기 관련 유의 사항과 피해사례를 공지나 팝업 형태로 노출할 계획이다. 지동선 국토부 생활물류정책팀장은 "구직자들에게 캐피탈 기록 조회, 신용조회를 요구하는 경우 무조건 사기 위험이 있다고 경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위광고 또는 택배차 강매 사기업체로 판명된 곳의 광고 노출은 즉시 차단되도록 조치하기로 했다.

국토부 물류신고센터 내 '택배차 사기 예방 및 피해신고센터'도 운영한다. 사기로 의심되는 경우 센터에 신고해 정상 업체인지 아닌지 판별받은 뒤 계약을 진행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국토부는 밝혔다. 피해가 발생한 경우 센터에서 법률 자문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한다.

다음 달에는 택배기사 구인 전용 플랫폼을 연다. 실제 택배사로부터 택배 업무를 위탁받은 대리점만 구인 게시글을 올리도록 해 구직자들이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

간담회에 참석한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구인 정보 업체는 물론 중고차 알선 또는 택배, 물류와 관련한 여러 기관과 관계자들이 함께 종합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사진=연합뉴스)


박근아기자 twilight1093@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