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안정→경기 대응…추경호號 경제정책 무게중심 바뀐다

'세수 펑크' 속 묘수찾기…경제정책방향서 민간·구조개혁 부각할듯
하반기를 기점으로 경제정책의 무게 중심이 '물가 안정'에서 '경기 대응'으로 점차 이동한다. 인플레이션 경계심을 아직 늦추기는 어렵지만 3%대 초반까지 떨어진 물가에 대한 자신감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앞으로는 경기 대응에 한층 무게를 싣겠다는 의미도 된다.

기획재정부는 이런 경제 여건을 토대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마련 중인 것으로 18일 알려졌다. 내달 초 경제정책방향 발표까지 시일이 남은 만큼 세부 내용을 예단하기는 어렵지만, 큰 틀의 방향성은 잡힌 것으로 보인다.

한 당국자는 "전반적으로 저점을 통과한 것 아니냐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다.

다른 당국자도 "터널의 끝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이달 말까지 각종 실물지표를 봐야 하겠지만, 경제정책 방향이 발표되는 하반기 초입에는 '정책 터닝포인트'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미로 읽힌다.

즉, 물가안정 비중을 다소간 하향조정하면서 경기를 뒷받침하는 정책 의지를 부각하겠다는 것이다.

방기선 기획재정부 1차관이 지난 16일 비상경제차관회의에서 여름철 농축산물 및 식품·외식물가 관리를 강조하면서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는 확고한 민생안정과 함께 하반기 경기 반등, 경제체질의 구조적 개선을 위한 정책과제 등을 담을 계획"이라고 언급한 것도 이런 달라진 분위기를 반영한다. 2023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는 '당분간 물가안정에 중점을 두는 가운데 리스크·경기 등 거시경제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정책조합을 신축적으로 운용하겠다'며 물가 최우선을 강조한 바 있다.
문제는 경기 대응 수단이 마땅치 않다는 점이다.

통상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쓰는 방법은 통화·금융 또는 재정 정책이다.

기준금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통화정책 영역인 데다, 미 연방준비제도(Fed)를 중심으로 글로벌 금리 인상 사이클이 종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금리인하론 자체가 현실과는 거리가 있다.

재정 역시 빠듯하다.

올해 1~4월 국세 수입은 134조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조9천억원 감소했다.

5월 이후 연말까지 작년과 똑같은 수준의 세수가 들어온다고 해도 올해 세입 예산(400조5천억원) 대비 38조5천억원 부족하다.

'건전재정' 깃발을 내건 윤석열 정부로서는 섣부른 '추경 편성론'을 일축하고 지출구조조정, 가용재원 총동원 등으로 재정건전성을 지키겠다는 입장이 확고하다.

결국은 민간·시장 중심의 경제운용이라는 윤석열 정부 기조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나랏돈을 직접 투입하는 고전적인 방식보다는 민간활력을 극대화하는 쪽으로 정책 역량이 집중되리라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의 '자본 리쇼어링'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해외 자회사 잉여금의 국내 배당과 관련된 법인세 개정으로, 현대차그룹 해외법인의 본사 배당은 올해 59억달러(7조8천여억원)로 작년의 4.6배로 급증했다.

이와 함께 경제체질의 구조개선 의지에도 방점이 찍힐 것으로 보인다.

경기 대응이 단기 과제라면, 노동·교육·연금 등 구조개혁은 장기적 성장력에 핵심이라는 점에서다. 앞서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경제개발 5개년' 60주년 콘퍼런스에서 우리나라의 성장 잠재력이 급속 하락하고 있다고 우려하면서 "생산성 제고와 체질 강화를 위한 구조개혁에 모든 정책적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