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일원화 10년…"절반의 성공, 판사 처우 개선해야"

최소 경력자·대형로펌 출신 많아…"당초 취지 퇴색"
'10년 기준' 2029년 이후 정원미달 우려…"여건 마련 필요"
일정 경력의 변호사 자격 소지자를 판사로 선발하는 '법조일원화' 제도가 시행 10년을 맞이했지만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법조계 평가가 나왔다. 핵심 과제로는 법관의 처우 개선이 꼽혔다.

대법원 법원행정처는 14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 대강당에서 '법조일원화의 성과와 과제'라는 주제로 10주년 심포지엄(학술토론회)을 열었다.

대한변호사협회와 법학전문대학원협의회, 사법정책연구원이 공동 주최했다. 발제자로 나선 김주영(58·사법연수원 18기) 법무법인 한누리 대표변호사(변협 법제연구원장)는 "도입 10년을 맞은 현시점에서 법조 일원화제도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고 평가할 수 있다"고 했다.

법조일원화 제도에 따라 법관으로 임용되려면 일정 기간 변호사 자격을 소지해야 한다.

임용 시기를 기준으로 2013년부터 3년 이상, 2018년부터 5년 이상, 2025년부터 7년 이상, 2029년부터 10년 이상의 경력이 요구된다. 법원의 신뢰 제고와 재판의 질 향상을 위해 충분한 경륜과 능력을 갖춘 이를 법관으로 선발하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그러나 최근 3년간 법관 신규 임용 현황을 보면 대부분 5∼7년 차로 최소한의 경력만 갖춘 이들이 선발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임용자 중 5년 이상 7년 미만 경력자의 비율은 2020년에는 82.6%, 2021년에는 87.2%, 2022년에는 71.1%였다. 김 변호사는 "풍부한 경험을 가진 법조 경력자를 선발하려는 당초 취지가 많이 퇴색했고 재판연구원 경력을 가진 대형로펌 출신 변호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에 다양성 면에서도 기대에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은 또 연령은 높으나 경험이 부족해 업무수행 능률이 떨어지는 법관들이 상대적으로 늘어나고, 변호사 시절 인간관계로 인해 청렴성·공정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우려했다.

2029년부터는 정원 미달도 걱정해야 할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한상규(55·24기)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7년, 10년의 경력을 가진 법조인들은 현실적으로 경제적 불이익을 감수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뒤집어 얘기하면 법관이 받는 보수보다 적은 보수를 받는 법조인들이 법관직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법원이 생각하는 우수한 인력이 법관에 지원하지 않는다면 이런 문제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짚었다.

박영재(54·22기) 법원행정처 차장도 "법조일원화 제도를 시행하는 다른 국가들은 높은 수준의 법관 처우를 통해 우수한 능력과 자질의 법조 경력자를 법관으로 유치한다"며 처우 개선을 주요 과제로 꼽았다.

법관 평균 연령 상향에 따른 정년 연장, 시니어 판사 제도 도입, 재판제도 개선 등도 향후 과제로 제안됐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환영사에서 "현실적인 여건 마련을 도외시한 채 법조일원화의 이상만을 강조한다면 제도 도입에 대한 당초의 기대와는 달리 부정적 측면이 부각돼 오히려 사법부의 기능이 저해되고 국민의 기본권 보장의 약화로 귀결될 것"이라며 "법관의 처우와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