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미신고 영아 23명 조사…최소 3명 사망·1명 유기의심"(종합)

복지부 감사서 2015∼2022년 미신고 영유아 2천여명 확인…경기 641·서울 470명 순
1% 표본조사 중 수원서 영아 사망 확인…창원서도 영양결핍 사망 추가 확인
화성서는 유기 의심…표본조사 영유아 조사 계속 진행 속 감사원 "전수조사 검토"
지난 2015년부터 작년까지 태어난 영·유아 가운데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무적자'가 2천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감사원 감사 결과 확인됐다. 출산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생존 여부도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이 들 영유아 중 1%에 대한 표본조사 결과, 현재까지 최소 3명이 숨진 것이 확인됐고 1명은 유기된 것으로 의심되고 있다.

감사원은 22일 보도자료를 통해 이같은 내용의 복지부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보도자료에 따르면 감사원은 지난 3월부터 진행 중인 보건복지부 정기 감사에서 정부의 복지 사각지대 발굴 체계에 허점이 있는지 들여다봤다. 이를 위해 2015년부터 작년까지 8년간 의료기관에서 출산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은 영유아 사례가 있는지 조사했다.

의료기관에서 출생한 신생아에게는 출생신고 전 예방접종을 위해 7자리 '임시신생아번호'가 부여된다.

감사원이 임시신생아번호는 있지만 나중에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이들을 추려보니, 미신고 영유아가 2천236명에 달했다. 미신고 영유아를 지역별로 보면 경기가 641명으로 가장 많았고 서울 470명, 인천 157명, 경남 122명 순이었다.

감사원은 이들 중 약 1%인 23명을 표본조사로 추려 지방자치단체에 어린이들이 무사한지 확인하게 했고, 이 결과 대부분의 아동이 필수 예방접종과 보육지원 등 복지에서 소외되거나 범죄 등 위기상황에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확인 과정에서는 지난 21일 보도된 수원 냉장고 영아 시신 사건이 드러났다.
경기남부경찰청 여성청소년과는 영아살해 혐의로 30대 여성 A씨를 긴급체포해 조사하고 있다.

A씨는 2018년 11월과 2019년 11월 각각 아기를 출산하고 곧바로 살해한 뒤 자신이 살고 있는 수원시 장안구 소재 한 아파트 세대 내 냉장고에 시신을 보관해 온 혐의를 받고 있다.

수원시 영아 살해 사례는 1명의 보호자가 2명 이상 출생신고를 하지 않은 것이 의심돼 표본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감사원은 조사에서 아동 사망 사례 1건과 유기 의심 사례 1건도 추가로 발견했다.

감사원은 "경남 창원에서 2022년생 아이가 생후 76일께 영양결핍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했다"며 "이 아이는 그간 병원 진료나 복지혜택에서 소외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이 화성시와 함께 조사한 사례에서는 2021년생 아이를 출산한 보호자가 '아이를 익명의 제3자에게 넘겼다'고 진술하는 등 의심스러운 정황이 있어 경기남부경찰청이 아동복지법 위반(유기)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다.

2015년생 한 아이는 출생 직후 보호자가 베이비박스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본 아동 23명에 대한 조사는 현재도 진행 중이다.

감사원은 이에 더해 여전히 안전이 불분명한 나머지 2천여명을 복지부 위기아동 조사 대상에 포함해 전수조사할지 검토하고 있다.

감사원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1%의 표본 조사에서 심각한 사건이 드러났기에 전체를 점검할 필요가 있는지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감사원은 보도자료에서 "복지부는 올해 4월 학대위기·피해아동 발굴 및 보호 강화방안을 마련하고 일제조사에 착수했으나 조사 대상을 주민등록번호가 있는 아동으로 한정하고 출생 미신고 아동은 제외했다"며 "이 때문에 실태가 정확하게 파악되지 못하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어 "해당 아동들이 출생신고가 될 수 있도록 관련 정보를 관계 당국과 공유하도록 하는 등 조치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긴급조사가 필요하면 경찰청과 협의해 조사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