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제품엔 안 들어가요"…'아스파탐 공포' 덮친 식품업계 [송영찬의 신통유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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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스파탐’ 공포가 유통 및 식품업계를 덮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가 오는 14일 인공감미료인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의심되는 물질로 분류한다고 예고하고 나서서다. 벌써부터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제로(0)슈가’ 제품에 대한 불신이 매출에 반영되기 시작했다. 유통·식품업체들은 “우리 제품엔 안 들어간다”고 선제적인 논란 차단에도 여론이 빠르게 식으며 자신들에게 불똥이 튀지는 않을지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다.
IARC의 발표와 함께 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에도 당분이 없어 최근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이른바 ‘헬시플레저’ 열풍에 발맞춰 출시되던 제로슈가 제품에 많이 사용돼왔다.
그룹 2B엔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고려되는 물질 및 행위가 포함돼있다. 배기가스·휘발유·자기장을 비롯해 알로에베라·고사리·김치 등 절임 채소류 등이 이 그룹에 포함된다. 반면 담배와 석면 등 발암 가능성이 명확한 물질은 그룹 1, 튀김류·붉은 고기 등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그룹 2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아스파탐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혜걸 의학박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아스파탐은 가장 낮은 등급인 그룹 2B 발암물질”이라며 “술 마시거나 소고기 먹으면서 공포심 갖진 않는다”고 말했다.
WHO의 발암물질 분류로 국내 사용 여부가 바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물론 JECFA의 새 기준에 따라 아스파탐에 대한 새로운 위해성 평가는 불가피하지만 식약처는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한 뒤 별도의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한다.
앞서 IARC가 지난 2015년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각각 그룹 1과 그룹 2A로 분류했을 때도 국내 기준엔 변동이 없었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지난 3일 “JECFA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며 “어떤 근거로 발암물질로 지정했는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위해성 평가를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막걸리의 아스타팜 함량은 1병당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의 2~3%에 불과하지만 유독 막걸리 업계 타격은 심각한 상황이다. 외신의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분류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직후인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한 대형마트의 막걸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1% 떨어졌다. 같은 기간 편의점 CU의 막걸리 매출 역시 전주 대비 3%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4일 WHO의 발표를 기다리면서 소비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식약처의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제조업체들이 대체 재료를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체들도 부정적 여론 확산에 발등에 불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스파탐이 소량 함유된 ‘펩시 제로’에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펩시코와 관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은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에서 병입하고 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 등 주요 제과업체들도 대체 원료 찾기에 나섰다. 시중의 제품 중엔 오리온의 ‘고래밥’, ‘포카칩’ 등 10종, 크라운제과의 ‘콘칲 초당옥수수맛’ 등에 소량의 아스타팜이 함유돼있다. 양사 모두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광동제약은 논란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사의 모든 음료 제품에 아스파탐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웰푸드도 자사 제품에 아스타팜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통주 업체 배상면주가는 이날 자사 온라인 쇼핑몰 ‘홈술닷컴’에서 7월 한 달 간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배상면주가에 따르면 ‘느린마을막걸리’는 국내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중 온라인 최다 판매를 기록 중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무아스파탐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차별화에 나섰다.‘제로슈가’ 대신 ‘제로 아스파탐’을 내세운 신제품도 출시됐다. 편의점 CU는 이날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아스타팜을 첨가하지 않은 막걸리 신제품 ‘백걸리’를 출시했다. CU는 “일반적인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 첨가하는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 등 인공 감미료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며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
WHO, 아스파탐 발암물질 2B군 분류 전망
5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오는 14일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성이 잠재적으로 의심되는 물질’을 뜻하는 그룹 2B에 분류할 전망이다.IARC의 발표와 함께 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의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아스파탐의 안전 소비기준을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스파탐은 설탕의 200배에 달하는 단맛에도 당분이 없어 최근 즐겁게 건강을 관리한다는 이른바 ‘헬시플레저’ 열풍에 발맞춰 출시되던 제로슈가 제품에 많이 사용돼왔다.
그룹 2B엔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충분하진 않지만 발암 가능성이 있을 수도 있다고 고려되는 물질 및 행위가 포함돼있다. 배기가스·휘발유·자기장을 비롯해 알로에베라·고사리·김치 등 절임 채소류 등이 이 그룹에 포함된다. 반면 담배와 석면 등 발암 가능성이 명확한 물질은 그룹 1, 튀김류·붉은 고기 등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인 그룹 2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현재 아스파탐에 대한 공포가 과장됐다고 지적하고 있다. 홍혜걸 의학박사는 이날 자신의 SNS에 “아스파탐은 가장 낮은 등급인 그룹 2B 발암물질”이라며 “술 마시거나 소고기 먹으면서 공포심 갖진 않는다”고 말했다.
WHO의 발암물질 분류로 국내 사용 여부가 바로 결정되는 건 아니다. 물론 JECFA의 새 기준에 따라 아스파탐에 대한 새로운 위해성 평가는 불가피하지만 식약처는 국민 섭취량 등을 조사하는 위해성 평가를 진행한 뒤 별도의 안전관리방안을 마련한다.
앞서 IARC가 지난 2015년 소시지·햄 등 가공육과 붉은 고기를 각각 그룹 1과 그룹 2A로 분류했을 때도 국내 기준엔 변동이 없었다. 강백원 식약처 대변인은 지난 3일 “JECFA라고 완벽할 수는 없다”며 “어떤 근거로 발암물질로 지정했는지 어떤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위해성 평가를 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소비자 불안감에 분주해진 유통·식품업계
문제는 소비자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는 점이다. 가장 발등에 불 떨어진 곳은 막걸리 업계다. 대다수의 막걸리 업체들은 막걸리에 단맛을 첨가하는 것은 물론 맛을 장시간 유지하기 위해 상당수의 제품에 아스파탐을 첨가해왔다. 주류업계에 따르면 서울장수는 ‘달빛유자 막걸리’를 제외한 모든 제품에, 지평주조는 ‘지평생쌀막걸리’, ‘지평생밀막걸리’ 등 2종에, 국순당은 ‘생막걸리’, ‘대박 막걸리’ 등 2종에 소량의 아스타팜을 첨가해왔다.막걸리의 아스타팜 함량은 1병당 미국식품의약국(FDA) 기준 일일 허용 섭취량의 2~3%에 불과하지만 유독 막걸리 업계 타격은 심각한 상황이다. 외신의 아스파탐의 발암 가능 물질 분류 가능성이 처음 보도된 직후인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한 대형마트의 막걸리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12.1% 떨어졌다. 같은 기간 편의점 CU의 막걸리 매출 역시 전주 대비 3% 떨어졌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14일 WHO의 발표를 기다리면서 소비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식약처의 관련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제조업체들이 대체 재료를 쓸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식음료 업체들도 부정적 여론 확산에 발등에 불 떨어졌다. 롯데칠성음료는 아스파탐이 소량 함유된 ‘펩시 제로’에 아스파탐의 대체 원료를 사용할지 여부를 두고 펩시코와 관련 논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칠성은 펩시코로부터 원액을 받아 국내에서 병입하고 있다.
오리온과 크라운제과 등 주요 제과업체들도 대체 원료 찾기에 나섰다. 시중의 제품 중엔 오리온의 ‘고래밥’, ‘포카칩’ 등 10종, 크라운제과의 ‘콘칲 초당옥수수맛’ 등에 소량의 아스타팜이 함유돼있다. 양사 모두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감안해 식약처의 가이드라인 제정에 앞서 선제적으로 원료 대체를 위한 논의에 들어간 상태다.
'제로슈가' 대신 '제로 아스파탐' 홍보
일부 업체들은 역으로 WHO발(發) 아스파탐 공포를 홍보 기회로 삼고 있다. 소비자들에게 자사 제품엔 원래 아스파탐을 쓰지 않기 때문에 안심해도 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동시에 타사 제품과의 차별화에 나선 것이다.광동제약은 논란이 벌어진 직후인 지난 1일 보도자료를 내고 “당사의 모든 음료 제품에 아스파탐은 일절 포함되지 않았다”고 발표했다. 하이트진로와 롯데웰푸드도 자사 제품에 아스타팜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전통주 업체 배상면주가는 이날 자사 온라인 쇼핑몰 ‘홈술닷컴’에서 7월 한 달 간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프로모션을 진행한다고 발표했다. 배상면주가에 따르면 ‘느린마을막걸리’는 국내 ‘무(無)아스파탐 막걸리’ 중 온라인 최다 판매를 기록 중이다. 배상면주가 관계자는 “이번 프로모션이 더 많은 소비자들이 무아스파탐 특유의 깊고 부드러운 풍미를 즐길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며 차별화에 나섰다.‘제로슈가’ 대신 ‘제로 아스파탐’을 내세운 신제품도 출시됐다. 편의점 CU는 이날 더본코리아와 협업해 아스타팜을 첨가하지 않은 막걸리 신제품 ‘백걸리’를 출시했다. CU는 “일반적인 막걸리 제조 과정에서 단맛을 내기 위해 일부 첨가하는 아스파탐, 사카린나트륨, 수크랄로스 등 인공 감미료들은 일절 사용하지 않았다”며 기존 제품들과의 차별점을 부각했다.
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