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가 죽는다] ⑨22년 마약중독서 찾은 자유…"다르크서 희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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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쓰우라 요시아키씨, 중독자에서 재활센터 3곳 운영자로 변신
"다르크 활동 10년 넘자 일본도 중독 치료·재활 필요성 이해해"
"마약중독 회복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
일본에서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인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를 운영 중인 마쓰우라 요시아키(59) 씨는 한국에서 다르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마쓰우라씨는 지난 7일 경상남도 김해시청에서 열린 '마약류중독 국제연합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다르크는 중독 회복자가 중독자들과 숙식하며 이들의 재활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재활시설이다.
일본의 이른바 '마약 중독 1호 회복자'인 콘도 츠네오 씨가 1985년 도쿄에 설립한 것이 그 시초가 됐다.
마쓰우라씨도 오랜 기간 약물에 의존한 삶을 보냈다. 그가 처음 약에 손을 댄 것은 15살 때였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내 차별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경상남도 출신 한국인이다. 그는 "약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고, 이런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이 좋다 보니 약에 접하게 될 유혹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성인이 돼 결혼도 하고 회사도 운영했다.
아이도 태어났다.
하지만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와 다시 약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30살 때부터는 정말 중독 상태가 됐다"며 "약을 하면 할수록 바닥 끝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약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칼로 위협할 정도로 정신이 '붕괴'돼 2001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마쓰우라씨는 "가족들이 저를 치료하려고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자문했다"며 "90%가 못 낫는다,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퇴원 후 오키나와에 있는 다르크에 들어갔다.
일본 내 7번째로 설립된 다르크였다.
그곳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처음엔 그냥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르크에 있는 분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나도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단약(斷藥)에 성공했다.
그는 "다르크 입소자 30%만 좋아지고 70%는 재발하거나 다르크를 떠난다"며 "정말 일생을 투자해 회복해야 하겠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쓰우라씨는 2002년부터 3년간 이곳 오키나와 다르크에서 직원으로 일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에 복귀했다.
물론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에 참여하고 지역 내 다르크에서 봉사활동도 이어갔다.
그러다가 2008년에 아예 미카와에 다르크를 설립해 운영에 나섰다.
그는 "마약을 하면서 이미 한번 죽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새 인생을 살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다르크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르크는 같은 문제를 지닌 당사자들이 서로를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왜 그럴까.
마쓰우라씨는 이에 대해 "이것은 콘도씨에게 물어볼 문제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다르크 설립자인 콘도씨는 지난해 작고했다.
그는 "중독자의 마음은 중독자들이 제일 잘 안다"며 "다르크에 있으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면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쓰우라씨는 미카와 다르크를 포함해 다르크 3곳과 직업훈련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6월 현재 일본 내 다르크는 90여개에 달하고 입소자들은 1천500여명에 이른다.
다르크가 일본 전역에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이 마약 사용에 대한 '엄벌주의'가 강했고,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다르크가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좋은 성과를 보임에 따라 일본 사회도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다르크가 지역사회와 융합하려는 노력도 했다.
예컨대 다르크 입소자들이 몰려 다니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문신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일본 사람들도 마약 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이웃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정장 같은 옷을 입는 등 하나하나 고쳐나갔다"며 "포럼과 같은 행사도 열어 시민들한테 우리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르크 출신 회복자들이 자기 동네로 돌아가 자기 이야기를 한 지 15년 정도 넘어서 다르크가 활성화하게 됐다"며 "한국도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르크가 2012년 국내에 처음 설립된 후 시간이 10년 남짓 지났으나 현재 다르크가 운영되는 곳은 경기·김해·인천·대구 등 4곳에 불과하다.
마쓰우라씨는 혹시나 마약을 접하게 된 청소년들에게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다르크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저도 22년간 약을 못 끊어서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가족관계도 좋아졌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재활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고 기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연합뉴스
"다르크 활동 10년 넘자 일본도 중독 치료·재활 필요성 이해해"
"마약중독 회복자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본도 치료와 재활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해하는 데 1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
일본에서 민간 약물중독재활센터인 다르크(DARC·Drug Addiction Rehabilitation Center)를 운영 중인 마쓰우라 요시아키(59) 씨는 한국에서 다르크가 자리를 잡기 위해선 긴 호흡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충고했다.
마쓰우라씨는 지난 7일 경상남도 김해시청에서 열린 '마약류중독 국제연합포럼'에 참석차 한국을 찾았다. 다르크는 중독 회복자가 중독자들과 숙식하며 이들의 재활을 돕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재활시설이다.
일본의 이른바 '마약 중독 1호 회복자'인 콘도 츠네오 씨가 1985년 도쿄에 설립한 것이 그 시초가 됐다.
마쓰우라씨도 오랜 기간 약물에 의존한 삶을 보냈다. 그가 처음 약에 손을 댄 것은 15살 때였다.
재일교포에 대한 일본 내 차별 때문에 힘들었다고 했다.
그의 부모는 경상남도 출신 한국인이다. 그는 "약을 하는 친구들이 주변에 있었고, 이런 친구들과 같이 있는 것이 좋다 보니 약에 접하게 될 유혹이 많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는 성인이 돼 결혼도 하고 회사도 운영했다.
아이도 태어났다.
하지만 갑자기 이 모든 것이 부담으로 다가와 다시 약을 찾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30살 때부터는 정말 중독 상태가 됐다"며 "약을 하면 할수록 바닥 끝까지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말했다.
결국 그는 약에 취한 상태에서 자신의 아버지에게 칼로 위협할 정도로 정신이 '붕괴'돼 2001년 정신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마쓰우라씨는 "가족들이 저를 치료하려고 여기저기 도움을 청하고 자문했다"며 "90%가 못 낫는다, 어렵다고 말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그는 퇴원 후 오키나와에 있는 다르크에 들어갔다.
일본 내 7번째로 설립된 다르크였다.
그곳에서 희망을 보았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처음엔 그냥 죽어도 좋다고 생각했는데, 다르크에 있는 분들이 너무 행복해 보여 나도 저렇게 행복해질 수 있을까 생각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단약(斷藥)에 성공했다.
그는 "다르크 입소자 30%만 좋아지고 70%는 재발하거나 다르크를 떠난다"며 "정말 일생을 투자해 회복해야 하겠구나라고 느꼈다"라고 말했다.
마쓰우라씨는 2002년부터 3년간 이곳 오키나와 다르크에서 직원으로 일한 뒤 고향으로 돌아가 일상에 복귀했다.
물론 약물 중독자 자조모임인 NA(Narcotics Anonymous)에 참여하고 지역 내 다르크에서 봉사활동도 이어갔다.
그러다가 2008년에 아예 미카와에 다르크를 설립해 운영에 나섰다.
그는 "마약을 하면서 이미 한번 죽은 인생이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새 인생을 살면서 사회에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며 다르크를 만들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다르크는 같은 문제를 지닌 당사자들이 서로를 지원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왜 그럴까.
마쓰우라씨는 이에 대해 "이것은 콘도씨에게 물어볼 문제인 것 같다"고 운을 뗐다.
다르크 설립자인 콘도씨는 지난해 작고했다.
그는 "중독자의 마음은 중독자들이 제일 잘 안다"며 "다르크에 있으면서 자기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려면 혼자서는 힘들기 때문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마쓰우라씨는 미카와 다르크를 포함해 다르크 3곳과 직업훈련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6월 현재 일본 내 다르크는 90여개에 달하고 입소자들은 1천500여명에 이른다.
다르크가 일본 전역에 이렇게 자리를 잡기까지 어려움이 적지 않았다고 한다.
일본에서도 한국과 같이 마약 사용에 대한 '엄벌주의'가 강했고, 마약중독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있었다.
하지만 다르크가 10년 넘게 활동하면서 좋은 성과를 보임에 따라 일본 사회도 마약 중독자에 대한 치료와 재활의 필요성을 이해하게 됐다고 한다.
또한 다르크가 지역사회와 융합하려는 노력도 했다.
예컨대 다르크 입소자들이 몰려 다니지 않고, 담배도 피우지 않고, 문신도 가리고 다녔다고 한다. 마쓰우라씨는 "일본 사람들도 마약 하는 사람을 무서워하는데 이웃들이 무서워하지 않도록 정장 같은 옷을 입는 등 하나하나 고쳐나갔다"며 "포럼과 같은 행사도 열어 시민들한테 우리 활동을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다르크 출신 회복자들이 자기 동네로 돌아가 자기 이야기를 한 지 15년 정도 넘어서 다르크가 활성화하게 됐다"며 "한국도 멀리 내다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다르크가 2012년 국내에 처음 설립된 후 시간이 10년 남짓 지났으나 현재 다르크가 운영되는 곳은 경기·김해·인천·대구 등 4곳에 불과하다.
마쓰우라씨는 혹시나 마약을 접하게 된 청소년들에게 "혼자 괴로워하지 말고 다르크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저도 22년간 약을 못 끊어서 너무 힘들었다"며 "지금은 가족관계도 좋아졌고 새로운 생활을 하게 돼 너무 행복하다"며 재활에 대한 희망을 놓지 말라고 기원했다.
[본 기획물은 정부광고 수수료로 조성된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
/연합뉴스