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알린 '한라산' 출판사 간첩으로…진실화해위 조사개시

2기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진실화해위)는 지난 21일 제57차 위원회에서 제주 4·3 사건을 다룬 서사시를 출판해 간첩으로 몰린 녹두출판 편집장 사건에 대해 조사 개시를 결정했다고 26일 밝혔다.

녹두출판의 편집장이었던 신형식씨는 치안본부가 제주 4·3사건을 다룬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쓴 이산하(본명 이상백) 시인을 검거하려고 수사를 하다가 자신을 불법 연행했고 고문과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진실규명을 신청했다. 한라산은 군사정권 시절인 1987년 3월 녹두출판의 사회과학전문지 '녹두서평'에 실려 4·3사건의 실상을 알린 작품이다.

신씨에겐 북한 공작원의 지시를 받아 이적표현물을 제작해 배포한 혐의가 적용됐다.

신씨는 1988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과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고 이 시인 또한 1987년 11월 체포돼 징역 1년 6월과 자격정지 1년을 선고받았다. 진실화해위가 이번에 조사 개시를 결정한 사건은 모두 34건이다.

진실화해위는 고(故) 김모 씨가 1981년 일본 오사카로 여행을 다녀온 뒤 재일본조선인총연합회(조총련) 관계자를 만나 간첩행위를 했다는 허위 밀고를 당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받은 사건도 함께 조사하기로 했다.

또 1950년 8월부터 10월까지 전남 영광군 일대에서 마을 유지·공무원과 그 가족들이 지방 좌익에 학살당한 '전남 영광 적대세력에 의한 희생사건' 16건도 조사한다. '반공법 위반 불법구금·고문 의혹 사건'과 '납북귀환어부 인권침해 사건', '3·15 의거 시위 참여 및 진상규명' 등 3·15 의거 관련 11건도 조사 대상에 포함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