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시의회, 시장 외자 유치차 출국하자 민생안건 보류 '몽니'

장애인 지원·안전·복지 등 37건 처리 연기한 채 본회의 폐회
일부 시의원과 의회사무국 직원은 장마 예보에도 동남아 외유성 출장
경기 고양시 시의회가 외국 자본 유치차 시장이 출국한 데 반발해 장애인 지원을 비롯한 민생안건을 무더기로 보류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30일 시에 따르면 시의회는 제1차 정례회 마지막 날인 지난 26일 '뇌병변 장애인 지원 조례안' 등 37개 안건을 처리하기로 했다가 돌연 회의를 종료했다.

시의회는 이날 개회 10여분 만에 폐회함으로써 어린이 통학로 안전관리, 자립 준비 청년 지원, 시민 고충 처리 등과 관련한 시급한 조례 안건이 표류하게 됐다.

산황동 골프장 증설 반대 촉구 결의안, 주택가 분진·소음 유발 업체 공익감사 청구 등은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고 2022회계연도 결산 승인과 행정사무 감사 결과 보고서 채택도 무산됐다.
시의회의 갑작스러운 본회의 폐회는 이동환 시장이 독일에서 열리는 한독 미래산업협력포럼 주제 발표 등을 위해 회기 중에 출국한 데 대한 불만에서 빚어졌다.

이 시장은 4박 6일 일정으로 독일과 스웨덴을 돌며 선진 산업클러스터를 벤치마킹하고 현지 기업의 고양시 경제자유구역 유치 활동을 벌이고 있다.

김영식 시의회 의장은 본회의가 열리자 "시장이 해외 출장을 이유로 불참한 것은 108만 명을 대표하는 시의회를 무시하는 행태다. 시장 없이 본회의를 하는 것은 무의미하다"며 산회를 선포했다.

시의회 기획행정위원회 소속 시의원들은 장마전선 북상 예보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폐회 이틀 후 8일 일정으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로 외유성 출장을 떠났다.

지방자치단체장이 돌발 상황이 생기면 사유를 설명하고 회의에 불참하는 관행에 따라 이 시장은 지난 23일 불출석 사유서를 냈는데도 시 의회가 본회의 폐회로 맞선 것은 그간의 갈등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시의회는 지난 1월 예산 심의에서 깎인 의장단 업무추진비를 10배가량 늘리고 시의원들의 국외 연수 출장비 등을 3억2천만 원 증액하면서 정작 시에서 기획한 민생예산안은 대폭 삭감한 바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