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중재 오만 "수감자 교환·동결 자금 협상 타결 임박"

이란 언론 "한국 내 동결자금 카타르로 송금될 것"
미국과 이란의 대화를 중재해 온 걸프국 오만이 양국의 수감자 교환·동결 자금 관련 협상 타결이 임박했다고 밝혔다. 사이드 바드르 알부사이디 오만 외무장관은 14일(현지시간) 아랍권 매체 알모니터와 인터뷰에서 관련 질문에 "타결이 임박했다고 말할 수 있다"고 답했다.

그는 현재 남은 것은 기술적인 문제라면서 "양측이 어떤 단계와 타임 프레임 안에서 합의를 이행할지 조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오만이 선의로 양측을 돕기 위해 대화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미국과 이란 관리는 지난해 12월부터 오만에서 여러 차례 만나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미국인 수감자 석방 및 자국 핵 프로그램 동결을 이행하는 조건으로 해외에 발이 묶여있는 에너지 수출대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구 중이다.

알모니터는 현재 논의 중인 협상이 타결되면 한국 내 동결된 이란 자금 약 70억달러(약 8조9천억원)가 카타르·오만·영국 같은 제3국으로 송금될 것이라고 전했다. 옮겨진 자금 용도는 인도주의 목적으로 제한된다.

이란 일간 도니야예 에그테사드는 15일 한국에 동결된 석유 수출대금 70억 달러가 카타르 중앙은행으로 송금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신문은 이와 관련해 실무 협의를 위해 모하메드 레자 파르진 이란 중앙은행(CBI) 총재가 도하를 찾아 카타르 측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이란 내 구금 중인 미국인의 대표적인 사례는 시아마크 나마지(51)다.

그는 2016년 미국 정부를 위한 간첩 행위 등 혐의로 징역 10년을 선고받았다.

그의 아버지 바게르(86)는 이란에서 구금 중 건강이 악화해 지난해 10월 치료를 위해 석방됐다.

이란·미국 이중국적자인 에마드 샤르기(58), 이란·미국·영국 삼중 국적자인 모라드 타흐바즈(67)도 현재 테헤란 에빈교도소에 구금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나세르 칸아니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2일 정례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수감자 교환 협상이 중재국을 통해 진행되고 있다"며 "이란은 오만이 제시한 중재안에 긍정적인 입장"이라고 밝힌 바 있다.

알부사이디 장관은 핵협상과 관련해서도 긍정적인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면서 "이란 지도층은 합의를 위한 진지한 접근을 하고 있고, 서방도 선의에 보답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제위기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의 알리 바에즈 이란 책임자는 수감자 석방은 하나의 단계로 볼 수 있다면서 "미·이란의 수감자 협상은 더 큰 범위의 협상과 연관 있는 것이 확실하다"고 분석했다.

그는 최근 미·이란 사이의 긴장 완화 분위기를 고려할 때 "향후 몇주 안에 수감자 맞교환 협상이 타결될 충분한 모멘텀이 있다"고 덧붙였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의 대이란 외교 시도 재개가 긴박한 국제·중동 정세와 맞물려있다고 진단했다.

이란이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무인기(드론)를 계속 제공하는가 하면, 우라늄 농축을 강행하고 원유 운송의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에서 파나마 유조선을 나포하는 등 올해 들어 급속도로 고조된 긴장감을 완화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미국은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재임 당시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를 일방적으로 폐기하고 대이란 제재를 복원했다.

보복 조치로 이란은 그다음 해부터 우라늄 농도를 높여왔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 출범 후 2021년부터 시작한 핵합의 복원 회담은 1년 넘게 교착 상태에 빠져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